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인공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자 (3)
너트(nut)
너트는 바위 틈에 끼우는 작은 금속 조각이다. 설치가 쉽고 간편하여 등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알루미늄이나 구리 재질로 되어 있으며, 밑이 좁고 위가 넓은 역사다리꼴 육면체 모양에 철제 와이어가 달려 있다. 단순하지만 바위 틈새에 쐐기처럼 끼워 잘 설치하면 캠보다 더 안전할 수도 있다.
너트의 크기, 모양, 재질 등은 매우 다양하다. 연필심 정도의 크기에서 주먹만한 크기의 너트, 단순한 육면체에서 앞뒤의 크기가 다른 불규칙한 모양의 너트, 알루미늄 뿐 아니라 철이나 황동으로 된 너트 등 각 제조사마다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바위 틈새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적합한 너트를 선택하여 쓰면 된다. 다른 장비에 비해 작고 가벼우며 설치와 회수가 쉽기 때문에 사용방법을 잘 익히면 장비의 무게도 줄이고 빠르게 등반할 수 있다.
너트를 설치할 때는 크랙의 위쪽 넓은 틈으로 금속 몸체를 넣어 끼운 다음 아래쪽 좁은 곳으로 밀어 넣어 움직이지 않게 단단히 고정한다. 크랙의 크기에 비해 작은 너트를 사용할 경우 큰 힘을 받으면 빠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크기의 너트를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바위가 약해 쉽게 부스러지는 곳에 사용하면 안 된다. 너트는 캠 사용이 어려운 크랙에서도 빠르고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확실하게 설치하면 매우 튼튼한 지지력을 얻을 수 있다.
너트를 설치한 후에는 반드시 아래로 당겨서 고정 상태를 확인한다. 정확히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로프의 움직임에 따라 너트가 저절로 빠질 수 있다. 너트를 설치한 곳에서는 가급적 긴 슬링을 연결하여 너트가 흔들리거나 위로 딸려 올라가지 않도록 하여야 안전한 확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피톤(piton)
피톤은 크랙에서 확보물로 설치하는 일종의 쐐기를 총칭하는 것이다. 캠이나 너트도 피톤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피톤은 보통 캠이나 너트 등을 사용할 수 없는 크랙에서 확보물로 설치하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금속 장비를 말한다.
크랙의 모양, 크기, 깊이에 따라 다양한 피톤을 사용하며 모양에 따라 나이프형과 앵글형으로 나눈다. 나이프형은 크랙에 박히는 부분의 단면이 1자 모양의 버드빅, 러프, 나이프 블레이드, 로스트 애로우등이 있다. 앵글형은 크랙에 박히는 부분이 V자 모양으로 꺾여 있으며 나이프형보다 넓은 크랙에 사용된다.
버드빅(birdbeak)은 매우 유용하고 편리하게 많이 사용하는 피톤이다. 새의 머리와 부리와 같은 모양으로 끝으로 갈수록 두께가 얇고, 좁고 뾰족해지는 모양이다. 수직이나 사선 방향의 좁은 크랙에 녛고 망치로 머리 부분을 아래쪽으로 두드려 박으면 더 깊이 들어간다. 회수할 때는 박을 때와 반대 방향으로 두드려 뺀다. 위 아래로 쳐서 빼거나 조금 움직이면 구멍에 캐러비너를 걸어 피톤회수기(풀척)으로 회수할 수 있다.
버드빅에 확보할 때 가능하면 슬링을 이용하기보다 버드빅의 구멍에 캐러비너를 걸어 직접 연결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등반 높이를 높일 수 있고 더 안전하다. 버드빅은 인공등반에서 매우 유용한 장비지만 다른 장비와 걸려 불편할 수 있으므로 머리가 위쪽으로 가도록 하여 이중장비걸이의 위쪽에 착용하는 것이 좋다.
러프(RURP, Realized Ultimate Reality Piton)는 좁은 크랙에 사용하는 작은 피톤이다. 버드빅처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주로 아주 미세한 수평 크랙에 확보물로 사용한다. 수평 크랙에서 러프는 마찰력과 비틀림에 의해 지지력을 얻을 수 있으나 좁고 얕게 박혀 있으므로 큰 무게를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나이프 블레이드(knife blade)와 로스트 애로우(lost arrow) 는 주로 수평 크랙에 사용하며 지레의 원리와 비틀림에 의해 지지력을 얻을 수 있는 확보물이다. 두 피톤은 비슷하지만 나이프 블레이드는 크랙에 박히는 날과 슬링 또는 캐러비너를 거는 구멍이 수직이며 탄성이 강한 반면에 로스트 애로우는 날이 조금 더 두껍고 구멍이 같은 방향이며 탄성이 적은 차이가 있다.
앵글(angle)은 단면이 V자 형태로 조금 더 넓은 크랙에서 사용할 수 있다. 나이프형 피톤보다 3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안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가급적 바위에 상처를 주지 않고 흔적을 남기지 않는 클린 클라이밍(clean climbing)이 확산하면서 큰 앵글은 작은 캠이나 너트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모양과 크기와 기능의 캠이나 너트가 많이 개발되어 있다.
피톤은 모두 기본적으로 좁은 크랙에 망치로 때려 박아서 바위와 피톤의 마찰력과 비틀림이나 걸림, 지레의 원리에 의해 지지력을 얻는 확보물이다. 잘 박힌 피톤은 두드릴 때 맑은 소리가 난다. 그러나 바위가 약해 부서지거나 흔들림에 의해 빠지게 되면 위험하므로 항상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고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헤드(head)
헤드는 고난도 인공등반에 사용되는 확보물이다. 단순히 2~3mm 정도의 철 와이어에 무른 금속인 구리나 알루미늄 조각을 붙여 놓은 것이다. 헤드는 캠이나 너트를 사용할 수 없는 작은 크랙이나 구멍 등의 틈새에 넣고 망치로 때려 짓이겨 붙이는 확보 장비이다. 바위가 단단하면 밖으로 벌어진 작은 크랙에도 설치할 수 있다.
구리가 알루미늄보다 질기기 때문에 작은 크랙에는 구리 헤드, 조금 더 큰 크랙에는 알루미늄 헤드를 사용한다. 가로로 난 작은 크랙에는 고리모양의 서클헤드(circle head)를 사용하여 양쪽으로 힘이 분산되도록 한다.
헤드를 설치할 때는 먼저 피톤 등을 이용하여 크랙을 깨끗이 청소한다. 적당한 크기의 헤드를 골라 해머로 두들겨 모양을 만들고 설치할 곳에 대고 해머로 두드린다. 작고 좁은 곳은 해머 피크로 두드리고 더 작으면 정이나 로스트애로우 등의 피톤을 사용한다. 설치가 끝나면 헤드의 위 아래를 두드려보고 만약 빠진다면 다시 설치한다.
헤드는 짓이겨 붙인 알루미늄이나 구리 조각이 체중을 간신히 버티게 된다. 빠질 가능성이 크므로 가급적 사용을 최소화한다. 등반자가 딛고 오르는 데에만 사용하고 일단 사용했으면 빠르게 다음 확보물을 찾거나 설치하여야 한다.
(계속)
* 이 글에 사용된 사진과 그림의 일부는 인터넷 등에서 캡쳐하였습니다. 정확한 원본 출처를 알 수 없는 것이 많아 밝히지 못한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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