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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 커피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최대 생산국답게 브라질산 커피는 특별히 커피 파는 곳에서 싱글 오리진 원두를 쓴다는 말이 없거나 가게 자체 블랜드를 쓰고 있다고 하면 거의 90% 이상의 경우에서 브라질 원두가 있다고 보면 좋을 정도로 대부분 블랜드 커피에 대부분 들어가며 블랜드 커피에서 바디감을 받쳐주는 역할은 한다. 그래서 모르는 사이에 많이 마시고 있는데,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등 대다수 커피 음료들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버번과 문도노보 품종을 주력으로 키우며 부드럽고 구수한 향에 강한 바디감으로 묵직한 맛을 가지고 있는 커피다. 다만 자체의 아로마라든지 특성이 약하고 마시는 도중에도 약간 식으면 산미가 강해지는 특징이 있다. 보통 염가의 블랜딩 커피를 마실 때 처음엔 괜찮았는데 마시다보니 신맛이 난다면 이건 보통 브라질산 원두의 비율이 높아서이다. 스페셜티 업계에서 그동안 저평가받던 산지이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품종과 가공으로 개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콜롬비아 - 브라질 못지않게 생산량이 많은 국가이다. 콜롬비아 마일드 커피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커머셜급에서는 부드럽고 견과류 풍미를 가진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산미가 적고 부드러운 바디감을 가지고 있어 한국인들의 취향에 가장 맞는 커피이다. 맛도 그렇지만 원두 모양이 고르고 크기도 큰 편이기 때문에 선물용으로 싱글 오리진 커피를 고려한다면 콜롬비아가 가장 먼저 추천되곤 한다. 하지만 스페셜티급으로 가면 로스터리들이 라이트로스팅으로 아프리카 커피들 같은 꽃, 과실, 허브등의 화려함을 강조한다[33]. 특히나 고산 지대에서 생산된 원두들은 아프리카 못지않은 강렬한 산미의 커피들도 많이 나온다. 다양한 품종과 내추럴, 허니, 워시드, 무산소 등 가공에서도 매우 다양한 선택지를 가진 곳으로 가장 맛의 선택폭이 넓은 국가다.
자메이카 - 블루마운틴이라고 불리는 고급 커피로 유명하다. 국내 유통 중인 커피 생두 기준으로 블루마운틴의 가격은 코나의 2배 정도로 책정된다. 국가적으로 커피 유통을 통제하며 일정 품질 이하의 커피는 수출이 불가능한데다 일본이 70% 이상 거의 전량을 독점 수입 후 역수출하기 때문에 가격대가 매우 높은 편이다.[34] 단맛과 신맛, 쓴맛, 바디감, 향 등 커피의 요소들의 밸런스가 매우 좋은 커피다. 단점은 밸런스가 좋은 커피의 특징이 역설적으로 비싼 가격에 비해 특별한 개성이 별로 없다는 것. 이런 높은 가격으로 인하여 최대한 저가로 재현하기 위해 블랜딩 커피로도 많이 만들어 지고 있는 편으로 진짜 제값 내고 제대로 된 블루마운틴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블루마운틴 블렌드인지 오리진 원두인지 잘 판별하고 고르도록 하는 편이 좋다.[35]
과테말라 - 커머셜인 안티구아는 강배전할 때 스모키한 풍미가 특징이다. 스페셜티 커피들은 단맛이 많이 살아나고 스모키한 성향이 별로 없다. 유명 농장인 엘 인헤르토나 산타펠리사의 커피들을 마셔보면 과테말라가 스모키하다는 말은 틀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스타리카 - 수세식과 내추럴의 절충안인 허니 프로세싱의 발상지이다. 단맛이 강하며, 산미는 커머셜 급에서도 비교적 강한 편이고 다크초콜릿 향에 적당한 바디감이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따라주라는 지역이 유명 산지다. 국가에서 법적으로 로부스타 생산을 금하고 커피연구를 장려하는 등, 스페셜티 씬에서 영향력이 강한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아라비카종의 멸종이 예견되고 있기에 현재는 로부스타종도 허용하고 있다.
