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슬기로운 여름 생활
방송일 2018년 7월 9일(월) ~ 7월 13일(금), 454번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졌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뚜렷했건만
이젠 겨울 지나 초여름 중간여름 늦여름 그리고는 또 겨울이다.
길고 긴 여름 무더위를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은 없을까.
나만의 최적화된 방법으로 여름을 나는 사람들.
그들의 시원한 여름 풍경으로 들어가 본다.
제1부. 청학동으로 놀러 오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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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그릇에 지리산이 다 들어가 있어요.”
지리산 삼신봉(三神峰) 동쪽 능선 아래
해발 800m 고지엔 우리에게 청학동으로 잘 알려진
작은 마을 묵계리가 있다.
청학동 주민이 된 지도 30년이 됐다는 엄대후 씨.
이곳에서 아내 옥주 씨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넉넉한 지리산의 품에서 아이들도 키웠다.
부부는 여름이 되면, 설레는 맘으로 삼신봉에 오른다.
늘 곁에 있어 주는 산이지만 산의 속내로 들어가면
이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부부는 생강나무 잎을 따 장아찌도 담고
지리산이 내어준 귀한 약재를 더해 보양식도 끓여 먹는다.
집 앞 계곡은 부부에겐 자연 세척장.
시원한 계곡물에 생강나무 잎을 씻다 보면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고 남편은 로맨티스트가 된다.
더운 여름이지만 지리산이 내어주는 시원한 여름 선물 덕분에
이 계절이 기다려진다는 부부.
그들의 산중일기를 들여다보자.
제2부. 오지의 숲이 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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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직장 생활할 때도 50세가 되면 산으로 가야지, 그런 희망이 있었는데.
진짜 오게 되었어요. 희망을 이룬 거죠.”
해발 1244M, 태백산맥의 한 줄기인 육백산 깊은 골짜기엔
삼척에서도 오지로 통하는 마을 무건리가 있다.
5년 전, 탄성이 절로 나오는 마을 풍경에 반해
이곳으로 온 김태은 씨는 현재 마을 이장을 맡을 정도로
이곳 사람이 다 됐다.
얼마 전, 태은 씨처럼 이 마을을 찾아온
새로운 주민이 있다는데..
주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신발장에 둥지를 튼 딱새 한 마리!
녀석도 이 마을의 풍광과 시원함을 알아본 걸까.
이제 농부 5년 차인 태은 씨는
스스로 게으른 농부라 말한다.
그녀의 도라지밭은 누가 봐도 망초밭.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도라지를 찾아야 겨우 찾아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이 계절에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탐스런 붉은빛 보리수를 따 청을 담는 일.
열심히 일한 후엔 국수도 말고 내친김에 감자 부침개까지 만들어
푸짐한 밥상을 차린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땐
마을의 숨겨진 명소, 이끼 폭포에서 더위를 식힌다는
그녀를 따라 오지마을의 여름나기를 만나본다.
“이런 폭포는 처음인 것 같아요. 속이 뻥 뚫려요.”
해마다 여름이면 바다를 찾았다는 이정윤 씨 가족.
그런데 이번엔 좀 색다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녀의 가족이 선택한 곳은 바로, 오지의 골짜기가 품은 특별한 폭포.
삼척 도계리에 있는 미인폭포는
여느 폭포와 달리 물빛마저도 독특하다.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우윳빛 계곡물은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진귀한 광경을 선사해주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한여름 더위를 가시기에 충분하다.
제3부. 여름이 더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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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랑 자연 바람 맞으면서 과일을 먹으면 더워도 걱정 없어요.”
전통을 보존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
여름이 되면 이석진, 이청남 부부는 장화를 챙겨 신고 연밭으로 향한다.
초록빛으로 물든 연밭은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함을 주고
이맘때면 아낌없이 초록 잎도 내어준다.
이러니 여름이 기다려질 수밖에..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
내리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한 부부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다는데..
다름 아닌, 연잎 양산!
