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토함산지구
토함산은 경주의 동쪽을 에워싸고 있는 해발 746m 고지의 높은 산이다. 단석산에 이어 경주에서 두 번째로 키가 큰 산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토함산은 신라인의 얼이 깃들어 있는 민족의 영산으로 정기가 가득한 산이라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해맞이 하려는 인파가 집중적으로 몰려든다.
토함산은 동해와 접하고 있으면서 신라왕궁이 있던 서라벌과 바로 연결된 신라의 동쪽 경계가 되기도 한다. 신라시대에는 동악이라 불리기도 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넓은 토함산지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불국사와 석굴암을 비롯해 기림사, 골굴사와 같은 이름 있는 명찰과 다양한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또 전설과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 있으며, 무장봉, 추령, 황룡마을 등의 선경이라 할 풍경이 이곳저곳에 자리하고 있어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경주시가 조성한 토함산자영휴양림은 대규모 세미나실까지 갖추고 있는 사계절 관광휴양시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불국사와 석굴암, 추령, 무장산 등의 힐링명소는 소개했으므로 토함산 오르는 등산길과 휴양림 위주로 소개한다.
◆토함산 정기
토함산은 정상에 올라보면 동서남북이 훤하게 트인 히말라야 최고봉과 같은 느낌이 드는 명산이다. 많이 높지 않지만 동쪽으로는 동해를 바라고, 나머지 세 방향도 막아서는 산이 멀어 사방 전망이 시원하다. 경주시가지로 이어지는 서남북 세 방향으로 산들이 멀리 있어 물줄기의 흐름과 계곡, 들판, 시가지에 형성된 건축물들까지 지도를 그릴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토함산 정상에서 불국사까지는 3.6㎞, 석굴암주차장까지는 가장 가까운 등산로로 1.4㎞ 거리라고 표지판이 안내하고 있다. 남산방향의 탑골까지는 2.8㎞, 시부거리는 4.2㎞, 남쪽으로 내려가는 보불로삼거리까지는 7㎞의 거리로 등산로로는 가장 긴 코스가 된다.
토함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대부분 완만한 경사로다. 특히 불국사나 토함산주차장에서는 운동선수들이 트레이닝코스로 잡아 매일 아침시간에 뛰어 올라 일출을 보며 챔프의 꿈을 키우기도 한다. 토함산이 민족의 영산으로 정기가 가득하다는 말은 문인들 사이에도 정평이 나있다.
이런 이야기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토함산 정상 800m를 두고 성화 채화지가 있다. 신령스런 불을 받아 경북도민체전과 경주시민체전 등의 행사를 밝힐 성화의 불씨를 토함산에서 받는 것이다. 성화 채화지에 이르면 큼직하면서 둥글둥글한 돌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채화를 하기 전에 산신령에 고하는 돌로 다듬어진 제단이 있고, 절구 모양의 날렵하게 생긴 채화석 화로가 우뚝 솟아 있다.
세계문화유산 석굴암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토함산으로 오르는 길은 행복하다. 1.4㎞ 짧은 등산로에 공기 맑고, 동쪽으로 보면 푸른 바다,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서라벌이 무장무장 펼쳐진다. 등산로는 산책로처럼 편안하다. 언제 올라도 좋다.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도착하고, 왕복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도 1시간이면 충분해 시간적 부담도 없다.
봄철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군락을 이뤄 꽃대궐이 된다. 여름에는 푸른 이파리가 하늘과 바다를 이뤄 세상을 하나로 만든다. 가을에는 총 천연색 단풍으로 별천지가 된다. 동해바다는 맑은 날이면 눈이 시리도록 푸르게 잔디밭으로 펼쳐져 일본 현해탄까지 보일 듯하다. 중간중간 만나지는 기암괴석과 괴이하게 생긴 뿌리가 자연의 신비로움을 선보이며 정신까지 정화시켜 힐링이 저절로 된다. 등산에 자신이 없는 여성이든 어린아이든 손을 잡고 누구나 올라 호연지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국민 등산로이다.
석굴암 주차장까지 승용차를 타고 올라와 석굴암을 둘러보고 조금의 여유시간을 마련해 토함산 정상까지 올라보기를 강추한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또 정상 가까이 오르면 부직포로 깔끔하게 정비된 산책로는 고급 정원처럼 느껴질 정도로 포근하다. 토함산 정상은 동서로 길게 평평한 길이 있고 억새가 우거져 동서남북 어느 방향이든 곳곳이 천연 포토존이 된다. 어디든 어느 방향이든 그냥 선 자리에서 셔터만 누르면 명품 작품이 된다.
일출도 좋고, 일몰시간도 좋다. 어둑어둑해지는 시간도 괜찮다. 사방에 불빛이 별이 된다. 하늘에도 별, 바다에도 별, 지상에도 별, 별천지에 우뚝 서보는 것도 신비한 체험이 될 듯하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국립공원사무소에서 일출을 바라보기 좋은 곳으로 부직포를 깔아 길 안내도 친절하다.
토함산을 오르다보면 수시로 은은한 종소리가 들린다. 스님 공양하는 시간일까? 의문스러워 진다. 매시간 울리는 산사의 종소리로 착각을 하기도 한다. 석굴암주차장부지에 건립된 ‘석굴암통일대종’의 울림이다. 석굴암 입구에 근사하게 종각이 있고, 성덕대왕신종 크기의 우람한 쇠종이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려 울음을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희망의 종소리를 울릴 수 있다. 타종체험을 하게 한다. 한 사람이 한 번씩 타종할 수 있고, 한 번에 천 원 이상 성금을 내면된다. 불국사자원봉사단이 주관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방법이다.
