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8. 03(월)
오늘 오전에는 금요일에 결재받지 못한 기안을 수정하였습니다. 행운 선생님과 논의하여 구체적으로 수료식 진행비를 어떻게 사용할지 정하였습니다. 원래는 아이들에게 우정 티셔츠를 사주려고 했으나 정확히 어디서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막상 갔는데 마땅한 게 없어 사지 못할 가능성도 커 시간, 상황상 다른 선물을 생각해보았고 휴대용 선풍기와 아동용 샌들을 사주기로 했습니다. 덕원 선생님께서 산출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는 것에 대해 조언을 해주셨고 혜진 팀장님께서도 내용에 어떤 선물을 살지 직접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해주셨습니다. 저희가 지난번 결재받지 못해서인지 팀장님께서 구체적으로 조언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때 부모님께 드릴 사진 인화비 기안도 함께 결재받아 오후에 선물을 사고 사진을 인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오늘 1시에 만날 수 있다 하여 12시 40분쯤 덕원 선생님, 행운 선생님과 남촌동으로 향했습니다. 행운 선생님과 월요일에 비가 많이 오기도 하고 감사편지 쓰는 활동을 하려면 복지관으로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의논하여 미리 아이들에게 복지관에서 만나는 것에 대해 묻고 좋다는 대답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들과 남촌초등학교 앞에서 만나 차로 복지관으로 함께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세 친구는 오늘 동아리 활동 끝나고 cu 편의점에 있을 것이라고 했고 다행히 대훈이도 좀 전에 편의점에 도착해있어 아이들과 바로 복지관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2층 세미나실에서 편지쓰기 활동을 하였습니다. 시간상 아이들이 스스로 편지 쓰고 싶어 할 만큼 둘레 사람과 깊은 인연을 만들어주진 못해 편지쓰기 활동은 저희가 아이들에게 감사했던 분들께 편지 써보면 어떨지 제안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감사했던 분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어떤 식으로 편지를 쓸지도 아이들과 의논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각자 가장 감사한 분 한 명에게 편지를 쓸 것으로 의견이 모였으나 아이들과 나중에 편지를 전달해드릴 것을 생각하면 롤링페이퍼처럼 돌아가면서 편지를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의논하여 한 장당 한 명을 정해 돌아가며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활동하면서 감사한 분이 있었는지 묻자 아이들은 가장 먼저 저희를 이야기해주었고, 치킨집 사장님과 편의점 사장님, 부모님, 덕원 선생님, 경비 아저씨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치킨집 사장님은 현찬이, 대훈이가 만나지 못했고 경비 아저씨께는 평소 잘못한 게 없는데 꾸중을 들어 안 좋은 기억이 있다는 아이들이 있어 저희와 편의점 사장님께 편지 쓰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각자 누구에게 먼저 편지를 쓰고 싶은지 물어 현찬이는 저, 대훈이는 행운 선생님, 동균이가 편의점 사장님께 편지를 먼저 쓰고 혜주는 잠시 기다렸다 다른 친구가 다 쓰면 받아서 쓰기로 했습니다. 감사한 분으로 부모님을 말했던 아이도 있어 남은 종이 한 장을 4등분하여 “부모님께 편지 쓸 사람~” 했는데 왠지 아무도 쓰려 하지 않았습니다..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참 재밌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대체로 편지쓰는 것을 어려워했습니다. 대부분 짧게 편지를 썼고 내용을 생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나중에 주연 팀장님께서 (저희 당사자는 아니고) 아이들을 보면 감사하고 싶지 않거나 편지쓰기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보기에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 그래도 느껴지는데 글로 그런 것을 표현하는 게 어색한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아무래도 스티커 붙이고 꾸미는 것에 좀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스티커로 자기 투명 케이스를 꾸민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아무렇게나 붙이는 것 같았는데 꽤 예쁘게 되어서 놀랐습니다.