쿠바 - 스폐셜티의 종류 중 하나인 크리스탈 마운틴의 산지로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에 버금갈 정도로 품질이 좋은 커피로 인정받고 있다. 헤밍웨이의 커피로 유명한 편이며, 약간 묵직한 편인 바디감과 밸런스 잡힌 향이 특징. 물론 가격이 초 프리미엄이 붙어있는 원두들 만큼 비싸게 취급받는 초고가 원두는 아닌 편이지만, 생산량 자체가 한정되어 있는 커피라 가격은 100g당 1만 원 후반~2만 원대로 충분히 프리미엄급에 속하는 편.
니카라과 - 과일 계통의 향과 은은한 신맛과 단맛을 가진 커피로서 조화로운 향미가 특징이다. COE 자격을 계속 유지하는 유명 생산지이기도 하다.
도미니카 공화국 - 묵직한 바디에 산뜻한 신맛이 조화된 커피로서 은은한 단맛과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온두라스 - 신선한 나무향이 특징이며 드라이하고 조화로운 맛을 가진 커피다. COE 자격을 계속 유지하는 유명 생산지이기도 하다.
파나마 - 달콤한 향과 산뜻한 신맛이 특징인 커피로서 적당하고 섬세한 바디감을 가진 커피다. 특히, 게이샤 커피는 스페셜티로 유명하며 파나마 게이샤의 원조격인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는 최고 경매가를 갱신 중인 가장 비싼 커피이다.[36]
멕시코 - 한때 미국 수요를 대기 위해 저급의 대량 생산식 커피가 재배되었으나 이후 국가적인 관리가 시작되어 대부분의 커피가 유기농 생산되며 일정 수준 이하의 생두 수출 자체가 금지된 국가다. 유기농 커피로서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을 가진 커피로 유명하다.
볼리비아 - 볼리비아 자체는 그렇게 커피 산지로 명성이 높은 나라는 아니지만, 최근 몇몇 게이샤들이 상당히 고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타케시 농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2600masl)와 그에 걸맞는 고품질의 커피로 유명하다.
엘살바도르 - 주로 파카마라를 많이 키워서 산미가 강한 편이다.
페루 - 감귤 계통의 향미와 다크 초콜릿과 같은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이 조화를 이루는 커피이다. 2019 COE기준으로 다른 국가 COE들과는 다르게 COE 순위권에 게이샤 품종보다 버번 계열의 품종이 많다. 스페셜티급으로 가면 플로럴한 향도 종종 나는 편이다.
아라비카 품종과 로부스타 품종 둘 다 생산된다. 묵직하고 쓴맛이 강한 게 많은 게 특징이다. 또한 "흙내"로 지칭되는 독특한 풍미로 매니아층이 두텁다. 타 지역 커피 특유의 신맛을 싫어하거나, 커피는 역시 쓴맛과 묵직한 바디감으로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시아 쪽이 잘 맞는다.
인도네시아 - 수마트라, 술라웨시 섬에서 많이 생산되며 묵직한 풍미가 특징이다. 가장 유명한 만델링 품종의 경우 다크 초콜릿으로 대표되는 강한 쓴맛과 거기에 어우러지는 단맛, 두꺼운 바디감과 이국적인 흙내가 특징인 커피다. 술라웨시의 토라자는 일본에서 비싼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대신 이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커피가 악천후 때문에 특별한 반수세식 가공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특유의 흙냄새가 발생하는데 수세 가공 과정의 확립에 따라 흙내가 줄어들고 좀 더 균형 잡힌 맛을 지향하는 중이다. 그 유명한 루왁커피도 인도네시아산. 일반소비자에게는 상관 없지만 많은 판매자와 홈로스터들이 애증을 가지고 있는 생두인데, 저 반수세식 가공 과정이 결점두를 너무 많이 유발하기 때문. 스페셜티 급에서는 최근 게이샤를 재배하여 생산 중인데 가공 특유의 향미와 어우려져 독특한 뉘앙스를 자아낸다.
