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청운 전병덕
겨울의 거친 바람에 시를 쓴다
섬뜩하고 예리한 칼가는 소리가 들린다
겨울은 엄동설한 속에
예리한 칼을 가진 사람이 살고있다
때론 시퍼런 강물도 얼게 한다
햇빛도 부드럽게 맥을 못추고 춤추게 한다
그렇게 칼바람에 詩를 몇편 쓰고나면
남쪽 바다에서 꽃들이 벙글거리고
칼 춤에 맟춰 군무를 추듯이
밀려올것이다
벙글 거릴 그날을 기다린다
자벌레/청운 전병덕
자벌레의 갈길은
얼만큼 인지 알지도
못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가야할 길을 한뼘 한뼘 간다
앞 몸을 쭈ㅡ욱 당기고
뒷몸을 끌어 주면서
길을 만드는 자벌레의 갈길이
거룩하고 장엄해 보인다
한낯의 불볓 더위도
아랑곳 하지않고
자벌레는 수십리 길은
돼보이는 통 큰나무를
기어올라 내려와서
서룰지 않고 갈길을 간다
바람에 뒹구는 낙옆에
걷어 차이 면서도
자벌레의 슬픔은 꼿꼿하게 간다
어떤 잘못한 정치인보다
더 정직한 자벌레는
무슨 잘못을 회개 하는지
삼보일배 를 하면서
해가 설핏 한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해서 간다
잘못 하고도 깨닫지 못하는
정치인 보다 더
숭고 하게 느껴지는 자벌레는
우리 인간들 보다 더 위대하다
고향집 작약 목단이피던날 /청운 전병덕
늦은 봄 햇살은
내 그림자를 밟는
소리가 들린다
빈틈없이 꽉 차있는 초록들 사이로
작약 목단이 자리를 피던 날
주인없는 시골 빈집은
달빛 별빛 내려놓고
밤새 잔치를 벌인다
달빛에 얼 비친 이별의
그림자 들이 노란 별빛을
꼭 다문 채 내 영혼을
요절시키는 밤이다
그렇게 고향 빈집은
계절을 불러놓고
천렵을 즐기는 구나
오랜 이별을 희석 시키는
계절 놀이를 하느라 정신없는
인적없는 고향 빈 집은 아직도
작약 목단은 피더라
그산에 가다/청운 전병덕
아!~
누가 저 산을 통째로
예쁜 보자기 만들어 쌌을까
알록달록 꽃보자기
만든 이가 누구일까
저렇게 아름답게
물들인 이가 누굴까
햇빛밭은 보자기는
무늬들마다 다른 빛을 낸다
바람을 타고 억새풀도
슬픈 노래를 한다
고색이 물든 그 산에 간다
갈바람에 보자기 매듭을 풀어내듯이
그속에 숨겨진 것들이 궁금하다
알록달록 수채화도 가득하고
새떼 들의 울음소리와
바람소리 별빛 달빛 숨어있다
나는 오늘도 산으로 간다
그 산에는 해도 살고 달도 산다
밤에는 별도 따서 보자기에 담는다
그러다 서러운 그리움이
떠날 채비를 할때쯤
차가운 바람에 매듭을 풀고
쓸쓸하게 그 산을 내려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