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냉면 황해식당>
냉면 전문식당이다. 냉면은 출생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북쪽에서 왔다는 다른 냉면보다 맛이 좀 진하다는 느낌이다. 냉면으로만 한끼 채우기에는 허허롭다는 걱정은 완자전으로 잡는다. 맛과 실속에 부족함이 없다.
1. 식당얼개
상호 : 옥천냉면 황해식당
전화 : 031) 772-9693
주소 : 경기 양평군 옥천면 고읍로 140
주요음식 : 냉면, 완자, 편육
2. 먹은음식
냉면 10,000원, 돼지고기 편육/완자전 20,000원
먹은 날 : 2020.4.23.점심
3. 맛보기
냉면을 점심 메뉴로 시키지 못하는 것은 한끼 식사로 왠지 부족한 것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 아침이 부실했거나, 차가운 면발을 좋아하지 않으면 확실히 회피하는 메뉴가 된다. 냉면을 구운 고기 먹은 후 입가심으로 먹는다는 인식도 냉면을 한끼 메뉴로는 피하게 한다. 그것을 완자와 편육이 보완해준다.
성업하는 식당의 경영인은 대개 맛도 알지만 식탁을 짜는 비결을 안다. 전주 해장국밥집 현대옥의 콩나물국밥에도 상차림의 비결이 보인다. 콩나물국밥을 아침 이외이 메뉴로 피하는 것도 허허로운 영양과 분량 때문. 그래서 오징어를 더하고 김을 더했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밥도 더 준다.
OO할매해장국, 유명한 집이었는데, 어느날 본점에 가서 먹어보니 여러가지가 부족했지만 우선 상차림이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밑반찬을 해장국밥의 찬으로 내오나, 근데 요즘 그 해장국밥집 찾기가 힘들다.
각설하고 덕분에 완자와 편육 덕분에 독립 메뉴로도 끄떡없는 상품이 되고 잘 차린 한상이 되었다. 하지만 덕분에 만만치 않은 밥값이 옥에 티가 되었다.
냉면 맛은 호불호가 갈린다는데 글쎄, 먹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개운하고 깔끔하고 심플하고, 맛과 모양새가 다 그랬다. 외관부터 확실한 프로 냄새가 난다.
국물 맛은 깊으면서 개운하다. 다른 냉면집에서 흔히 맛볼 수 없는 맛이다. 간장 맛이 약간 나면서도 육수의 깊은 맛을 담았는데, 느끼한 맛이 전혀 없다. 처음에는 맨 육수의 맛을 보고 음미한 후, 식초를 넣어 보면 또 맛이 쑥 한 단계 올라간다. 거기다 겨자를 넣으면 압권이다. 맛을 단계별로 즐길 수 있다. 단계별로 완성도는 높아지지만 그대로 먹어도 부족함이 없다.
이 정도면 프랑스 북부처럼 식탁에서 양념 치워도 될 거 같다. 그런데 단계별로 어떻게 먹어도 육수 맛의 변이가 다 만족을 줄 거라는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이쯤이면 한 단계 더 높아진, 맛에 대한 자신감이다.
면은 굵고 쫄깃하고 탱글거린다. 부드러운 면발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두 숟갈 후에는 곧 익숙해져서 탱탱한 면발위로 안겨드는 국물 깊은 맛에 금방 중독된다.
육수는 돼지고기 어느 특정 부위가 아닌 통돼지로 맛을 낸단다. 조화의 맛인 거다. 면은 메밀과 고구마로 직접 만든다. 메밀은 가루부터 직접 낸다. 다행히 요즘은 고른 화력으로 조리할 수 있어 언제나 일정한 면발을 뽑아낼 수 있단다. 맛에는 귀신 다 된 집 아닌가.
찬이라고는 달랑 무김치 이거 하나다. 첨엔 섭섭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으나, 딱히 다른 반찬이 요구되지 않는다. 무김치는 냉면도 완자도 편육에도 모두 소용되는 일석삼조의 찬이다. 맛은 달지도 짜지도 시지도 한고 시원한 맛을 낸다.
2년간 염장 숙성한 무를 무쳐내 만든다. 육수를 내는 간장도 직접 담근다. 밥을 요구하는 손님에게 햇반을 내미는 게 성의 없게 느껴졌지만, 주요 음식에 정성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오히려 냉면 맛을 음미해가며 먹는 것이 좋은 음식 누리는 비결이고 이 맛집에 온 목적을 달성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햇반 판매는 익숙해지기 어려운 선택이다.