토함산 주차장 주변에는 식당들이 제법 규모 있게 자리를 잡고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주차장 주변에는 인근 지역주민들이 제철에 맞는 채소와 산나물, 더덕, 과일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매일시장이 열리는 소규모 재래식 장터가 된다. 일요일이든 공휴일이든 걱정없이 365일 영업하는 식당이 있으니 도시락 준비 없이도 두 발로 토함산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
일출명소 토함산으로 몰려드는 발길이 이해가 된다. 석굴암에 들러 기도하고, 토함산의 정기를 받아 간절한 마음으로 대종을 울려본다면 원하는 것들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 같다. 새해 일출은 토함산으로 가자.
◆사계절 힐링명소 토함산자연휴양림
경주 토함산자연휴양림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고 있는 토함산자락에 포옥 안겨있다. 경주시가 찾아오기 편하게 길을 내고, 숲 속에 숙소와 체육시설, 산책로 등의 편의시설을 설치해 자연휴양림이 사계절 힐링과 심신치유의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주시가 운영하는 토함산자연휴양림은 토함산 동쪽기슭 121㏊의 산림에 23개동의 숙박시설과 40개의 야영데크, 수영장과 족구장, 풋살, 농구장 등의 체육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대형 세미나실을 최근 추가로 시설하고, 원룸식 숙소를 넓혔다. 또 다양한 코스의 산책로를 조성하고 야생화단지를 꾸며 사계절 힐링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울창한 숲속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숲 체험장, 숲 놀이터, 숲 해설프로그램 등 힐링의 동반자인 숲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해 가족단위 이용객에게 더욱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다양한 침엽수와 활엽수가 자생하고 있고, 다람쥐와 딱따구리 등 각종 야생동물도 볼 수 있어 생태계를 활용한 자연체험 학습장과 휴양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휴양림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데다 23개실의 숙박시설 숲속의 집과 40개의 야영데크, 숲 체험장 등 다양한 힐링 공간이 마련돼 있어 캠핑족이나 가족 단위 이용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부터 운영되고 있는 200명이 한꺼번에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세미나실이 조성돼 숲 속에서 세미나와 토론회 등의 집단적인 회의장소로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숲을 따라 조성된 2.42㎞∼4.63㎞ 거리별로 조성한 4개의 산책코스를 선택해 걸어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힘든 구간이 거의 없어 어린이가 걸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산책로마다 데크시설과 꽃무릇, 원추리, 맥문동 등의 야생화단지와 지압로, 조류사, 표고버섯 체험장 등이 설치돼 체험학습장으로도 좋다.
해마다 새해 아침에는 경주시가 불국사에서 해맞이 명소인 토함산 주차장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면 장엄한 일출도 감상할 수 있다.
휴양림의 전체 수용인원은 숙박시설을 포함해 하루 500여 명 정도로 지난해에는 3만1810명이 입장해 3억여 원의 수익을 올렸다. 세미나실을 포함 시설이 지속적으로 보강되고 있어 휴양림을 찾는 방문객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휴양림 동쪽으로는 감포 고아라해수욕장과 양남 주상절리, 양북 문무대왕릉이 있고, 서쪽으로는 불국사와 석굴암, 보문단지가 위치해 있어 역사문화체험과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숙박휴양시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왕의 길과 추령재
토함산의 발뿌리는 경주보문단지로 이어진다. 보문단지에서 덕동댐을 지나 추령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동해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토함산이 동해와 서라벌을 잇는 다리가 되는 것이다.
추령에 얽힌 이야기는 신라시대로부터 현대까지 이루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도 많다. 문무왕과 신문왕이 추령을 넘어 동해로 이어지는 길을 오가며 백성들의 안위를 걱정한 이야기는 대표적이다.
문무왕이 왜구의 침략으로부터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넘었던 길, 신문왕이 문무왕의 뜻을 따라 감은사를 짓기 위해 넘었던 길, 신문왕이 옥대와 만파식적을 얻어 왕궁으로 돌아오던 길이 왕의 길로 남았다. 감은사에서 기림사를 지나 용연폭포, 불령봉표, 수렛재, 추원사, 모차골, 추령으로 이어지는 왕의 길이 등산로로 정비되어 있다. 이 왕의 길은 상세하게 다음호에서 걸어보기로 한다.
토함산 추령에서 황룡골의 황룡동에 있는 황룡사지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토함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계곡과 능선마다 서려있는 역사기행코스를 분류해도 여러 갈레가 된다. 보문단지에서 추령재를 넘는 추령터널을 통해 동해로 이어지는 길은 주요 국가도로였지만 구불구불 지렁이처럼 휘어지는 곡선도로로 사고위험이 높았다. 지금은 불국사 앞으로 토함산터널을 뚫어 4차선 국도가 개설되면서 관광객들과 지역주민들의 교통이 편하게 됐다. 덕분에 추령재를 넘는 길은 매연을 뿜으며 달리던 차량을 구경하기도 힘들게 한산한 도로로 전락해 단풍구경하기 좋은 낭만의 길, 명품 드라이브코스가 되었다.
첫댓글 토함산자연휴양림의 다양한 시설들이 잘 운영될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휴양림에는 지금도 범이 내려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