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이 만들어 낸 기적' 동행과 행동 이정기 제안자
‘간식, 관심, 생명’
불법 외국인 노동자의 생명을 위해
어려운 대상과 돕는 방법은 다양하다. 처음 이정기 동행과 행동 제안자(이하 제안자)를 만나 ‘불법 이주 노동자들을 돕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조금 의아했다. 불법 이주민이라면 합법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사람들인데 과연 이들을 도와야 하나?
돕는 방법도 특이하다. 1천여 원의 작은 정성을 모아 14년째 매월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단체가 동행과 행동이다. 과연 불법 이주민을 돕는 게 올바른 길인지 쉬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과 안타까움을 접하고선 이정기 제안자의 활동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첫 시작인 2010년에는 13명으로 출발했다. 중·고등학교에서 수학과 기술을 가르치던 그는 1997년 좀 더 보람찬 일을 하기 위해 특수교사로 전향한 후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줄곧 관심을 기울여 왔다. 여기에 주변 동료들이 뜻을 함께 모으면서 ‘간식, 관심, 생명’ 세 단어를 중심에 두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에 도움을 주려는 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와서 힘든 일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수입 대부분을 가족에게 송금하고 최소한의 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다치거나 큰 병에 걸리면 벼랑 끝에 서게 된다. 이들을 우리 가족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도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도움을 준 사례로 방글라데시에서 온 두레인(48, 가명) 씨는 극심한 가슴 통증으로 쓰러져 119 구급대원의 30분 넘는 심폐소생술로 살아났다. 그러나 20년간 몸을 아끼지 않으며 힘든 일을 지속한 탓에 건강은 쉽게 회복되지 못했고, 심근경색 등으로 바로 수술을 시도했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병원비는 수술 등으로 2천만 원이 넘은 상황이었다. 인천성모병원 직원들은 모금 활동을 시작했지만 턱없이 부족했고, 도움을 구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를 안 이정기 제안자와 후원자 300여 명이 헌혈증과 후원금을 모아 인천성모병원에 전달했다.
당시 이주경 인천성모병원 사회복지사는 “사망한 사람에 대한 지원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술 비용이 처리되어야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이정기 제안자를 비롯한 기부자들 덕분에 12월 19일 두레인 씨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얼마 후 이정기 제안자에게 외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알 수 없는 말이 계속 이어져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찰나, “나, 엄마, 고맙습니다”라는 서툰 한국말이 들려왔다고. 두레인 씨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감사 전화였다.
동행과 행동은 내년 2월이면 만 15년이 되며 7월 말 현재 누적 4억 3천여만 원을 후원받아 이주 노동자 254명의 응급치료비 마중물로 지원했다. 그리고 후원금 중 단 1원도 운영비로 사용하지 않는 획기적인 운영체제로 후원금 100%가 이주 노동자를 위해 사용된다.
현재 이정기 대표는 31년간의 교직을 명예퇴직한 후 동행과 행동의 제안자로 활동중이다. 또 그린시티 동부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역시 아파트 관리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위해서라니 그는 음지를 밝히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http://www.donghae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