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농업이 거듭 진화하고 있다. 이제 제주지역에서 나오는 농·특산물이 단순생산에서 벗어나 가공, 유통, 체험에 이르는 다양한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른바 6차 산업은 ‘1차 농·특산물 생산, 2차 제조 또는 가공, 3차 유통·관광·외식·치유·교육을 통해 판매’를 합친 걸 뜻한다. 제주엔 ‘수다뜰’이 있다. 여성들이 모여서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수다를 떠는 곳이 아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가지고 직접 가공한 제품을 팔고 있는 ’농가수제품‘의 공동브랜드이다. 그 중심엔 여성 농업인들이 있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야하는 ‘수다’(手多)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농촌교육·체험농장도 6차 산업 실천현장이다. 이들을 만나 제주농업 진화와 미래를 확인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 | | 제주지역 대표적인 빛깔인 쪽색에 푹 빠져 '감쪽같이 색이 피는 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희 대표 |
“제주에서 자생하는 토종감, 제주바다 빛을 담은 직접 재배한 쪽. 감과 쪽이 함께 만나 색을 만들고, 색을 입히고, 색을 피워 감쪽같이 색이 피는 집이 됐어요.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색인 감색과 쪽색, ‘감쪽색’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죠” 제주시 조천읍신조로56 동수동 복지회관 옆에서 농촌교육농장인 ‘감쪽같이 색이 피는 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희 대표(51). 이 대표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지만 일찍부터 농업관련 활동과 염색에 관심이 있어서 열정을 갖고 직접 실천해오고 있다. “염색에 손을 댄 건 한창 천연염색 바람이 불었던 30대 때부터였죠. 풋감이 나는 철만 되면 주로 감염색을 미친 듯이 했어요. 특히 양파껍질로 염색하면 예쁘다고 해 직접해보니 샛노란 색이 올라오면서 신기함을 느꼈죠. 종류별로 매력을 느껴 하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네요” 쪽 염색과 인연은 염색교육을 받으면서 부터였다. 한창 염색교육을 받다보니 제주다운 색이 쪽색이라 확신했다. 쪽 농사를 직접 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엔 쪽씨를 얻어 100평쯤 재배하면서 자신이 직접 쪽 염료를 만들고, 발효하는 과정을 보면서 쪽에 빠져들게 됐다. 그 뒤 쪽 재배면적을 점점 늘려 이젠 1000평에서 재배한 걸 수확해 염료를 만들어염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친환경농촌 운동에도 관심이 많다. 1997년부터 7년여 동안 제주시 신촌리에서 ‘생드르 영농조합법인’산파역을 맡아 초창기 멤버로 활동했다. 이 모임은 처음엔 젊은 농업인 7~8명이 주축이 됐고, 친환경농산물·가공품 생산과 유통, 친환경농산물 급식공급과 농업기술 교육 등을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07년 신촌리에 ‘감쪽같이 색이 피는 집’둥지를 들었다. 처음 작업장 10평에서 출발, 7년 동안 천연염색을 해오다 지난해(2013년) 지금 자리(동수동복지회관 옆)로 옮겼다. 이곳을 농촌교육농장으로 문을 연 이 대표는 직접 농사와 염색을 하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염색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 | | 오손도손 함께 일하고 있는 이대표와 이순미씨 |
# “쪽 염료 ‘니람’ 직접 만들어 전통방식으로 염색” 농사는 쪽 1200평, 홍화 500평, 콩 1000평과 깨 등 3000평에서 이 대표가 짓고 있다. 주목적은 자신이 하는 염색과 교육을 위한 염료를 구하기 위해서다. 이곳의 쪽 품종은 ‘요람’이다. “주변에서 나는 모든 식물이 염색 재료라 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색을 얻는 과정, 염료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다시 색을 입히는 과정 등을 통해 작품을 마무리하는 게 늘 흥미롭죠. 감과 쪽 염색뿐만 아니라 홍화꽃으로 붉게 염색을 하는 것도 신비감이 있죠” 이곳에선 쪽빛 염색체험과 침구류 원단 소품 등을 만들고 있다. 물론 감염색도 한다. 감물을 들이는데 쓰는 풋감(재래감)은 주변 농가에서 구해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쪽물을 들이기 위해서 쪽 원료를 중국에서 수입 분말을 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직접 자신이 쪽을 재배·수확해 염료를 만들어 쓰고 있다. 쪽 염색 원료인 ‘니람’(泥藍·쪽빛 나는 진흙)은 이 대표가 연간 350㎏를 생산하고 있다. 남편이 직접 만들어 준 염료추출 통 2개(1개에 13.5톤 들이)를 유용하게 쓰고 있다. 