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말 하는 정답
“섬에서 왔다고?”, “아 그런 섬도 있구나.”
신기하다는 듯 하는 질문들은 매번 날 부끄럽게 했다. 악의 없이 궁금해 하며 섬에도 “이런거 있어?”라고 묻은 말에도 “나는 응 다 있어” 하면서 거짓말을 한 채, 퉁명스레 대충 얼버무려 화제를 돌렸었다. 부끄러웠다. 하나도 부끄러울 점이 아닌데 그저 도시와 멀리 떨어져 배를 타야 집을 가고,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내 집 내 섬 생일도는 크면 클수록 숨기고 싶은 비밀이 되어 버렸었다.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은 캠프를 마친 뒤 SNS에서나 겨우 내가 섬에 사는 아이라는 것을 알았고 난 이것마저도 싫어 게시 글을 삭제하곤 했다. 심지어는 여전히 내가 섬에서 나온다는 것을 모르는 친구들도 몇 있다.
뭐가 그렇게나 부끄러웠을까. 도시 친구들과 다르게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고 놀 곳이 없다는 거? 잘 놀다가도 배 시간이 되면 맞추어 집에 들어가야 하는 거? 솔직히 이제와 생각해보면 사소한 것들 이외에 장점이 많으면 많았지 숨길 게 나도 없다. 학교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앞에 예쁜 바다가 보이고 누군가는 태어나서 한 번도 타보지 못한 배를 일주일에도 몇 번씩이나 타고, 학원이 없으니까 학원에 지쳐 살지 않아도 되고, 따로 갈 필요 없이 신발 벗고 들어가면 바다가 내 수영장인데.
숨겨야했던 건 내 섬 내 집 생일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 아름다움을 감사하지 못하는 내가 아니었을까? 섬이라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섬이라서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는 걸 모르는 내가.
다시 한 번 불어봐 주세요. “너 어디에서 왔어?” “아~ 저는요 생일도라는 섬에서 왔어요. 불편하지 않나구요? 비록 학원도 없고, 편의점도 없지만 공기 맑고, 집 앞에 수영장 대신 예쁜 바다가 있는걸요”라고 정답을 말 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