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에 당신의 체중이 숨어있다.

[이승근]

3-8. 냉장고 속에 당신의 체중이 숨어있다.

얼마 전 음식은 내 몸에 꽂는 주사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다. 음식은 결국 내 몸의 일부가 된다는 필자의 생각과 100% 일치하는 같은 뜻 다른 표현이다. 즉, 내가 먹는 음식은 내 몸 속에 들어가 내 피를 만들고 내 세포를 만드는 밑거름들이니 좋은 음식을 골라 먹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은 냉장고에 보관된다. 물론 최근에는 가공식품의 무한한 발전으로 실온 보관이 가능한 많은 먹을거리들이 부엌의 서랍장, 우리 책상 서랍의 한 켠에도 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기본적인 먹을거리 창고는 냉장고이다. 5년 전, 잘 알고 지내는 선배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가족 모두 초청을 받은 자리인지라, 함께 외부에서 식사를 마치고 난 후 헤어지기 아쉬워 선배의 집에서 잠시 들러 간단히 와인 한 잔을 마시기로 했다. 아이들끼리도 워낙 친분이 있는 사이였기에 모두들 냉장고를 뒤져가며 서로 아빠들의 안주와 간식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냉장고를 열어보고 깜짝 놀란 우리 아들의 그 한 마디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우와, 이모, 마트 옮겨두셨어요?” 정말 딱 맞는 표현이었다. 냉장고는 많은 음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먹다 만 피자조각은 물론, 각종 햄과 프렌치 포테이토, 해시 포테이토, 얼린 식빵, 퍼먹다 만 아이스크림과 조각 떡, 굽다가 넣어둔 고기들, 쥐포, 진미채 등 언제 넣어두었는지 모르는 전 뭉치까지 웬만한 마트를 방불케 할 정도의 음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냉장고에는 콜라와 커피음료, 맥주와 즉석우동, 대용량 치즈 및 아이들을 위한 요구르트, 가공 우유, 초콜릿이 가득했고, 생전 보지도 못한 각종 드레싱과 맛내기 용 소스로 옆 칸까지 빈틈없이 차 있었다. 그 때 어리고 순진했던 우리 아들은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 집엔 양파랑 된장, 계란이랑 토마토만 있는데.” 선배의 집에는 시부모님이 계셨다. 시부모님까지 모시고 사는 대가족이었기 때문에 무엇이든 대용량 사이즈로 음식을 구매해 두지 않으면 음식이 모자란다고 하면서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막상 와인 한 상을 차리면서 한숨 쉬며 한탄하는 선배의 신세는 같은 여자로서도 너무 속상했다. 작년 1년 365일 중 단 50일만을 집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300일 이상은 모두 병원에서 병간호를 하며 잠을 잤다는 것이다. 시아버지, 시어머님이 모두 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진단을 받으셨으며 심장질환, 급기야는 뇌경색까지 오셔서 수술과 입원을 하셨고 그에 더하여 체중이 증가하니 디스크로 인한 통증이 더욱 심해지셔서 작년에는 결국 한 분씩 차례로 수술을 받으셨다. 한 동안은 동시에 두 분이 대학병원 다른 병동에 서로 다른 병명으로 입원해계시는 최악의 상황까지 간 적이 있다고 한다. 매일 새우잠을 자가며 자신의 몸을 돌볼 새가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남편 또한 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이 심해짐과 동시에 디스크에 문제가 생겨 수술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족의 식생활은 여전했다. 인심 좋은 형부가 수술 후 완쾌되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냉동실 구석에서 얼굴만 한 쥐포 다섯 장을 꺼내더니 앞 뒤 표면에 올리고당을 희석하여 담갔다가 포도씨유를 표면에 바르는 것이 아닌가. 