쪽 염색 체험은 쪽이 나는 성수철인 7~10월까지 학교나 생활개선회 등 단체가 찾아와서 한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콩은 소규모로 누룩을 만들어 된장 만들기 체험에 쓴다. 체험은 예약을 받아서 스카프 옷 티셔츠 인견조끼 이불 패드 소품 등을 만든다. 문양을 만드는 방법에서 염색하는 방법까지 교육한 뒤 염색을 직접 체험하게 한다. 2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에서 이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는 이순미 씨(50)는“이 대표는 쪽을 직접 재배하고 전통방식으로 혼자서 하고 있어요. 그 과정이 힘들어 염색인들조차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데요. 이를 극복하면서 친환경적으로 염색을 하는 걸 보면 자랑스러워 함께 하고 있어요”라고 전한다. 일반염색은 인디고 분말가루를 가지고 짧은 시간에 염색을 하지만 전통방식으로 하려면 과정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염색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쪽은 원래 ‘인디고’란 색소로, 합성염료로 개발되면서 청바지(블루진)를 만들어요. 쪽 염료는 환원이란 과정을 통해서만 염색이 돼요. 환원하는 방법을 보면, 지금은 일반적으로 화학성 있는 환원제를 통해 염색해요. 하지만 여기선 전통환원 방식으로 쪽 재배, 수확, 잿물 염료를 내리고, 누룩도 직접 빚고, 발효을 통해 쪽빛 얻어 염색을 완성하고 있죠” 환원과정을 보면, 쪽은 2월에 육묘로 파종, 3월말에서 4월에 밭에 심어, 수확은 7월초와 9월초 두 차례에 걸쳐 염료를 채취한다. 수확한 ‘쪽풀’을 거둬 염료 통에 넣어 물을 채워, 2~3일(여름엔 기온에 따라 다르지만)이 지나면 쪽풀에서 청록색 물이 녹아 흘러나온다. # “천연염색 인식 나아지고 더욱 사랑해주길” | | | 쪽에서 나온 빛깔 |
| | | 쪽 염료인 '니람'을 만드는 통 |
그때 쪽풀을 건져내고 나머지 청록색 물에서 이물질을 제거, 녹아나온 쪽물에 석회가루(조개 나 굴 껍질을 태운 것)을 넣어 계속 젓다보면 색깔 변화가 일어난다. 석회는 물에 떠다니는 색깔을 머금어서 앙금으로 가라앉게 되고, 그 다음날 누렇게 떠 있는 물을 버리고, 바닥에 있는 앙금을 모아, 채를 쳐 물기를 빼 얻어진 게 바로 ‘니람’이다. 홍화 대를 태워 뜨거운 물을 넣은 잿물(알카리성)에 니람을 넣고 적정비율로 섞어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저어주고, 거기에 누룩 등 영양분을 공급하면 청색 빛 물이 염색을 할 수 있는 연두색과 녹색 빛으로 된다. 이 과정이 ‘환원’이고, 바로 염색조건이 된 것이다. 걸리는 기간은 열흘정도, 가을엔 한 달 정도이다. “앞으로는 홍화염색까지도 하려고 해요. 홍화씨가 인체 가운데 뼈에, 특히 여성들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어요. 홍화를 직접 재배, 꽃을 따서 다져 홍화 병(떡)을 만들어 놨다가 빨간색 염색을 해요” 이 대표는 쪽 품종은 다양한데, 연구하는 곳이 없고, 대량생산을 통한 규격화가 쉽지 않아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대만에 있는 쪽(산람)을 키워보고 있고, 인도에서 재배하고 있는 ‘인디고페라’를 시범하고 있있지만, 직접 하려니까 힘들어요. 연구하는 곳이 있었으면 해요. 천염염색 생산을 하는데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적절한 값을 책정하기도 어려운 점도 있죠” 앞으로 천염염색 전망은 상품을 개발하고 체험을 늘려간다면 밝다고 이 대표는 보고 있다. 천연염색 벽지·한지 등도 개발되고 있고 개발할 분야는 많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에 관계없이 꾸준히 일할 수 있는 것도 매력으로 꼽는다. ‘더불어 함께하는 삶‘이 생활철학인 이 대표는“앞으로 천연염색 제품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아지고, 힐링·친환경을 실천 천연염색을 더욱 사랑해주고, 애용해 주길 바라죠” 이순미 씨는 “이 대표는 염색 뿐만 아니라 사업 방향자체를 지역주민과 도시민 힐링 까지 염두에 넣어 같이 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이곳을 수익보다 함께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나누는 연대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귀뜀한다. “이곳은 지역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작업·모임장소로 제공하고 있어요. 바람이 있다면, 지역민과 함께 지역에 남아도는 방을 천연염색 체험관으로 활용하는 특색 있는 민박사업을 꿈꾸고 있어요. 이곳 동수동에서 신촌마을까지를 문화체험의 거리로 만들고 싶어요. 현재 신촌에 한지·도자기 하고 있는 분들과 모여서 신촌 알리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공유하는 문화기획을 꿈꾸고 있어요” ※‘감쪽같이 색이 피는 집’은 제주시조천읍신조로56(동수동 복지회관 옆)에 있다. 연락은 ☎064-782-0886이나 010-7459-6145 로 하면 된다.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