태국 - 치앙라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도이 창 커피가 유명하다. 건식 가공을 하며 균형 잡힌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커피다. 타 생산지 대비 개성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아서인지 무산소 가공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베트남 - 생산량만으로 따지면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커피 생산 대국이지만 대부분이 로부스타다. 본래 아라비카도 재배했으나 병충해로 전멸하다시피 한 뒤 로부스타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스페셜티 커피 유행에 따라 달랏 등 지방에서 다시 아라비카를 시범 재배하고 있다.
중국 윈난 성 - 원래 차, 그중에서도 청차와 보이차의 생산지로 유명하지만 커피의 이익률이 높은 점이 알려지고 또한 늘어난 중국 내 커피 소비량을 커버하기 위해 재배되고 있다.[37] 순수 아라비카 품종만 생산하며 밸런스가 잘 잡혔다는 상당히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인도 - 인디아 몬순이 대표적이며 독특한 특유의 풍미를 갖고 있다. 이 지역의 기후 때문인지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떫은 듯한 뒷맛이 매력이라고 평하곤 한다. 로부스타 품종으로도 꽤 괜찮은 싱글오리진이 나온다. 블렌딩에 짙은 느낌을 내기 위해 배합되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지만 한국 최대 생산지는 약 3만 그루의 커피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전라남도 화순이며, 제주도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도 있다.관련 기사 이 외에 커피 매니아나 화분 매니아 중 일부가 실내에서 커피 모종을 키우는 경우도 있지만 관상용에 가깝다. 키우는 것도 쉽지 않아서 열대 우림 지역에서 자라는 특성상 집 밖에서는 키울 수 없고 집안이나 비닐하우스에서 키워야 한다.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겨울에 창문도 열지 못한다. 그리고 실내에서 키우면 흰 솜같이 생긴 작은 벌레인 솜털깍지벌레가 엄청나게 생긴다.
전남 고흥군에서도 커피를 시범 생산 중이다. 하지만 부처 공무원들의 탁상행정+농장주들의 경쟁심리 때문에 지지부진.
한국은 애초에 기후가 북회귀선, 남회귀선 안쪽의 커피 벨트 국가들보다 훨씬 추운 편이고, 생산성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 커피 농업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상업화에 성공한다 해도 국산 프리미엄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량, 생산에 필요한 설비(비닐하우스), 난방비까지 고려한다면 프리미엄이 붙어서 상당한 고가일 가능성이 높다.
파푸아뉴기니 - 복합적이고 화려한 향과 진한 바디감, 산뜻한 끝맛이 특징인 커피다. 시그리, 아로나, 마라와카 등의 산지가 있으며 맨 처음 커피 농업을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 티피카 종자를 파푸아뉴기니에서 심었기 때문에 블루마운틴의 이름을 붙이고 판매한다. 값도 자메이카보다 훨씬 싸다. 다만 가격이 싼 만큼 아무래도 원본인 자메이카의 맛과 향을 따라가지 못 한다는 평이 많다. 재배 환경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그래도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원두 중 하나. 최근에는 블루마운틴 이외의 품종들도 들여와 혼합 재배하는 등 차별화를 위해 노력중이다.
