영화 <노잉>(Knowing)은 삼라만상(森羅萬象)의 형성이 결정론에 따른 것이냐, 우연에 의한 무작위성이냐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에 근거해, 의견이나 신념이 갈릴 수 있는 공상과학물이다. 동시에 성서의 예언서적 아우라가 공존하는 서사적 공포 또는 스릴러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인류의 크고 작은 재난을 결정된 운명에 따른 응당 귀결로 볼 것이냐, 아니면 우연히 그렇게 된 결과로 볼 것이냐에 대한 고찰이랄까. 그렇다면 그러한 과학적 논거에 의거해,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파멸시킬 인류대재앙의 미래는 결코 막을 수 없는 결정적 운명인가를 위협, 긴장, 공포가 혼재하는 이야기 전개방식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그 안에는 두 번의 대형 참극(慘劇)이 벌어져 이를 목도하는 관객을 아연실색케 한다. 뒤이은 최후의 순간엔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시각적 충격이 기다리고 있다. 세 번에 걸친 아비규환의 대재난이 숨막히게 펼쳐지고, 그러한 대참사를 잇는 전후문맥 또한 살벌한 긴장감의 연속이다. 감독은 그와 같이 긴박감 넘치고 싸늘한 공포의 상황에 적합한 대기를 주입하고, 분위기를 포착해낼 작곡가를 물색했을 것이다. 영화의 도입부부터 굉장히 위협적이고 불길한 분위기가 관객을 몰입시킨다. 신비와 심란이 교차하는 음향이 혼합된 음악은 앞으로 영화가 스릴감 있게 전개될 것이라는, 일종의 암시적 기능으로 관객을 압도하고 들어간다. 극의 중심인물 존(니콜라스 케이지)과 케일렙(챈들러 캔터베리), 두 부자 간의 내면적 교감의 표현을 위해 쓰인 감성적 악곡의 트랙을 제외하면 그러한 기조는 거의 내내 계속된다.
거대한 비주얼 쇼크(Visual Shock)를 정확히 포착해내면서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음악으로 분위기를 끌어가기 위해, 알렉스 프로야스(Alex Proyas)감독은 주저 없이 작곡가 마르코 벨트라미(Marco Beltrami)를 간택했다. 이전 2004년 성공적인 공동합작 <아이, 로봇>(I, Robot)에 뒤이은 재결합이다. 무섭고 위협적인 액션과 성서적인 대서사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전작들을 통해 이 분야에 통달한 실력자를 재신임한 것이다.
2004년 <아이, 로봇>(I, Robot)에서의 성공적인 합작에 이어 재 의기투합해 완성한 영화 <노잉>(Knowing)은 아마도 동일한 장르영화들 중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스케일로 압도하고, 시종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화면전개만큼이나, 거대하고 경이로운 오케스트라에 의한 대작이자 걸작이라 할 만하다. 이 영화에서 작곡가 벨트라미는 자기의 전문분야에서 위업의 단계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렸다. 때론 위협적이고 때론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심리를 비틀며 강력한, 그리고 동시에 귀를 먹먹하게 할 만큼 장대하고 고상한 오케스트라의 대규모 사운드가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거의 모든 영화의 시작이 곧 음악이듯, 효과음향과 음악이 결합된 사운드가 사운드트랙을 통해 스크린 밖의 관객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영화는 시작부터 전율과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스코어를 들려줌으로써, 장차 이 영화가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극적이고 긴박한 상황을 거쳐 웅장하고 어마어마한 귀결로 종결할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전개된다. 암울하고 다소 위협적이지만, 전반적으로 엄숙한 '메인타이틀'(Main Titles)의 종결 이후, 초반부에 쓰인 다량의 음악은 마음을 초조하게 조여 오는 음울한 기조로 연계된다. 시드니 오케스트라(Sydney Orchestra)에 의한 연주는 음침하게 낮은 화음과 폭풍처럼 무섭게 격동하는 타악기의 불협화음을 수반하며 지속적인 불안과 공포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지속적인 불안과 초조의 긴장감을 주입하는 벨트라미의 음악은 특히 서스펜스와 공포영화음악 분야의 거장 제리 골드스미스(Jerry Goldsmith)와 버나드 허먼(Bernard Herrmann)의 감각을 내포한다.