밭에서 수확한 연잎을 뒤집으니 금세 그럴싸한 양산이 된다.
연잎의 활약은 이뿐만이 아니다.
연잎 반죽을 이용해 만드는 노릇한 부침개에서부터 연잎백숙, 연잎 칼국수까지.
그야말로 이열치열이다.
도시에 사는 손자 태승이는 해마다 여름이면 할아버지의 집으로 피서를 온다.
4살 꼬마 녀석 태승이의 여름은
어떤 풍경일까?
“여기보다 더 좋은 데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까 신선이라고 하는 거예요.”
20년 전, 건강 때문에 도시를 떠나
경상북도 예천 삼강리로 왔다는 윤재구, 권혁자 씨 부부.
더운 여름이면 부부는 삼강에 나가 물고기를 낚아 올린다.
어부의 재능이 있는 남편과
요리에 재능이 있는 아내가 합심하면
여름 별미, 도리 뱅뱅이와 민물 매운탕은 금세 완성된다.
전기조차 없는 오지마을이지만 부부는 더위 걱정이 없다.
남편 재구씨가 만든 원두막은
에어컨 빵빵한 고급 별장과도 바꾸지 않을
그들만의 낙원.
욕심내지 않으면 모든 게 그저 감사하다는 삶의 철학을
이곳에서 배웠다는 부부.
문명의 혜택은 받지 못해도 자연의 혜택은 톡톡히 받는
부부의 여름 이야기를 만나 보자.
제4부. 산에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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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피서 간다고 몇 시간씩 걸려서 오는데,
저는 여기 있는 자체가 피서죠.”
강원도 화천, 파로호를 끼고 있는 마을 유촌리.
평생을 산이 좋아 산만 쫓아다녔던 명재승 씨는
12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
젊은 시절, 사람들과 마음 부대끼는 걸 유독 힘들어했던 그는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산으로 향했고
산은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 줬다.
도시에 살면 병이 나는 남편과
시골에 살면 병이 나는 아내,
결국 한 사람은 살아야지 싶어 7년 전, 아내도 남편을 따라 왔다.
산자락에 손수 지은 그의 한옥은
그에게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닌 위로와 행복의 공간.
마당을 돌아가면 바로 산이 이어지고
계곡물 흐르는 개울이 앞마당이니
이 어찌 시원하지 않을 것인가.
산에서 딴 취나물로 밥을 하고
곰취는 쌈으로 즐기니,
여름철 건강밥상이 차려진다.
이제는 남편보다 시골살이에 더 재미를 느끼는 아내.
아내가 개발한 토마토 식혜는 보기만 해도 더위가 달아난다.
오두막 해먹에서 즐기는 식혜 한 잔과
부부의 평온한 일상,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은 시원함을 선사한다.
제5부. 여름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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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있는 것 같아요. 내가 행복하면 천국이죠.”
농촌에서 살고 싶단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이준영, 추지현 부부가 선택한 곳은 충청남도 부여.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들이 부여로 온 이유는 조금 황당할 법하다.
인터넷에 매매로 올라온 시골집을 보는 순간 반했고
무작정 짐을 싸서 이곳으로 왔다.
귀농 2년 차가 됐지만 부부의 좌충우돌은 계속된다.
이장님께 받아온 백년초를 심다 가시에 찔리는가 하면
구지뽕나무 열매는 맛보기도 전에 모두 새에게 빼앗기고
텃밭을 뒤덮은 무성한 잡초 때문에 동네 어르신들의 걱정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여름을 보내는 방법은 제대로다.
대나무를 잘라 만든 의자와 수박 한 덩이를 싣고 계곡으로 향하는 길.
의자는 앉기도 전에 부러지고,
챙겨 온 수박은 자를 게 없어 먹을 방법을 찾아 헤매지만
그들에겐 낭만이 있다.
꽃반지 나눠 끼고, 집 마당에 직접 만든 캠핑장에선
날마다 삼겹살파티가 가능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오직 이 여름에만 가능한
부부의 여름사용설명서를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