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둘째날.. 성산엔 눈이 몰아치던 눈이 개이고 해변에 쌓인 눈과 바다의 거친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성산일출제는 잘 치루었을까요? 제주와서 늘어버린 잠 때문에 새해 첫새벽의 해를 보겠다는 그런 부지런함은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새해 첫 연휴를 거침없이 맛집기행으로 시작한 연유에는 관광지이자 일출제가 열린 성산에서 음식점들이 문을 닫지 않았을 거란 나름의 판단때문이었죠. 어찌되었든 새해 첫 맛집기행은 성산에서 출발합니다. 칼바람이 몰아치던 바닷가에서 시작을 알립니다.
햇살과 바람과 눈과 파도가 어우러지는 성산해변은 참 아름다웠죠. 사진에서조차 눈이 부십니다.
성산일출봉은 한눈에 보이구요.. 저렇게 작았던가요?^^
그렇게 바다와 일출봉을 감상하고 바로 목적한 곳인 섭지 해녀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이 집을 찾은 이유는 제주사람들에게도 유명한 겡이죽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겡이죽, 깅이죽이라고도 하는 죽은, 게를 넣어 쑤운 죽입니다. 게라고 하니까 꽃게 털게 돌게를 생각하시겠지만 그냥 바닷가 갯바위에 돌아다니는 작은 게들을 잡아 곱게 갈아서 만든 죽입니다. 굳이 다른 설명을 갖다붙이지 않아도 이 음식은 바닷가라는 지역적 환경이 만들어낸 서민들의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죠. 어쩌면 구황음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추억의 별미 또는 다른 지역사람들에게는 호기심 가득한 음식이 되어버렸네요.
메뉴판입니다. 다른 것들은 일단 제쳐두고 겡이죽 두그릇 주문합니다.
창가에 앉으니 아까 보았던 일출봉이 멀리 보이네요.. 날이 무척 추워서 창에 김이 금방 서려버리고 맙니다.
밑반찬이 나오네요.. 보니까 가까운 오조리 해녀의 집에서 나온 밑반찬과 엇비슷합니다. 하지만 맛이나 정갈함에서는 오조리가 낫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드디어 겡이죽이 나왔습니다. 색깔이 투박하죠. 갯바위에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게 특유의 색깔과 언뜻 닮아있습니다.
통째로 곱게 갈아서 그런지 건더기는 없어요. 게딱지조차 흔적을 볼 수 없습니다. 쌀은 잘 퍼져있고 약간은 된 듯한 그런 묽기의 죽이었습니다. 한수저 먹어보죠. 맛은 독특합니다. 게 특유의 맛이 깊게 배어있습니다. 게살을 먹는 느낌도 조금 나구요. 갯바위의 작은 게 특유의 비린내가 약간 나지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닙니다. 아, 정말 맛있다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특별하게 먹는 지역 특유의 음식 그 자체랄까? 뭔가 부족하지 않은 맛이 나름의 만족감을 줍니다.
그렇게 한그릇 비웠습니다. 다 먹고 남은 흔적을 보니 좀 잔인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문득 갯바위 틈새에서 두 집게를 살짝 세우고 경계하는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는 게가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아마 먹을 것이 없어 힘들었던 때에 사람들의 요긴한 먹거리가 되어주어 생명이 되어주고 삶이 되어주던 고마운 놈들이었겠죠? 그런 놈들이 요리가 되었을 때에는 남김없이 먹어주는 것이 예의인 법!^^
성산을 지날 일이 있으면 꼭 들러 맛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집입니다. 바로앞이 피닉스파크이고 공사중이라 높은 담벼락에 조금 가려있어 찾기가 쉽지 않을지는 몰라도, 꼭 찾아가서 경험할 만한 맛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겡이죽~~~맛날거 같아요~~~기대기대~~~^^
이집 제주에서는 꽤 유명한가봐요,.,.
제주도 여행갈때 검색하니까 많이 나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