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었다고 '헬조선'이 금방 '헤븐조선'이 될 리는 없다. 여전히 직장 생활은 힘들고, 가정은 불안하고, 인간 관계는 어지럽다. 게다가 예기치 못하게 우리를 덮치는 사건사고는 잘 살아가고픈 아주 작은 희망조차 빼앗아 가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사고를 당하고도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내하고, 용기를 내고, 삶을 향해 덤벼든다. 영화는 언제나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환영한다. 그리고 살아갈 수 있는 힘, 그것은 때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부터 전염되기도 한다.
1. <33> (2015)
2010년 8월 5일, 칠레 산호세에 있는 광산이 무너져 33명의 광부들이 갇힌다. 칠백 미터 지하, 기온은 섭씨 32도, 습도는 95%. 지옥 같은 환경 속에서 광부들은 생존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 도우며 70여 일을 살아남았고, 마침내 10월 13일 구조되었다. 영화 <33>은 이 기적 같은 광부들의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광산 밖에서는 정부가 구조를 위해 고심하고, 가족들은 처절하게 기다리는 가운데 끝까지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서로를 다독이는 광부들의 모습이 대조된다. 모든 사투가 끝난 후 실제 광부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에필로그가 영화의 백미.
2. <127시간> (2011)
2003년, 미국 유타주의 블루 존 캐니언. 홀로 등반에 나선 아론은 좁은 절벽 사이를 내려가다 굴러 떨어진 암석에 오른팔이 짓눌리고, 설상가상으로 절벽 사이에 갇히게 된다. 가진 것은 산악용 로프와 등산용 칼, 그리고 500ml의 물 한 병뿐이다. 그는 구조되기까지 127시간 동안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탈출을 위해서는 팔을 잘라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린다.
산악인 ‘아론 랠스턴’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대니 보일’ 감독의 2011년 작품이다. ‘제임스 프랭코’가 주연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지난 인생을 돌아보고, 갈등하고, 추억하는 아론의 심리 변화가 돋보인다.
3. <캐스트 어웨이> (2000)
세계적인 택배회사의 직원인 ‘척 놀랜드’는 말레이시아행 화물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폭풍에 휘말려 바다에 추락한다. 표류하다 무인도로 흘러온 놀랜드는 배구공에 사람 얼굴을 그려 친구로 삼고, 직접 불을 피우는 등 원시인처럼 4년을 살아간다. 어느 날 파도에 밀려온 알루미늄 판을 뗏목 삼아 탈출에 성공한 놀랜드는 문명으로 되돌아가지만, 또 다른 고독이 기다리고 있다. 톰 행크스가 거의 원맨쇼를 펼치며 열연한 명작으로,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로 조난 및 재난 영화계의 클래식이 되었다. 언제 구조될지, 기약을 알 수 없는 절대 고독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외로움과 절망이 절절히 느껴진다.
4. <얼라이브> (1993)
1972년, 우루과이대학 럭비팀을 태운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서 추락한다. 승객 일부는 즉사하고, 중상을 입은 사람들은 높은 산 위에서 조난을 당한다. 조난자들 중 상태가 양호한 ‘난도’와 ‘안토니오’, ‘로베르토’는 생존자들을 돌보며 구조대를 기다린다. 그러나 라디오에서는 수색작업을 포기했다는 절망적인 보도가 흘러나온다. 영하 40도에 이르는 혹한 속에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생을 이어가기로 결정한다.
‘에단 호크’가 주연한 <얼라이브>는 1972년 일어난 실제 비행기 사고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사고는 다른 것보다도 산꼭대기의 혹한을 견디던 생존자들이 먹을 것이 떨어지자 죽은 사람의 인육을 먹으며 72일간을 견딘 것으로 유명하다. 시신의 인육을 먹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도 재현되었다. 한쪽에선 부상자들을 돌보고, 다른 한쪽에서는 생존을 위해 인륜을 저버려야 했던 조난자들의 아이러니한 상황과 갈등이 잘 드러난 작품.
5. <월드 트레이드 센터> (2006)
사남매의 아버지이자 뉴욕 뉴저지의 항만경찰청 경사 ‘존 맥라글린’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비행기 테러가 가해지자 즉시 출동한다. 다급한 지원요청에 맥라글린을 비롯한 4명의 대원들은 사고가 난 건물로 들어갔지만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맥라글린과 ‘윌 히메노’ 대원은 건물 잔해에 깔려있는 비참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9.11 테러는 87명의 외국인들을 포함해 2,749명이 사망한 미국 최악의 테러 사건이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붕괴되면서, 구조 작업을 벌인 소방관 343명과 84명의 항만 경찰국 직원, 23명의 뉴욕 경찰이 사망했으며 오직 20명만이 구조되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윌과 존이 그 중 18, 19번째 구조된 생존자들이라고 한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좁고 열악한 잔해 더미 사이에 깔려 죽음을 기다리면서도 다른 대원의 마음까지 동시에 도닥여야 했던 존 맥라글린의 사투를 열연했다.
6. <올 이즈 로스트> (2013)
인도양에서 요트를 타고 항해하던 ‘한 남자’가 선적 컨테이너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내비게이션과 라디오도 모두 고장 난 상태. 그는 오직 나침반과 항해 지도, 그리고 자기 자신만을 믿으며 바다와 싸워 나가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거대한 폭풍우가 조난당한 요트를 덮치고, 바다에는 상어들이 그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린다. 해수욕장의 따스하고 상냥한 바다는 없다. <올 이즈 로스트>의 거칠고 거대한 인도양은 인간이 바다에게 느끼는 원초적인 두려움을 상기시켜준다. 한 남자 역할을 맡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연기는 성난 자연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지만 인내와 용기로 살아남는 데 성공한 인간의 존엄함을 느끼게 한다.
7. <캡틴 필립스> (2013)
7. <캡틴 필립스> (2013)
‘리차드 필립스’ 선장이 이끄는 화물선 앨라배마 호가 해적의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필립스 선장은 순간의 기지로 해적들의 1차 공격을 막는데 성공하지만 해적들은 곧 앨라배마 호를 점령한다. 선장은 선원들을 대피시킨 채 홀로 해적들과 대치한다. 숨 막히는 경계와 팽팽한 심리전이 오가는 가운데, 필립스 선장은 선원들을 대신하여 홀로 해적들의 인질이 된다. 미국의 국민배우 ‘톰 행크스’가 필립스 선장을 연기했다. 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2009년 4월 실제로 발생했던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 호의 피랍 사건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서스펜스와 긴장감이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