그 중에서도 극도의 불협화음에 의해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주는 'Moose on the Loose',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불길한 스트링 코드와 금속 타악기에 의한 흉조의 사운드를 특징으로 점층적으로 고조되고 폭발하는 오케스트라에 의한 '33'과 'Loudmouth', 그리고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Shock and Aww'와 'Caleb Leaves'는 영상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하다. 무엇보다 큐로 사용된 두 개의 악곡 'Shock and Aww'와 'Caleb Leaves'에서 벨트라미는 경외와 영감의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절정으로 증대되는 장중함의 결정판을 들려준다. 이는 아마도 <이.티>(E.T)나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 of the Third Kind)의 최종장면에 쓰인 종곡에 필적하는 스케일의 곡이라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Caleb Leaves'는 특히 큐의 처음 2분간 침울한 비올라 독주와 감수성이강한 피아노연주 그리고 소름끼치게 하는 피날레를 포함해 다소의 인상적인 요소들을 함유한다. 벨트라미는 이 곡에서 그의 오케스트라로부터 웅장하고 거대한 사운드의 최대치를 들려준다. 'New World Round'와 'Who Wants An Apple?', 두 악곡과 함께 베토벤(Beethoven)의 '교향곡 7번 A장조, OP 92: 2악장 알레그레토'(Symphony No. 7 in A Major, Op 92: 2. Allgretto)가 극종반부의 연속장면에 깔려 나오는 순간은 위압적 장관을 더욱 감명 깊게 만든 사운드의 백미.
니콜라스 케이지가 도심으로 차를 몰아 친가에 도착해 최후의 가족애를 보이는 동안의 장면전개에서, 아비규환에 빠진 도시공간의 암울한 극적 대기를 타고 흐르는 베토벤의 7번 교향곡 2악장은 영화의 초반에 MIT 천체물리학교수 존 코이스틀러(John Koestler)가 술잔을 들고 근엄한 포즈로 앉아있는 장면과 함께 실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영화의 전말에 수미상관으로 삽입되어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곡은 리스트가 “리듬의 화신”이라고 칭송하고 바그너가 "무도의 신화"라고 고평할 정도로 베토벤의 교향악 중 으뜸이라 할만한 작품이다.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커스(술의 신)이며 그렇게 빚어진 술로 사람들을 취하게 해준다."라는 베토벤의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 작품은 술에 취했을 때처럼 흥분과 함께 힘을 주는 불가사의한 악곡이기도 하다.
금관악기와 팀파니의 점진적인 절정부에서 베토벤 특유의 리듬적인 특징이 매우 강하다. 서정적 애수를 띈 현악기가 바탕인 제1주제에서 클라리넷과 바순 등의 관악기에 의해 한층 우아한 분위기를 이루는 제2주제를 거쳐 단조로 조성을 옮겨 더욱 풍부한 기악편성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악곡은 영화의 장면에 어울려 매우 장중하고 비장한 느낌을 준다. 이 곡은 또한 1809년 5월 프랑스가 빈을 침공했을 시기 그의 심적 불안과 실연의 극복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영화의 마지막 분위기에 적합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내면적 정서에 호소하면서 위압적인 시각적 장관 연출에 부합하는 사운드트랙선정. 클래식 명곡을 장면에 유효 적절히 사용해 경이로운 충격을 가한 거장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음악적 영감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마르코 벨트라미의 극적인 오케스트라와 합창으로 채워진 스코어 덕분에 영화는 외형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내포된 긴장과 감정의 전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눈부신 장관의 위용,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시각적 파괴력에 절대 밀리지 않는 영화음악의 전달력, 작곡가 벨트라미의 스코어링이 있었기에 하나의 완전체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