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세상소풍 원문보기 글쓴이: 뭉게구름
( 결국 여기까지 흘러 바다가되는거지요/ 낙동강 하구언둑에서 바라본 부산 앞바다)
|
부산역에서 내린 다음 눈도 안 돌리고 바로 버스로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갑니다. 겨울 해수욕장엔 주변의 문 닫은 어설픈 상점들과 해수욕장부근을 재개발하는 공사 차량밖에 없는 좀 한적한 곳입니다. 해수욕장 한쪽 끝 몰운대로 가서 거기를 출발의 기점으로 삼기로 합니다. 가져간 소주한잔으로 혼자만의 세레머니로 각오를 다지고 14시경 출발합니다. 오늘은 을숙도까지 가서 을숙도를 둘러보고 그 부근에서 일박을 할려고 합니다. 바다라긴 그렇고 강이라기도 좀 그런 곳을 왼쪽으로 끼고 찬바람을 마주보며 걸어갑니다. 강 가장자리로는 이름 모를 물새들이 많이 앉아있다 가까이 가면 저만치 강 안쪽으로 달아납니다. “ 백구야 일단 날지 마라 널 잡을 내 아니다”
추운 날 맞바람으로 인해 더 춥게 느껴집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강뚝 아랫 쪽에서 여자 서너 명이 주섬주섬 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뭘 하느냐고 물어보려다 이 추운날 니는 뭘하는 미친 짖이냐는 물음이 되돌아올까봐 그만둡니다. 과일과 음식을 꺼내고 잠시 그러더니 징을 치며 뭔가를 빌기 시작합니다. 무속인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낙동강 하구신이 영험한지 한참 가다보니 그런 분들이 또 있군요 이렇게 추운날에도 저렇게 간절하게 축원하는 모습을 보니 숙연해지기 까지합니다. 저 멀리 을숙도로 연결되는 하구언뚝 다리가 보입니다. 가까이 보이지만 가도 가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강 건너 김해 비행장에 내릴 커다란 비행기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날아갑니다. 저렇게 커다란 쇳덩이가 사람과 화물을 싣고서 저렇게 천천히 떠있을 수 있다니 참 신기합니다. 을숙도까지 대략 8km를 3시간 가량 걸어 하구언둑 까지 왔을 땐 해가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 을숙도를 좀 돌아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 게다가 ‘궂 하는 날 며느리 병난다고’ 오른쪽 다리가 저리고 땡기기 시작합니다. 을숙도를 대충 둘러보고 빨리 숙소를 찾아야합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처럼 갈데없는 저녁시간이 가장 싫습니다. 오라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사정이라 이번 처럼 숙소를 미리 예약해 놓지않으면 사기가 급 하락하게 됩니다. 20분가량 헤맨 끝에 모텔 한 곳을 찾을 수 있었네요.
아침에 일어나도 아픈 다리는 그대로입니다 조금 걱정은 되지만 그냥 좀 걷다 보면 풀리겠지 하는 마음에 모텔문을 나섭니다. 8시쯤 김밥 한덩이 먹고 또 한덩이는 점심용으로 넣고 다시강변으로 나섭니다 바람은 한결 더 차가와졌습니다. 모자 밖으로 들어난 코와 빰이 감감이 없어져갑니다. 30분쯤 올라가니 고수부지가 나타납니다. 그 위쪽부터는 고수부지를 개발하여 시민공원과 운동장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10시가 넘어서자 기온이 좀 올라가서 한결 걷기가 편해졌습니다. 야구장 축구장 테니스장 여러 운동시설과 자연관찰로, 생태탐방로 등으로 대규모로 개발해놓았군요 걷기는 편해도 재미는 없습니다.
낙동강 하구는 추운날씨로 얼어 붙어있지만 그러나 살펴보면 발길 닿는 곳마다 푸덕이며 날아가는 새들, 그리고 황갈색의 검불로만 보이지만 그 검불들은 자세히보면 모두 엄청난 개체의 씨앗을 가진 생명들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넓은 곳은 생명으로 가득차 있다 할것입나다.
아픈 다리 땜에 의욕도 점차 약해지고 계속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깁니다. 아픈 다리에 신경 쓰다 보니 춥다는 생각을 덜 하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카메라를 조작하기위해 잠시 장갑을 벗었더니 손가락이 아릴 정도로 차갑습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숙소를 찾아 봐야겠습니다. 4시경 화명역 부근에서 모텔을 찾았습니다. 근데 4만원 정도의 가격에 엄청 시설이 많습니다. 마치 5성급 호텔에 온것 같습니다. 초대형 LCD TV에 컴퓨터, 그리고 월풀 욕조에..... 나 같은 여행자에겐 너무 사치스런 호사입니다. 게다가 냉장고에 잘 식혀진 맥주까지 한병, 그걸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동의 꺽걱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뜨거운 월풀 탕에 몸을 담그고 녹아드는 듯한 피로의 해소감과 함께, 병채 마시는 맥주 맛이란 못 잊을 또 하나의 맥주 맛으로 기억될 맛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