완자와 편육이다. 주목할 건 완자,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야채를 넣었는데 질리지도 않고, 잡냄새도 없고, 퍽퍽하지도 않고, 식감도 좋다. 냉면보다 먼저 먹으면 좋은 거 같다. 한끼 영양과 포만감에서균형을 잡아준다. 반접시는 4개가 나온다.
하지만 편육은 추천이 좀 망설여진다. 팍팍하고 딱딱한 느낌이다. 완자만으로 충분한 거 같다. 식탁에 내오는 시점도 좀 때를 넘은 느낌, 딱딱한 것은 그래서일 거 같다.
그런데 일부러 삶아 식혀 내온다니, 이런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을 것이다. 그것은 취향의 문제다. 그러나 보통은 삶고 난 후 시간이 지나 굳어진 것은 맛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4.먹은 후
1)
인근에 사나사가 있다. 용문사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사찰이다. 용문사 아래 사하촌에서는 많은 음식점이 있고 기념품 산나물 등등 많은 팔것 장사들이 있는데 이 사찰 아래는 그런 것들이 없다.
여기 냉면집을 비롯한 음식점들이 사나사 아래 사하촌 역할을 해주나 실제로는 그렇게 연계되어 알려지지 않은 거 같다. 냉면을 먹고 사나사에 가보면 호젓하고 알뜰한 하루 나들이가 된다.
2)
황해도 냉면, 6.25때 내려와 북에서 하던 대로 냉면집을 열어 1952년부터 해오고 있다. 북에서 내려온 음식은 냉면 외에도 여러가지다. 북한식 순대가 있고 만두, 떡국, 막국수 등이 있다. 이들 음식은 재료와 모양새가 많이 다르지만, 다른 음식도 남한 음식과 조리법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음식은 언어처럼 어릴 때 근원적으로 몸에 붙게 되므로, 많은 사람에게 고향은 음식으로 기억된다. 북한을 고향으로 하는 실향민들은 그래서 특히 음식에 더 집착을 하게 되었을 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음식점을 열어 음식을 지키고, 고향을 지켰다.
덕분에 우리는 북한 음식을 먹어볼 기회를 갖게 되고, 신선하고 특별한 맛에 매력을 느끼게 되어 일부 음식점은 아예 그 일대가 해당 음식 거리가 되어 버리기도 햇다. 속초 청호동이 아바이 순대마을이 된 것도 그런 배경이다. 가까이 여주 천서리 막국수촌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평북 강계 사람들이 만들어 팔던 막국수가 천서리 명물이 된 것이다. 상호도 아예 강계봉진막국수다.
이곳 냉면도 그렇게 황해도 냉면이 퍼져 거리가 되었다. 이제는 옥천 명물이 되었다. 양평에 오면 옥천에 와서 냉면을 먹어야 한다. 옥천은 양평에 와야 할 이유가 되었다.
이렇게 소종래를 다양화하여 결과적으로 남한 음식은 더 풍성해졌다. 음식 한류의 출발은 이렇게 지역 음식을 살려내 음식을 풍성하게 하는 거다. 세계에 널리퍼진 광동 음식도 그렇다. 북쪽에서 내려온 객가인 음식을 넘어 조차지 프랑스 음식, 마카오의 포르투갈 음식이 골고루 다 들어 있다.
외국 음식도 받아들여 제 나라 음식을 만들어 외연을 넓히는데 우리 음식인 북한 음식은 더 적극 살려내야 하지 않겠는가. 북한 음식에 먼저 길들어 보는 것, 문화 통일의 단초라고도 할 수 있다.
* 사나사도 함께 몇 장면 보기로 하자. 와유, 누워서 하는 여행을 해보자. 노사나불(비로사나불)을 모셔서 사나사다. 용문사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다. 당연히 유명하지도 않다. 계곡만은 그곳보다 더 화려하다. 사찰은 깔끔하고 단아하다.
맛깔쓰럽고 깔끔한 옥천냉면과 같이 깔끔한 사찰이다.
사찰은 <경기인천 가볼만한곳>에 따로 소개한다.
*사나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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