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증후군
발자국마다 설설 끓던 설이 지나갔다
정체감에 대한 회의
만감이 분주하다
세상에 먼저 나와 받은 축복에 대한 환원치고는 길다
제왕은 숨가뿐 시간처럼 물 물 밥 밥 술 술 하염없이 청하고
제도에 대한 몸의 항변 아픈 몸과 비례했다
화두처럼 지닌 초연성 불명에 대해 분석한다
법명의 자락마다
육전 냄새 조구 냄새 탕국 냄새 나물 냄새
알밤에도 냄새 나고 곶감에도 냄새 나고
엎드려 절하는 갈돗자리에서도 냄새 난다
불같은 어른 따라오느라 며늘애기
얼굴 상기되어 발갛다
고맙고 측은한 손
젖은 손 일초도 쉬지 못한 뒤
슬슬슬 한기 들어온다 춥다
저기 피아노 위
불 밝힌 인형의 집 따스하겠다
미나리체로 서명한 책
나의 리스트에 고딕체로 저장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책마다 서명하고 밀봉했다
겨울 한철 미나리처럼 살아 있었다고
초록빛 선명하게 그려 보낸다
공동묘지 앞을 지나면서도 휘파람 부는 유쾌한 낙천 뒤에
정직한 고통들 눈물도 싱싱하다고
초췌한 흔적을 남기고 날아가는 저 말의 빛과 그림자
할 말을 했다는 반과 말도 안 된다는 반에서 나는 또 웅크린 스피노자를 생각한다
처음보다 두 번째 두 번보다 세 번째 세 번보다 네 번째 네 번보다 다섯 번째
햇빛을 가리지 않는 사람만이
얼음 강에 묻힌 미나리체를 만날 것이라고
<약력>
손한옥
2002년 미네르바 등단
2016년 한국미소문학 동시 등단
시집 : 『목화꽃 위에 지던 꽃』 『직설적, 아주 직설적인』 『13월 바람』
『그렇다고 어머니를 소파에 앉혀 놓을 수는 없잖아요』
『얼음 강을 건너온 미나리체』
첫댓글 최근 시집 상재를 하신 손한옥 샘, 시집 발간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