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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야 김부타스 지음 / 고혜경 옮김
"마리야 김부타스가 기원전 7.000~3,500 년경, 유럽에 있는 신석기 초기 유물 2,000여 점을 조합하고 분류하여 기술적으로 해석했다. 당시에는 회화적인 모티브로 표현하는 것이 유일한 기록 방식이었는데, 이 문양들은 당시 사람들의 신화를 이해하는 열쇠다. (...) 이 시기 믿음은 우주가 위대한 어머니 창조 여신의 몸이고, 우주에 내재된 만물은 여신의 신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 이 시기보다 훨씬 앞선 인류 초창기 신화에 따르면, 만물을 출산한 지구는 먼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실체였다. 그리고 지구가 곧 위대한 창조 여신이었다." - 조셉 캠벨 (신화학자) 추천사 中
" 인간의 기원에 관한 다양한 신화들 중에서 20세기 후반부터 강하게 주목받는 현대 신화가 있다. '태초에 신들은 여신이었다. 당신은 기억하는가?' 메를린 스톤 (Merlin Stone) 의 책 서두를 장식하는 이 강력한 진술처럼, 소위 선사시대라는 역사 이전의 기나긴 인류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회 구조와 이념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고 이 새대를 여신시대라 통칭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남신시대는 인류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발명한 것으로 그 이전 오랜 시기 동안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평등과 평화를 실현하고 예술이 찬란하게 꽃 핀 시기가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이 시대 예술의 핵심은 생명에 대한 찬미였다.
인류사 초기 모권 중심 사회의 존재에 대해 맨 처음 주장한 사람은 역사학자 바흐오펜 ( J.J. Bachofen )이다. 신화가 단지 상상에 기반한 근거 없는 판타지가 아니라 역사적 기억을 토대로 성립되었다고 믿은 바흐오펜은 신화 연구를 통해서 인류 초기의 문화를 발굴하고 이 문화권의 신화 문법을 이해하려 했다. 과거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가부장제 이전 시대를 세 단계로 구분하는데, 아프로디테, 데메테르, 태양의 시대가 그것이다. 이는 각기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 역사 시대와 거의 병치한다. 초창기 모권제에서 가부장제로의 전이를 바흐오펜은 인류의 진화로 보았다. 이 전환으로 인류가 이성을 중시하고 초월적인 영성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흐오펜의 견해는 바흐오펜 당시에는 수용 되지 않는다.
(...) 여신 연구는 1970년대 들어서 더욱 활발히 재조명되고 재발견된다. 이는 주로 여성주의자들에 의해 주도 되었고, 역사시대에 여신 이미지들은 가부장제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연구의 초점을 선사시대 여신들로 옮겨 집중하게 된다. 김부타스가 재구성해낸 고대 여신 전통이 전문가 동료들보다여성주의자나 예술가, 영성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더 환영받고 널리 수용되었다. (...)위계가 아니라 평등, 초월이 아니라 임재, 단일이 아니라 다양함, 멈춤과 고착이 아니라 리듬과 변화, 우세와 지배가 아니라 조화, 김부타스가 해석한 고대 여신 전통의 특징들이다. (...) 아울러 '위대한 여신 (Great Goddess)'이라는 명명이 강조하듯, 온전한 여신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그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통해 < 위대한 어머니 여신 >이 그러하듯, 여신을 어머니로만 한정하는 가부장적 시각을 재고하게 해준다. 또 남신시대에 일어났던 빛과 선함만 존재하는 추상화, 이상화된 여신과 끔찍하고 사악한 마녀나 어두운 여신으로 분리된 여신은 온전한 모습이 아니라는 점도 선명히 부각시킨다... - 옮긴이 고혜경 서문 中
< 새 (bird) 여신의 상징, V자 문양과 쐐기 문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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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과 흰색으로 둘러싸인 바이올린 형상의 테라코다. 상반신 양쪽에는 쐐기, 허리에는 지그재그, 머리 윗부분은 이중
V자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고, 눈은 두 선으로 표현되었다. 아니톨리아의 초기 청동기 시대(기원전 2천년기 초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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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기, V자, 지그재그, M자, 미앤더 (meander, 번개무늬나 만 (卍)자 모양의 연속무늬, 그물망, 삼선(三線)등의 문양은 올드 유럽의 유물들에서 자주 나타난다. 신석기시대와 이후 시대의 토기에 관한 저술이나 논문에서는 이 문양들을 단순한 '기하학적 무늬'로 간주해왔다. (...) ㅣ 문양들은 여신의 몸 중에서도 젖가슴, 눈, 입, 음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생명을 출산하고 새로운 생명을 보호하는 특성을 드러낼 때 여신은 숫양, 사슴, 곰, 뱀 같은 동물의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여신이 뱀의 형상으로 표현될 때는 사람 모양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이는 새 여신의 분신으로 간주된다.
- 시각적으로 볼 때 V자 모양은 자궁 부위의 역삼각형에서 유래했다. (여신의 생식력 강조하는 표현)
-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에는 자연에서 마주치는 거위, 두루미, 백조 등의 이미지가 표현되어 있다.