설탕보다는 올리고당이 좋고 포도씨유는 몸에 좋은 기름이라며 기름을 잔뜩 바른 후 기름을 통째로 부어낸 튀김 팬에서 바삭하게 튀기기 시작하였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짠 내, 단 내, 기름 내음이 집안에 퍼졌지만, 아이들을 환호성을 지르며 아빠는 요리사라며 즐거워했다. 이미 선배의 딸은 중학생임에도 80kg이 넘었다. 아무리 좋은 충고라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 충고는 충고가 아니기에 조언주고 싶은 답답함을 꾹 참았다. 그 날 밤, 선배와 친절한 형부는 와인 3병을 마시며 우리를 집으로 보내주지 않고 붙잡았다. 결국 새벽 2시가 되어 만취가 된 형부가 잠자리로 뻗는 모습을 보며 겨우 빠져나왔던 기억이 있다. 어떠한가? 바로 이 가정의 냉장고 하나만으로도 필자는 가족의 건강과 체중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앞으로 걱정되는 것은 선배와 아이들의 건강이다. 이미 비만은 시작되었지만, 부모도 아이들도 비만한 자신의 몸에 대해 불편해 하지 않는다. 그저 모두 아프니 잘 먹어야 아픈 치료를 견딜 수 있고 한 명이 퇴원하면 파티 하듯 모두 모여 과식 축제를 벌이고 또 병간호를 하면서 아픔을 위로하는 동변상련에 익숙해져 있었다. 가끔씩 그 선배로부터 “어쩌면 너는 지금의 나이에도 그렇게 피부와 몸매를 잘 관리하고 사니?” 질문을 받으면 이 책처럼 장황한 다이어트 이야기보따리들을 풀어서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저 “언니, 마트에 직접 가지 마시고 언니도 바쁘니까 저처럼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세요. 살 것만 사게 되니까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많이 절약되고 좋더라고요. 저도 장보러 마트에 한 번 나가면 계획에 없는 물건이나 음식들을 한 순간 유혹에 못 참고 사게 되어서요.” 선배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이었다. 여러분의 냉장고는 미래의 체중을 충분히 예상하게 해 준다. 아마 1등급 다이어트 1개월 시작점에서 버리고 채우는 뒤엎기 훈련을 제시했을 것이다. 이젠 나쁜 것을 버리는 단호함, 몸에 좋은 야채 몇 개를 더 구비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건강하고 몸에 좋은 1등급 음식들로 냉장고를 채운다면 당신의 몸은 건강한 몸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군살이 절대 불지 않게 될 것이다. 내가 먹는 그 1등급 음식들이 살 빠지는 동력장치를 내 몸에 장착시킨 듯이 쏙쏙 영양만 먹으며 군살 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1등급 음식으로 가득 찬 냉장고에서 과지방이나 비만의 체형이 나을 가능성은 없다. 그러니 당신의 냉장고는 현재와 미래의 당신의 체중을 가능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여기, 당신의 냉장고를 평가하게 해 줄 좋은 기준을 만들어보았다.

	냉동실	냉장실
살 빼는 냉장고	냉동해산물(오징어, 새우, 굴) 소고기 안심, 닭 가슴살 닭 안심 냉동야채(브로콜리, 컬리플라워), 연어, 대구살	야채: 토마토, 파프리카, 버섯, 양파, 콩나물, 시금치, 아욱, 근대, 치커리, 콜라비, 아스파라거스, 오이, 상추, 깻잎, 마늘 과일 : 사과, 딸기, 참다래, 자몽 그리고 생수
체중 유지 냉장고	냉동만두, 즉석탕, 즉석찌게 등심, 가브리살, 항정살, 불고기, 냉동 콩, 고등어	무설탕 플레인요거트, 두부, 우유, 두유, 고구마, 도라지, 고사리, 감자, 복숭아, 오렌지, 귤, 한라봉
살 찌는 냉장고	삼겹살, 우삼겹, 돼지갈비, 차돌박이, 떡갈비, 동그랑땡, 햄, 어묵, 포장 떡, 즉석양념요리, 옥수수, 튀김가루, 명절음식	면류 : 즉석우동 즉석냉면 음료: 탄산음료, 가공유, 케첩, 마요네즈, 각종 드레싱, 과일: 포도, 망고, 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