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남정맥 줄기가 만경평야를 굽어보면서 솟구쳐 절경을 이룬 곳이다. 대둔산은 한듬산을 한자화한 이름으로 한은 크다는 뜻이며 듬은 두메, 더미 덩이의 뜻을 일러 큰두메산, 큰덩이의 산을 뜻하나 이제는 사시사철 등산객이 붐비는 도립공원으로 변해있다.
우뚝 솟은 봉우리마다 독특한 형상이 담긴 대둔산은 잘 다듬어진 조각품에 분재의 군락을 보는 것 같은 수석의 보고이다. 올려보든 내려보든 시선이 멈추는 곳은 모두가 아름답고 좌우로 보면 볼수록 신비하고 웅장해서 입을 벌린 채 산수화 병풍 속에 온 마음을 정좌하게 되는 곳이 대둔산이다. 흙보다는 돌멩이가 많은 산, 돌고 돌더라도 오르락내리락 하기보다는 가파른 비탈길이 심한 곳이다. 이래서 대둔산을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격찬한다.
고뒷동산 같은 모습으로 가꾸어진 대표적인 곳은 집단시설지역에서부터 "금강문→금강구름다리→삼선바위→마천대" 코스이다. 현재는 호텔 뒤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 이를 이용하여 오르내리거나 도보로 옥류동을 출발하여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20여개 넘고 넘어 마천대에 이르고 다시 금강문으로 나오는 길, 시설지역에서 석두굴을 거쳐 마천대 용문굴로 나오는 코스와 안심사에서 마천대와 용문굴을 경유하는 코스, 거기다 '마천대→낙조대→태고사→진산'으로 이어지는 코스 등은 등산로 정비만 이루어지다면 관광지로 각광을 받을 것이 분명하였다.
심오하고 미묘함이 가득한 대둔산은 어느 봉우리든 전후좌우의 모습이 밉거나 보기 싫은 곳이 없다. 자연석 대신 손쉽게 깔린 시멘트 길을 따라 3백m쯤 오르면 입장료를 받는 매표소가 있고 조금만 가물어도 물기가 말라버리는 금강계곡을 끼고 8백m 지점에 다다르면 금강문이 나온다.
여기서 하늘을 바라보면 높이 81m지점에 길이50m, 폭 1m의 구름다리가 보이고 흔들거리는 구름다리에서는 무서움에 지린 사람들이 밑을 보지 못한 채 조심스레 발을 옮기고 중간에 주저 앉아 울어버리거나 괴성을 지르며 호연지기를 실험해 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바윗돌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1백m의 계단은 연간 평균 60만명이 오르내린 까닭으로 손 닿는 곳마다 번질번질 윤이 날 정도이다.
숨가쁘게 경사 60도의 비탈길을 오르면 구름다리에 이르게 되고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금강 구름다리의 아스라함을 만끽할 수 있고, 심장이 약한 사람은 아예 등산로를 이용하면 된다. 금강 구름다리에서 2백m쯤을 더 가면 삼선구름다리 입구에 다다르고 직각으로 서 있는 계곡의 길이가 1백m나 된다.
약수정이라 써 붙인 정각을 지나 경사 45도의 2단 127개 계단을 살금살금 오르면 여기가 바로 해발 670m의 삼선대다. 상하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갖가지 형상을 자랑하는 바위들이 저마다의 수려한 나무를 액세서리로 장식한 채 보는 이의 마음에 감탄을 안겨준다. 대둔산은 행정구역상 완주군 운주면과 충남의 금산군과 논산시의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장관중 장관은 운주 쪽에서이다.
삼선대에서 바라본 금강문 중간지점의 동심바위는 티없이 맑고 깨끗한 인간상을 표출하면서 큰바위 위에 또 큰바위가 곧 떨어질 듯 어우러 있다. 대둔산의 정상, 해발 878m의 마천대라 이름 붙인 바위이다.
마천대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서해에 빠지는 태양을 볼 수 있는 낙조대와 태고사가 있으며 서쪽으로는 기암괴석의 능선이 줄줄이 서있는 옥계동 계곡으로 이어진다. 그런가하면 남쪽의 석두 골계곡은 대둔산에서는 유일하게 가뭄을 모르는 지역으로 형제바위 등 명승경관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동쪽으로 1Km쯤 가면 "당나라때 선도대사가 이곳에서 도를 닦고 있을 때, 용이 문을 열고 등천 했다"는 용문굴이 나온다. 용문굴 남쪽의 기묘한 모습을 한 일곱 봉우리를 칠성봉이라한다. 일곱 폭의 동양화 병풍을 자유롭게 펼쳐놓은 것 같은 칠성봉은 용문굴에서 용이 등천하기 직전 7개의 별이 떨어져 생겨난 산이라 한다. 그런가 하면 이치(梨峙)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1592년 임진왜란때 권율 장군의 전투지휘로 대승을 거두었다는 장군봉이 있는데 이름 그대로, 모습이 갑옷을 걸친 장군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