- V자와 쐐기 문양의 일부는 사람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들 두 문양은 새 혹은 사람 모습을 한 새 형상과 연관된다
- 새 여신을 비롯한 여신들을 숭배하기 위해 그릇이나 조각상, 램프 등의 용품이 사용되었는데 여기에도 V자와 쐐기 문양이
나타나며, 이러한 경향은 1,000년 이상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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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그재그 문양과 M자 문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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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래에 M자 문양이 새겨진 조각상 / 등 뒤에도 M자 문양이 있고, V자 모양의 목걸이를 걸고 있으며, 앞의 M자 문양 아
래에는 재생의 상징인 나비 문양이 있다. (이탈리아 파소디코르보, 기원전 5,77~5,300년경)
도상학적으로 볼 때 물의 이미지는 선사시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지그재그나 뱀 문양으로 나타난다. 지그재그는 인류 최초의 상징적 모티브로 기원전 4만년 전 혹은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네안데르탈인들이 사용했다. 마샥은 현미경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지그재그 선이 뼛조각 끝에 다다랐을 때 새로이 다른 줄을 새기지 않고, 연장을 뼈에서 떼지 않은 채 뼈를 돌려서 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문양을 새겨 넣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그재그 문양은 후기 구석기시대에 흔히 나타나며, 주로 의인화된 형태, 새, 물고기, 남근이미지와 연관된다.
- M자 문양은 축약된 지그재그로, 이 두 가지는 자궁과 렌즈(음문)모양 안에서 발견되는데, 이는 이들 문양과 여성의 수분 및 양수의 천연성을 암시한다.
- M자 문양은 다양한 곳에서 관찰된다. 용기에 단독으로 장식되고, 손잡이 위아래에 새겨지기도 하며, 삼각, 사각, 렌즈 모
양의 판에 그려지기도 한다
- M자 문양과 물의 연관성은 이집트 상형문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무(mu'로 발음되는 상형문자 M자는 물을 뜻하며, 고
대 그리스의 알파벳 M자도 발음과 의미가 동일하다.
- M자는 문양은 물과 생명을 부여하는 기능이 있는 여신과 관련되며, 항아리를 장식할 때 주요한 문양으로 쓰인다.
- 거대한 항아리에 표현된 여신의 얼굴과 M자 문양의 결합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여신의 신성함은 물항아리를 통해 한층 강화되며, 여신이 생명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 미앤더 문양과 물새 >
구불구불한 뱀 문양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미앤더 문양은 후기 구석기시대에 맨 처음 등장한다. 미앤더 문양은 바로 이 시기부터 장식을 넘어 물에 대한 은유로 사용되며 새 여신에 등장하는 쐐기 문양과 연관되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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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앤더 디자인은 순동기시대에 절정에 이른다. 커다란 항아리나 접시 안쪽 표면에 리듬감 있는 피턴으로 그려지거나 새겨졌
다. 미앤더 문양은 관례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기본 문양은 항아리의 목이나 몸통에 두르는 띠로 변이되어 확산되었다.
< 새 여신의 젖가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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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천년기에 만들어진 많은 새부리 여신상들에 커다란 젖가슴이 달려 있는데, 이를 통해 이 시기의 주요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다. 가슴이 부각될 뿐 다른 특징은 없는 상들이 기원전 5천년기와 그후 수천 년 동안 계속 등장한다.
후기 구석기 시대에 들어서면 커다란 젖가슴이 달려 있고 새 가면을 쓴 여신 이미지가 등장한다. 막달레니앙 문화의 부리 달린 비너스는 잘 알려진 사례이다.
여신의 몸을 손가락 그림으로 예술적으로 형상화했는데, 젖가슴이 있으며 양팔 대신 날개의 윤곽이 묘사되어 있다. 개중 일
부는 새의 머리가 달려 있거나 새 가면을 쓰고 있다.
젖가슴 모양의 펜던트 구슬 : 상아, 사슴뿔, 뼈, 사슴이나 순록의 송곳니 등으로 만들어짐
신석기 시대 (농경시대)에도 점토 상이나 돌 조각에 젖가슴을 정성스레 표현하는 등 사람들은 여전히 젖가슴을 중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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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담는 접시 안에 새부리 여신상이 놓여 있는데, 이 여신상에는 작은 날개와 거대한 젖가슴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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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젖가슴 위로는 친숙한 v자 모양이 보이고, 새의 발톱처럼 보이는 세 손가락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입에는 둥근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런 표현은 베푸는 자 혹은 어떤 원천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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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이 자양분 가득한 용기로 표현된 것은 토기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관습이다.
- 왼쪽 그림 : 유두가 달린 갈색 항아리. 유두 위에 다중 쐐기 문양이 있으며, 목에 부리 모양의 마스크가 있다. (부리는 부러
짐, 세르비아의 라다체, 기원전 5,200~5,000년)
-오른쪽 그림 : 새부리가 있고 날개가 달려 있는 여신상. 크레타의 집단매장지에서 출토된 이 매력적인 유물에서는 초기 문
명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몸 전체가 흰색 지그재그와 평행선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고, 물병의 주둥이는 유두로 표
현되었다. 여신의 엄청나게 큰 눈은 또 다른 신성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쐐기, 평행선, 지그재그 혹은 물결치는 평행선 문
양이 곁들어진다. 이들 문양은 젖가슴으로부터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젖줄을 표현한 것이다.
( 크레타의 말리아, 기원전 3천년기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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