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룡산(攀龍山)>
맑고 개운하다. 서울깍쟁이는 이런 음식 내기 어려울 듯하다. 깔끔하고 품격있는 맛에 어울리는 곁반찬도 맛있고 푸진 인심을 보여준다. 어쩌면 물산의 집산지인 서울의 강점 서울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한 면일 거다.
1 식당대강
상호 : 반룡산
전화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78길 26 1층구(지번) (대치동 894-4)
전화 : 02-3446-8966
주요음식 : 냉면, 가릿국밥
2. 먹은날 : 2021.10.29.점심
먹은음식 : 가릿국밥 10,000원
3. 맛보기
고구마전분으로 만드는 함흥냉면도 유명한 집이다. 함경남도에 있는 반룡산(攀龍山)으로 상호를 삼고, 함경도 음식을 전문으로 한다. 가릿국밥도 함경도 국밥이다. 가리는 갈비의 옛말이자 함경도 방언이다.
가릿국밥은 맑은 국물이 우선 압권이다. 짠뜩 들어 있는 파총과 두부, 찢은 양짓살, 지단채, 무 조각이 화려한 색상과 함께 기품있는 모습으로 입맛을 동하게 한다.
밑반찬도 제법 실하게 나온다. 달랑 깍두기만 나오는 서울식과 달리 깻잎김치에 숙주나물까지 찬으로만도 한 그릇 비울 만큼 성의 있게 나와,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푸근한 인심이 감지되니 식사에 안도감이 든다.
깔끔하고 격조있는 플레이팅이 우선 마음을 끈다. 적어도 깔끔한 맛에 개운한 한끼를 먹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든다.
국물 안에는 밥이 말아져 있고, 선지도 보인다. 선지가 들어가는 것이 가릿국밥의 특징이다. 육회를 넣기도 한다. 특으로 주문하면 처녑에 당면이 추가로 들어간다.
양념으로 넣은 파 외에 맛을 내기 위한 대파가 또한 그득하다. 모두 맑은 맛에 내는 데 기여한다. 외양처럼 맛이 담백하다. 기름지지 않고 느끼하지 않고, 맑은 육수가 매우 단아한 맛을 내서 외양에 대한 기대가 그대로 맛으로도 실현된다.
밥알도 맛있다. 토렴하여 넣은 밥이다. 국 말아서 금방 퍼질 거 같은데, 적당히 국물맛을 물고 있을 뿐 쉽게 퍼지지 않는다. 밥하는 재주가 대단하다. 밥이 퍼지지 않으니 국물도 계속 맑은 상태에서 먹을 수 있다.
원래 국물을 다 먹고 남은 밥을 옆에 놓은 양념장에 비벼서 먹는다는데, 솔직히 그러기에는 국물이 너무 많다. 그리고 국물에도 당연히 간이 있으므로 국물만 먹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밥이 꽤 많이 들어 있으므로 시도해봄직도 하다.
두부와 선지와 양지와 무, 새로운 조합이 특별하게 여겨진다. 개별적으로는 늘 만나는 식재료이지만, 이렇게 모아 놓으니 또 새롭다. 새 조합으로 새 음식이 만들어진다. 맑은 소고기무국과도 또 다른 풍미다. 더 풍성하고 그윽한 맛이다. 좋은 음식이다. 새로운 음식, 새로운 맛에 감사한다.
깻잎김치가 일품이다. 간도 색도 다 좋다. 양념이 적당히 진하다. 깻잎 생 맛이 상큼하게 간직되어 국밥과 잘 어울린다.
국밥에 나오는 숙주나물. 고마운 차림이다. 국밥에 깍두기만 먹고 나오면 참 허전하다. 상을 풍성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맛도 좋아 성의가 그대로 느껴진다.
깍두기, 너무 익지 않아 좋다. 약간 신 맛이 도나 아주 신선하게 여겨진다. 간도 적당하고, 젓갈맛이 진하지 않다.
김치는 아주 좋다. 맛이 살짝 든 정도만 시간이 지난 김치, 시지도 않고 맛을 잘 머금은 배추도 싱그럽다. 양념이 진하지 않아 개운하게도 여겨진다.
4. 먹은 후
1) 가릿국
함경도지방 향토음식의 하나이다. 갈비를 쓰지 않고 사골·양지머리 등을 고아 만들기도 하는데, 육회와 선지를 얹어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특성은 함경도가 기온이 낮은 곳이므로 더운 곳에 비하여 음식이 쉽게 변질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드는 법은 먼저 갈비를 무르게 고아 식혀서 기름을 걷어내고 갈비는 뼈를 뺀다.
또는 사골과 양지머리를 냉수에 담가 피를 뺀 다음 무르도록 고아서 고기를 가늘게 찢는다. 선지는 펄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건져 냉수에 담가 피를 뺀다. 우둔살은 가늘게 채로 썰어 갖은 양념에 무쳐 육회를 만든다.
준비가 되면 큰 대접에 밥을 담고 뜨거운 육수로 2, 3회 토렴한 뒤, 삶은 고기 찢은 것과 선지 삶은 것, 두부 등을 얹고 그 위에 육회를 얹는다. 가릿국은 다른 장국밥과 달리 먹는 법이 독특하다. 보통 장국밥은 밥과 국물을 함께 먹는데, 가릿국은 국물을 먼저 다 먹은 다음에 양념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전재)
함흥의 명물 가릿국밥은 이제 여기저기서 먹어볼 수 있다. 반룡산 외에도 서울 여러곳에서 가릿국을 한다. 실향민들이 향수로 부활시킨 음식이지만, 이제는 서울음식을 풍성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지류가 되고 있다.
2) 이 식당을 끼고 있는 곳은 대치베스트 맛의거리이다. <반룡산>이 이 거리를 빛내준다. 서울에도 이런 거리가 곳곳에 있어 좋다. 음식의 거리가 풍요롭고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서울에는 이런 거리가 더 많아야 한다. 서울에만 왔다가는 외국인들이 제대로 서울과 한국을 맛보고 가게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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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글을 읽고 회사 근처라 반가운 마음에 회사 동료들과 가보았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가릿국밥 먹으니 든든하고 따뜻했습니다.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맛있는 식당, 좋은 식당을 알려서 관심있는 분들에게 좋은 음식을 드시게 하면서 음식을 발달시키고, 좋은 식당 경영자분들도 도우면서 의식주 생활문화 중 유일하게 남은 한국 음식문화를 탐구해보자는 것이 이 맛집 탐방의 취지입니다. 이 코너를 보시고 찾아가 드셨다니 어렵게 글을 쓰는 보람이 있습니다. 찾아 드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렇게 댓글까지 남겨 주셔서 작성자에게 힘을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