하와이 - 하와이도 커피를 생산한다. 다른 원두들에 비해서 생산량이 적어서 희귀한 편이다. 그래서 하와이안 코나 팬시의 경우 매우 비싸다. 카페마다 다르지만 한 잔에 시가로 적혀있거나 2만 원이 넘는다(...). 파인애플 같은 맛이 나며, 향 산미 등의 밸런스가 뛰어나고 뒷맛과 향이 오래 남을 뿐만이 아니라 깔끔하다. 영국 왕실의 공식 커피로 선정되어 있기도 하다. 단 자메이카 블루마운틴과 마찬가지로 코나 블랜드로 적혀 있는 경우 코나 원두는 몇 프로 들어가지고 않고 다른 원두를 섞은 것이며 일부는 아예 코나 원두는 들어가지도 않는데 코나 커피의 맛을 흉내낸 블랜드(...)라고 파는 경우도 있다.[39]
세계 3대 커피라는 것도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가끔 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이는 과거 영국 왕실에서 마시던 커피들을 동경하던 일본에서 생겨난 일종의 마케팅이다.[40][41] 단적으로, 일본에서 말하는 세계 3대 커피와 한국에서 말하는 세계 3대 커피가 다르다.
일본: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킬리만자로(탄자니아 AA)
한국: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안 코나, 예멘 모카 마타리
일단 이 시점에서 3대 커피는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싼 커피를 3대 커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가장 비싼 축에 들어가는 루왁커피나 블랙 아이보리가 비싼 이유는 맛이 아니라 희소성 때문이다. 동물을 거쳐서 생산된다는 이유로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42] 이처럼 가격으로 3개를 끊는 것도 뻘짓이라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스페셜티 등급뿐 아니라 Cup of Excellence 같은 국제적으로 공신력있는 커피 평가 대회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해당 대회에서 지속적으로 고득점을 받는 커피들이 최고의 커피라고 칭송받고 있으며, 위에 적힌 3대 커피의 명성은 점차 잊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커피는 파나마의 게이샤 품종 커피이며, 파나마 농장 중에서도 에스메랄다 농장의 원두가 원조다.[43] 해당 커피 원두 값은 일반 스페셜티 커피의 3배에서 5배를 우습게 웃돌며, 드립커피 한 잔에 저렴해야 만 원 언저리로 마실 수 있다. 특히 쟈스민향을 중심으로 한 화려한 풍미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COE에서 수 년간 높은 순위를 기록한 농장의 원두들도 사실상 최상급 커피로 취급받으며, 대표적으로는 과테말라의 엘 인헤르또 농장의 커피가 있다.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COE 5위 이상을 벗어난 적이 없다.[44][45] 더불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유배지로 유명한 세인트헬레나산 커피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데, 나폴레옹이 유배 시절 "이 섬에서 믿을 만한 것이라곤 커피 맛 말고는 없다"라고 말해 그 유명세가 더해졌다. 세인트헬레나 섬은 장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 환경을 유지하였으며 커피 재배하기에 아주 좋은 기후를 갖추고 있다고 하며, 생산량도 지극히 적어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이처럼 단순히 호사가 입방아에만 올랐던 고급 커피의 명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공신성있는 기관의 평가가 더해진 커피들이 진짜 맛있고 질 좋은 커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COE 등과 같은 커피 평가 대회에 입상하는 순간 해당 농장 커피의 가격이 급상승하기 때문에[46], 농장에서도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어 커피 업계에 선순환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커피 열매는 다 익으면 붉은 껍질이다.[47] 크기는 체리 정도. 대추같이 생긴 열매에서 과육을 벗기고 씨앗을 말린 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부르는 커피다. 누리끼리한 초록색이 돌도록 말린 씨앗을 '생두(Green bean)'라 하는데, 모든 커피 가공의 기본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씨앗을 감싸고 있는 과육도 새콤달콤하며 산지에선 주스 등으로 음용한다. 단 과육에도 카페인이 함유되어있기 때문에 입에 붙는다고 줄창 먹다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보통 커피 열매 한 개에는 씨앗 두 개가 들어있다. 그런데 간혹 커피 열매 한 개에 씨앗이 한 개만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피베리라고 한다. 일반적인 원두와 다른 독특한 풍미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48]
커피 열매의 껍질을 벗겨내는 방법은 크게 건식(Natural) 가공과 수세식(Washed) 가공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동, 남아메리카 지역이나 동남아 지역에는 건식 가공 원두가, 아프리카나 중부 아메리카 지역에는 수세식 가공 원두가 많다. 이외에도 여러 방식으로 가공된다.
