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수녀님의 소박한 수녀원 입회 동기
제주에 있는 유일한 관상 수녀원인 <성 글라라 수녀원>을 <종교철학> 수강학생들과 함께 방문하였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강의실에서 말로만 듣던 <관상 수도자>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 매우 의미 있을 것 같아서 수업대신 방문하였습니다.
늘 다니던 길이었지만, 버스를 타고가니 높이가 1M 정도 높아져서 보이는 풍경이 완전히 달라 보였습니다. 여기 저기 억새꽃이 나부끼는 참으로 평화로운 가을 날이었습니다. 학생들도 좋아 하는 듯 하였습니다. 수녀원에 도착하니 원장수녀님과 부원장 수녀님이 그날의 강사로 저희들을 맞아 주셨습니다. 수녀님들을 만나 수도생활에 해 말씀을 듣고 이런 저런 질문도 하였습니다. 아마도 일반인들이 수녀님이나 스님 등을 만날 때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왜 "스님이 되었을까?" "왜 수녀가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일 것입니다. 당연히 한 학생이 두 분 수녀님께 왜 수녀님이 되셨는지를 물었습니다.

<수녀님들의 답변을 경청하는 학생들>
원장 수녀님은 독일계 미국인 수녀님 이셨고, 부원장 수녀님은 한국분이셨습니다. 먼저 원장 수녀님이 말씀을 여셨는데, 그 분은 미국에 계실 때 가톨릭 계통의 간호대학을 다니셨다고 하였습니다. 처음 수녀원에 가겠다고 한 것은 거의 우연이었는데, 기숙사 생활 중에 학생들에게는 금지된 '바'에서 동료 간호대 학생들과 술을 마시다가 두 번이나 발각되어 기숙사를 쫒겨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기숙사 사감선생님께 자신은 졸업하고 수녀원을 가야 하는데, 기숙사에서 쫒겨나면 수녀원에 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사감 선생님은 수녀나 사제들에게 매우 우호적인 분이시라 당연히 자신이 쫒겨나지 않도록 도와 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말이 씨가 되어 자신의 친구가 살고 있는 관상 수녀원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자신을 맞이해준 친구의 모습이 너무나 밝고 평온하고 행복해 보여서 자신도 바로 수녀원에 입회하고자 결심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부원장 수녀님은 수녀원 들어오기 전에 오랫동안 법원에서 법관의 비서노릇을 하였는데, 주 업무가 비공개적으로 매일 진행되는 재판의 서류들을 챙겨주고, 재판의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었다고 하였습니다. 매일 같이 수갑을 차거나 포승에 묶이어 재판을 받는 사람을 하루 종일 보는 것이 일이었고, 그러한 일을 몇년씩 하다 보니까 자신도 모르게 산다는 것은 결국 '포승에 묶이어서' 자유를 박탈당한 채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진정한 자유' '세상의 굴레를 벗어나서 참으로 자유로운 삶'이 어디에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관상수녀원'에 까지 오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저로서는 한 번도 <관상 수도자>로서의 생활을 해 본적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두 분들의 그 말씀들에서 무언가 '진실'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분들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욕심 없는 소박한 삶'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특히나 한국사회는 여러가지 이유로 매일 매일을 사는 것이 곧 '작은 전쟁터'를 사는 것 같고, 뉴스를 보면 하루가 멀다하고 폭력적인 사태들, 비리니 갑질이니 이러한 일들과 또 너무나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보이고, 불이나서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고, 무슨 일인지 어린 아이와 함께 자살을 선택한 어머니의 소식도 들리고 참으로 우울한 일들이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는 이때에... 소박하게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삶 그 자체에 의미를 두면서 세상을 위해서 기도하고... 서로 동료들 끼리 아껴주면서 자유롭게 살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게 보이고 기적처럼 보이기도 했지요.
아마도 그 분들은 일반인들 보다 1M 정도 높은 차원에서 세상을 보고 살아서 저희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풍경 속에서 살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매일 같이 주어진 소임을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세상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그러한 내적인 여유가 있는 삶이라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였습니다.
학생들의 답변에 진솔하게 답해주신 두 분 수녀님께 감사드리고, 또 종교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선입견 없이 참여해 준 학생들한테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