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제목에 쓰여진 문구를 아는 사람은 나와 동시대를 살며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짝꿍 ‘안중현’을 통해 처음으로 PC통신이란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중현이는 지금 잘 살고 있으려나?
통신에 들어가는 전화번호가 바로 ATDT 01410 이다.
컴퓨터를 켜고 해당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파란 화면이 나온다.
그러면 첫 화면에서 자막이 깜빡이는데 여기에 ATDT 01410 이라고 치면 띠띠띠띠띠~ 소리를 내면서 전화선을 통해 통신에 접속이 된다.
사이버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번호라고나 할까?
지금의 메타버스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접속 후 만나는 세계는 영화 아바타처럼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고 놀라웠다.
존재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간이 있다는 것과 내가 그 공간에 들어와 다른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사실이 큰 쾌감이었다.
여러 통신이 있었지만(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나는 나우누리 통신 서비스를 이용했다.
처음에는 이게 너무 신기하여 야자가 끝나고 10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면 매일 밤 문을 살며시 잠그고 부모님 몰래 ATDT 01410을 눌렀다.
전화선을 이용하기에 통신 접속시 외부에서 전화를 걸면 계속 통화중 상태가 된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은 부모님이 잠드는 11시 이후에 몰래 PC 통신에 접속을 한다.
덕분에 이렇게 한 달이 지나면 전화비가 평소보다 많이 나와 엄마에게 많이 혼났다.
그래서 그 이후엔 몰래 몰래 티나지 않을 정도로 나만의 사이버 세계에 접속을 하여 음악도 듣고 사진도 다운받고 사이버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었다.
당시는 지금과는 다르게 문자 기반의 환경이었기에, 모든 출력은 키보드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그래서 타자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에서는 ‘한컴 타자 연습기’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컴퓨터 시간마다 교내 타자 대회가 열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난 검지만 사용하여 타자를 치는 독수리 타법만 구사하고 있었다.
이 통신을 통해 맘이 맞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공간을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 동호회의 시초 되겠다.
좋아하는 게 같은 사람들끼리 동호회 공간을 개설하여 이야기도 나누고 소식도 올리는 아주 간단한 소통이었다.
대부분 시간을 정해 대화를 했고 게시판을 이용하여 의견을 나누곤 했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광주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여 실제로 오프라인 모임을 열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본 적은 없었다.
여기저기 구경만 하다가 음악 감상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였다.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의 취미는 음악 감상이었는데 나도 역시 그랬나보다. ㅋㅋㅋ
언젠가는 동호회 공간에서 광주 진월동에 사는 사람을 만났다.
너무 반가워 이것저것 물어보니 내 또래의 여학생이란다.
사이버 공간에서 만난 사람이 이 진월동 어딘가에 산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이 설레고 흥분이 되었다.
아니 실은.. 내 또래 여학생이란 사실 때문이지 않았을까?
나도 영화처럼(그 당시 영화 ‘접속’이 유행이었다.)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오프라인에까지 이어지려나 하고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이제는 매일 정해진 시간 동호회 대화창에 들어가 그 여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여학생 역시 거의 매일 대화창에 들어왔다.
학교 이야기, 진로 고민 등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동네라 그런지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더라.
충분히 친해졌다고 생각이 되자 나는 용기를 내어 동네 편의점 Buy the way에서 한번 만나자고 했다.
그 여학생도 나와 마음이 통했는지 어렵지 않게 그러자고 했다.
평일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10시쯤 편의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여 나는 조금 일찍 편의점 앞에서 그 여학생을 기다렸다.
근처가 대성여고라 수많은 여학생들이 그 앞을 지나가 그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한참을 기다리니 교복을 입은 어떤 예쁜 여학생이 다가오더라.
서로 너무 부끄러워 얼굴도 잘 들지 못한 채 인사를 했고 편의점으로 들어가 차가운 콜라를 한잔씩 나누어 마셨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PC통신 이야기, 학교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통신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진 걸로 기억한다.
새롭고 놀라운 번개 첫 경험이다.
그러고는 고3이 되어 공부하느라(진짜?) PC통신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것 같다.
바탕색이 파란 PC통신 화면이 지금도 한 번씩 기억난다.
ATDT 01410 이라고 치면 과거의 그 시절로 돌아갈 것만 같다.
항상 지나고 나면 과거가 현재보다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그런가?
예전이 참 좋았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서 사회에서 만난 친구보다 예전 친구가 더 좋은 걸까?
누군가가 옛날을 추억하며 PC통신 어플을 개발해주면 참 좋겠다.
예전처럼 해보고 싶다.
#나의진월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