대훈이가 유독 편지 쓰는 것을 어려워하여 “대훈아, 생각하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으면 혜주 먼저 쓰고 쓸래?”라고 묻고 혜주도 그럼 자기한테 달라고, 자기가 쓸 거라 하였는데 대훈이가 아니라고, 쓸 거라고 하며 저에게 뭐라고 써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저한테 쓰는 편지인데 저한테 묻다니요, 흑흑. 그렇지만 슬쩍 가서 알려주었는데 그 내용은 절대 쓰지 않았습니다...
주연팀장님 말씀처럼 아이들이 항상 바깥에서 활동하다 실내에 앉아 무언가를 하려니 익숙하지 않은 듯 집중을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그 안에서 스티커도 붙이고 그림도 그리며 나름의 재미를 찾아 무사히 편지를 완성하고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덕원 선생님께서 저희와 함께 차로 아이들을 남촌동에 데려다주셨습니다. 원래는 활동 끝나고 복지관에 오기 전에 다이소에 가서 아이들 선물도 사고, 사진관에서 사진도 인화하려 했으나 덕원 선생님과 차량 사정상 복지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로 들를 수는 없어 일단은 복지관으로 왔습니다. 복지관에서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다 덕원 선생님, 행운 선생님과 논현역 근처 다이소로 향했습니다. 휴대용 선풍기는 종류가 굉장히 많았는데 사려고 했던 샌들은 아동용이라 아이들 사이즈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리기는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이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아동은 아니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슬리퍼를 둘러보다 괜찮은 것을 찾아 무사히 선풍기와 슬리퍼를 살 수 있었습니다. 부디 아이들이 좋아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촌동에도, 논현에도 함께 가주신 덕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중에 동균이에게 왜 신발 사이즈를 물어봤는지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궁금하냐고 물었습니다.
“네, 궁금해요. 혹시 슬리퍼 사주게요?! 야아아아아아!”
“글쎼~~~ 잘 모르겠는데~~~ 이것(야아아아아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기쁘다는 뜻인가요?!”
“네. 구찌 슬리퍼 사주세욧. 헤헤헿”
동균이에게 모레 구찌 상표를 그려서 줄지 물어봐야겠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원해서 감사편지를 쓴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이제 막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경험을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전에 이렇게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니 감사편지 쓰고 감사 인사 드려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희가 감사편지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감사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런 경험이 많이 쌓이면 나중에는 스스로 감사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첫댓글 구찌 슬리퍼라니.. 순수하지 않은 듯하지만 순수한 동균이의 귀여운 매력을 또 하나 알게 됐네요..
감사를 전하는 것 자체로도 아이들이 쉽지 않았을 텐데, 편지까지 쓰다 보니 아이들이 조금 부담을 느끼거나 ‘나는 놀러 왔는데 왜 편지를 쓰라고 하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활동이 마무리되어가는 시기이지만 아이들에게 우리가 함께했던 프로그램의 목적이나 방향성에 대해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간단하게 설명해도 아이들이 ‘다 같이 놀자 동네 한 바퀴’에 참여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와 자부심,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 편지를 아무도 쓰지 않은 것은 아마도 부끄러워서가 아닐까요? 저도 어릴 때 부모님께 편지쓰라고하면 숨어서 썼던게 기억나요^^ 다른 분들께 편지쓰는 내용을 물어봤던 대훈이도 아마 마음 속에선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면서도 글로 쓰기 어려워했던거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아이들이 감사편지를 쓰게 이끈 의도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감사함을 표현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요.
여름에 꼭 필요한 선물들을 아이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네요! 많은 고민을 한 것이 느껴집니다. 오늘도 고생했어요.
다른 실습 선생님들이 경은 선생님이 웃기다는 얘기를 했는데, 일지에서도 경은 선생님의 개그가 조금씩 느껴지네요.^^
컴퓨터, 스마트 폰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직접 손 글씨로 편지를 쓴다는 경험이 많지 않을 겁니다. 특히 감사의 편지이니 더욱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평소에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경험을 많이 해봤을 까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어색하긴 했겠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봅니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나중에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감사한 분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전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