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보기 보리밥이라지만 반찬 따복따복 함께 먹는 맨밥으로보다 여러 야채와 비벼 비빔밥으로 먹기에 적절하다. 야채는 철마다 제철음식으로 바뀐다. 천안에서 울릉도 나물까지도 먹어볼 수 있다. 맛깔진 채식 선호하는 분이라면 맛있고 싱싱한 채소에 다시 오게 되는 집이다.
1. 식당 얼개
1) 식당 상호 : <목천삼뱅이보리밥>
2) 전화 : 041-565-0873
3) 주소 : 충남 천안시 동남구 공설시장2길 20-3 (문화동 52-1)
4) 주요 음식 : 보리밥비빔밥
2. 맛본 음식 : 보리밥(7,000원) / 8,000원(2018.12.)
3. 맛보기 1) 전체 : 메뉴는 보리밥 한 가지다. 35년 넘게 한 가지만 고집하며 해오고 있다 한다. 여러 야채가 먹고도 남을 만큼 푸지게 나온다. 쌈장까지 허수룩한 건 하나 없이 싱싱하고 맛있다. 반찬은 절기에 따라 바뀐다. 이번에는 운좋게도 울릉도 전호나물을 만났다.
2) 주메뉴 : 보리밥에 나오는 여러 소찬은 반찬 삼아 먹어도 좋고, 비빔밥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된장찌개가 짜지 않고 깊은 맛을 내므로 국으로 삼아 채소반찬을 하나하나 음미해가며 먹을 수도 있다.
비벼먹을 것을 생각하며 차리는 상이라 참기름과 비빔고추장이 나온다. 고추장을 넣지 않아도 반찬들이 각기 제맛을 내므로 그 조화만으로도 먹을 만하다.
보조메뉴 : 콩나물, 우거지들깨나물무침이 나온다. 우거지는 비빔밥을 부드럽게 해준다. 들깨맛이 고소하다.
3) 반찬 특기사항 : 이번 반찬의 꽃은 방풍나물과 전호나물이다. 방풍나물은 간혹 대할 수 있지만 전호나물은 첨이다. 전호나물은 울릉도에서만 나는데 동생 덕에 받아먹고 있다는 주인 아줌마의 친절한 설명 덕에 나물 내력까지 공부해가며 먹을 수 있었다.
4) 찌개, 국 밥 : 된장찌개는 흉내낼 수 없는 맛이다. 짜지 않아 맛이 부담스럽지 않다. 냉이가 잔뜩 들어 된장과 섞인 향이 일품이다. 된장찌개로만 비벼도 밥맛이 날 듯하다. 밥은 보리밥이다. 푸성귀와 보리밥, 잘 어울린다.
5) 김치 : 겉절이와 물김치가 맛을 잡아주는 중심이다. 물김치는 언제나 적절하게 약산 신 맛이 막들기 시작하는 지점에 있다. 비벼도 사각사각 제맛을 내며 감지된다. 겉절이는 싱싱하게 바로바로 무쳐 내와서 살아있는 맛이 좋다. 대부분 주인아줌마가 단손발로 준비하지만 헐한 구석이 없다.
6) 먹는 방식 : 맨밥으로 먹어도 비벼먹어도 좋다. 배추 고추 등 생야채는 따로 된장에 찍어먹게 나온다. 야채를 먹는 어떤 방법으로도 다 먹어볼 수 있게 하는 배려가 담겨 있다.
4. 맛본 때 : 2017.3월 4월
5. 음식 값 : 보리밥 7,000원 / 8,000원(2018.12.)
6. 먹은 후 <손을 부르는 울릉도 나물과 식당> 온갖 채소 속에 주인공처럼 찬란한 나물인데 한번도 본 적 없어 생소해하는 손님을 위해 주인아줌마는 울릉도에서 동생이 보내온 봄나물, 전호나물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 속에는 별식 준비 능력에 대한 자랑도 들어 있다.