건식 가공(내추럴)은 말 그대로 말려서 과육을 떼어내는 것이다. 한국에서 고추를 널어 말리는 것처럼 커피 열매를 널어 말린 뒤 마른 과육을 맷돌이나 절구 등을 이용하여 껍질을 벗겨내는 방식이다. 물이 귀한 중동 지역에서 유래되었다. 말리는 과정 중 특유의 다크초콜릿과 견과류같은 풍미가 생기며 수세식 가공 원두에 비해 자연적인 단맛이 유지되므로 단맛이 은은하게 나서 이러한 풍미를 배가시킨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커피 열매가 나무에 달린 채로 마를 때까지 놔뒀다가 따서 가공하기도[49]하는데(sun-dried on the tree) 이런 경우 열매가 무르익어서 고유의 단맛이 더욱 강해진다. 하지만 건식 가공의 단점은 과육의 성분이 원두에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보관이나 가공이 잘못될 경우 특유의 메주같은 쿰쿰한 냄새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세식 가공(워시드)은 커피 열매를 물에 담가두어 과육이 불어서 떨어지면 씻어내어 가공하는 것이다. 비교적 물이 풍부한 에티오피아 남부나 케냐에서 유래되었다. 물에 담가두는 중 일종의 발효 작용이 발생하여 독특한 신맛과 복합적인 과일향을 가지게 된다. 지역에 따라 가공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씻어낸 뒤 바로 햇볕에 말리는 것이 기본이나 한 번 씻어낸 뒤 그 물에 다시 일정 기간 담가두어 2차 발효를 유도한 뒤 말리는 곳도 있다. 수용성인 카페인이 물에 녹아서 어느 정도 빠지기 때문에 카페인 함량이 건식 가공에 비해 낮다.[50]
코스타리카에서 개발한 건식과 수세식의 절충안인 허니 프로세싱이라는 방식도 있다. 점액질을 어느 정도 남기고 가공하는 방식인데, 허니 프로세싱의 ‘허니(Honey)’는 가공 과정에서 생두에 남아 있는 점액질이 마치 꿀처럼 보인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이렇게 하면 단맛과 향미를 원두에 농축시키기 때문에 다른 가공법에 비해 비교적 단맛이 높은 편이기도 하다. 허니 프로세싱은 또 점액질을 얼마나 남길 것인지에 따라 세분화된다.[51]
무산소 발효 프로세싱(anaerobic processing)이라는 시범적으로 쓰이는 가공법도 있다. 다른 커피체리에서 얻어진 점액질만을 따로 모아 파치먼트 상태의 생두와 함께 무산소 탱크에 밀봉한 후 천천히 발효 과정을 거치는 식이다. 이를 거친 생두는 알코올, 와인, 메주 등 발효 음식을 연상시키는 강렬하고 자극적인 향미를 얻게 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기후가 워낙 악천후인지라, 대부분의 가공 과정에서 커피 열매를 세척 직후 완전 건조하지 못하고 거의 바로 까 버리기 때문에 생두에 수분이 많이 남게된 상태로 판매하게 된다. 이를 현지어로는 길링 바사/영어로는 세미워시드, 웻 훌드(Wet Hulled)라 부르는데 이러한 과정 때문에 인도네시아 커피들은 소위 '흙 향'으로 비유되는 특이한 풍미가 생기고 발효 과정이 짧기 때문에 산미가 약한 커피가 된다. 생두 상태의 품질에 좋지 않은 가공 방식이라 결점두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고 스페셜티 커피의 추세에 맞지 않아서 인도네시아 커피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길링바사 이외의 가공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생두를 굽거나 볶는 과정인 로스팅(roasting)을 거치면 잘 알려진 갈색 빛이 도는 커피 원두가 완성된다. 볶는 정도는 일반적으로 볶는 시간과 불의 온도에 따라 크게 약, 중, 강배전으로 나누며, 이를 '배전도'[52]라고 한다. 육안으로 보면 대체로 짧은 시간 동안 구운 원두는 연한 갈색이 나타나고, 오랫동안 구운 원두는 진한 갈색이 되고 윤기(기름기)가 돈다.