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우는 어느 봄날에
호된 추위에 올 듯 말 듯 망설이던 봄.
봄비와 함께 찾아 왔다.
한달 여를 꽃망울만 머금고 있던 봄의 전령사들은 일제히 꽃봉오리를 터트렸다.
개나리, 매화꽃, 살구꽃, 그리고 제비꽃에 노란 민들레까지.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소쩍새는 밤을 밝히며 울어예고,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튀었던 제비는 때 이르게 몰려든 남쪽 추위에 질렸는지 사흘 먼저 귀환했다.
매년 4월 13일이면 어김없이 돌아왔었는데.
지체될지언정 멈추지 않는 순환의 섭리는 그렇게 우리집 문턱을 또 넘어 왔다.
돋아나는 마당의 잔디를 즈려밟고 찾아오는 손님들.
각기 다른 민박 손님들은 일, 월, 화, 연 사흘째 밤을 밝히고 내방객 또한 줄을 이었다.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만으로도 생활사에 지친 심성이 곱게 다듬어지는 산골살이.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벗삼아 이곳에 둥지 틀고자 하는 분,
구경삼아 오신 분, 봄바람 타고 오신 분, 등등, 다양한 사연과 크고 작은 발걸음들이
그칠 줄 모르는 가운데 주말은 또 다시 민박 손님과 함께 찾아오고 날씨마저 쾌청했다.
돈 벌러 나갔던 빨치산도 무사 귀환하여 합류한 우리집 일일 식구들.
야외 탁자며 베란다 아래며 마루며 토방에 편안한 자세로 봄꽃을 피워낸다.
이야기 봄꽃.
사람들의 도란거림 속에 태어난 지 보름 되어가는 병아리들은 새라도 된 양 파닥거리며
마당을 날아다니고, 5살배기 수현이는 아빠와 함께 병아리들을 위한 지렁이 공수작전을
열심히 펼친다.
라면발 삼켜지듯 하는 병아리 부리의 지렁이들.
감탄사는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웃음꽃과 함께 천리향의 향긋한 향내가 꼬 끝을 스친다.
장미꽃 같은 동백꽃 또한 일제히 개화하여 마당의 소란스러움을 미소로 관전하고,
사라질 때 임을 알아차린 노란 복수초는 스르르 꽃잎을 접는다.
가을을 기약하며 잎만 무성히 키우고 있는 상사화를 비롯하여 백련초, 금낭화, 붓꽃, 접시꽃,
달맞이꽃, 도라지꽃, 아이리스 등등등등.
장차 피울건데 호명되지 않았다는 꽃들의 원성이 귀에 들리는 듯하는 가운데
야외 탁자엔 그새 저녁 밥상이 차려졌다.
풀린 날씨와 함께 찾아오신 L선생님 이하 초면의 내방객, 민박객,
오고 가고 가고 오며 피어나는 이야기 꽃은 마라톤 코스를 돈다.
돌고 도는 이야기에 함께 돌던 시계는 어느새 저녁 어스름을 몰고 와,
다음날을 위하여 사람들을 흩트려 놓는다.
인생살이 세상살이 어우러지는 한마당.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모이는 사람들의 중심에 자연 속의 우리집이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 속에서 사는 날이 행복합니다~
나는 요즘 너무 행복하다.
보경아~ 소포 잘 받았데이~
건강하거래이~
여러분도 모두모두 건강하시래이~
그라고~ 찾아오실 땐 마음은 가비얍게~ 양손은 무겁게~ 찾아오시래이~
(참고로~ 나는 산적댁이데이~)
히히히~
2012.04.15. 아낙네( http://산적소굴.kr )
첫댓글 산적댁이 넘 무셥습니당 ^^ 긴 겨울이 가고 이제 꽃들의 천국..
웃음꽃 피는 그 소굴에 가고싶네요
여그 마을도 여기저기 꽃들싹들이 올라오고... 살구꽃은 만개인데...홍매화"꽃은 터지지 직전이네유...작년에 심어놓은 수선화 군락이 제법 제자리를 뽐내고있어..매일마다 산책코스랍니다..근디 겨울이는 보이지않던것들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하니.. 이런저런 바쁜일들이 하루종일 시간잡아먹는 즐거운 일들 뿐이네유..ㅎㅎ
시를 읽고 갑니다.
님들 처럼 저희도 그런 생활을 하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가난을 즐기시는 님들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