귀한 음식에 감탄하는 손님에게 이어서 전호나물장아찌까지 소개해준다. 역시 동생이 담궈 보냈다는 장아찌는 한 통에 15,000원이다. 한번만 먹기 아쉬워 사서 집에 가져와보니 약간 신맛 나는 장아찌에도 막 무친 생나물의 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호나물의 향은 고수나 방아와 다르다. 눈꼽만큼 화한 맛, 눈꼽만큼 씁스레한 맛이 독특한 맛과 강한 향에 얹혀 사람들이 왜 나물을 먹는지를 말해준다. 전호 향과 전호 맛에 썰큰거리며 씹히는 맛, 마지막에 섬유질에까지 고대로 남아 있는 그맛은 나물 아니면 불가능한 맛이다. 사람들은 이런 맛을 기대하면서 나물을 찾는 것이 아닐까. 거기에 나물에 따른 독특한 개성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말이다.
어쨌든 전호는 부담스러워할 이 하나 없을 정도로 고운 향이 강하다. 향과 맛을 다 갖춘 나물이 솜씨 좋은 아줌마를 만나 무침도 장아찌도 별나게 맛난 음식이 되었다.
3월에 먹은 전호나물 맛에 엊그제 다시 찾은 식당, 이번에는 부지깽이 나물을 대표주자로 내세웠다. 부지깽이 나물이 전호나물과 함께 울릉도의 대표나물이라는 것도 또 한수 배웠다. 울릉도는 완전 미지의 섬이다. 제주도는 안 가면 왠지 삶에 뭔가 결여된 거 같고, 다 가는 제주도에 못가면 나만 동동거리며 살다 삶의 정수는 놓치는 결핍감이 드는 지역인데 울릉도는 안 가도 그만, 별 존재감 있는 섬으로 여기지 않아 온 것이 사실이다.
전호나물
전호장아찌
부지깽이나물
전호나물은 한자에서 온 이름 느낌인데, 부지깽이는 순우리말같다. 불쏘시개에 바람 잘들게 쏘삭거리던 그 부지깽이에서 유래했는지 모르겠지만, 토속적 이름임에는 분명해서 대조적인 작명방식이 눈길을 끈다. 그 봄나물들이 이름과 맛 등 다양한 통로로 말한다. 울릉도 문화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해풍으로 따로 농약 치지 않아도 해충이 덤벼들지 않아 모두 청정나물이라는 울릉도산 나물, 덕분에 나물의 왕국이라는 울릉도는 이제 울릉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구체적인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다.
울릉도 나물이 만들어준 명분은 또 하나 있다. 이렇게 특별한 나물로까지 맛을 내며 온갖 성의를 다하는 아줌마의 식당에 자주 들를 명분 말이다. 사실 별식을 만드는 정성으로 다른 음식도 만드므로 별식 아니어도 항상 식사가 끝나는 것이 아쉬워지는 식당인데 별식은 더 강한 인상으로 다시 오라고 손짓한다.
손님에게 다시 오고 싶어지는 마음을 심은 식당은 일당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오고 싶어지지 않는 식당이 이후 성업중이라는 소식은 별로 들은 적이 없다. 오고 싶어지는 집으로 만드는 아줌마의 성의와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하길 원하고, 이처럼 숨어 있는 풀뿌리 식당이 성업할 수 있도록 소중한 모범 사례까지 되어주길 빈다.
18년 12월 재방문 : 그 사이 손님이 늘어 한참 식사 시간에 가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성업중인 식당이 되었다. 사장 아주머니도 그 사이 더 관록이 붙은 거 같다. 주방장이자 사장님인 영업 구조는 작은 식당에서 가장 경제적인 운영방식이면서 사실상 필수적인 방식이다. 음식 맛을 모르는 사장이 주방장을 따로 두는 운영방식은 거의 필패구조이다. 맛을 모르면 식당 아닌 다른 업종 선택이 적절하다.
식당엔 앉을 자리가 없다. 얼마 전에만 해도 모임을 갖는 아줌마 부대들이 눈에 띄었는데, 그 사이 벌써 한가한 점심 약속은 불가능할 정도로 성업중인 식당이 되었다. 기다리는 사람들 덕에 정신없이 먹고 일어서야 하니 말이다. 바쁠 때는 서빙하는 분을 두고 적으면 혼자서 운영한다는 사장님, 이제 서빙하는 분이 있어도 정신없는 식당이 되었다. 마음 따뜻한 음식, 맛있는 음식을 모두 알아보는 것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이런 곳 알아보는 천안 분들도 모두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