[53] 커피를 구성하는 맛은 크게 '신맛', '단맛', '쓴맛'으로 나누어 지며, 볶는 시간이 짧으면 신맛이, 길 경우는 쓴맛이 나타나고 단맛은 그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커피 원두가 가진 고유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볶는 정도를 맞추는 것이 정석이다. 예를 들어 신맛이 특징인 에티오피아산 원두는 약배전을, 쓴맛이 특징인 인도네시아산 원두는 강배전을 하는 게 일반적이나 이것 역시 각 생두마다 다르고 볶는 사람의 취향과 볶은 원두의 용도에 따라 다르니 정석이 따로 없다.[54]
세계 각국(단체)별 배전도(Roasting)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9단계)
① Extra-Light ② Very Light ③ Light ④ Medium Light ⑤ Medium ⑥ Medium Dark ⑦ Dark ⑧ Very Dark ⑨ Extra-Dark
북미지역[55] (6단계)
① Cinnamon Light ② Medium ③ American Light ④ High American Light ⑤ Full City ⑥ Espresso Europian
일본 (8단계)
① Light ② Cinnamon ③ Medium ④ High ⑤ City ⑥ Full City ⑦ French ⑧ Italian
달리 말하면, 아무리 좋은 원두라도 적절한 배전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배전도를 무시하고 억지로 볶는 경우 제맛을 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몇몇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일부 원두 수입업자들은 해외에서 원두를 수입하여 유통할 때 미리 강배전으로 팍팍 볶아 매장에 공급하는 경우가 많기에, 좋은 원두라고 해도 쓴 맛만 강하게 나는 경우가 제법 많다. 반대로 COE[56]원두나 루왁, 블랙 아이보리 커피와 같이 기본 단가가 어마어마한 원두의 경우, 원하는 맛을 찾기 위해 마음껏 원두를 굽고 볶고 지지고 했다간 커피는 내려보지도 못하고 콩과 돈만 날리게 될 수 있어 취급할 때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일도 더러 있다고 한다.
집에서 하는 홈로스팅의 경우 수망, 프라이팬[57], 뚝배기, 가마솥이나 전용도구를 쓰게 된다. 양면팬을 사용하면 그나마 껍질 날리는 것을 컨트롤하기가 쉬워진다. 수망을 쓰려면 집 밖에서 하거나 사전에 준비를 잘 해야한다. 채프(chaff, 커피원두의 껍데기)가 장난 아니게 날린다. 프라이팬은 코팅되지 않은 걸, 뚝배기는 질그릇을 써야 한다. 다른 재질은 금갈 수도 있다.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면 파는 것처럼 고르게는 어렵다. 그래도 민감한 편이 아니면 마실 만하고, 비용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58]
홈 로스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서 kg급 로스터를 돌린다거나[59], 베란다에서 로스팅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는 것보다도 나쁜 행동임을 명심해두자. 가스레인지로 핸디로스터를 사용하는 정도는 괜찮겠지만, 강하게 볶는 경우에는 이것도 다른 집에 냄새가 넘어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차라리 가정용 소형 자동 로스터를 사용하는 게 민폐가 덜하다. 정 가격대가 문제라면 스텐 육수통을 하나 사다가 손잡이와 받침대를 달아 사용하면 비슷하게 사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