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까지 걷는데 길동무가 없어서 조금 허전하다.>
함께 걷는 길(6)
* 2007.12.23(일요일, 약 15km, 3시간 30분 소요)
* 전북 순창군 산내(10:30) --> 칠보(12:00) --> 태인(14:00)

<면소재지마다 실내 게이트볼 전용구장이 세워져 있었다.>
어제 걷기를 마쳤던 산내면 소재지에서 홀로 출발한다. 며칠 간 함께 걸었던 길동무가 없어 오늘은 앞길이 약간 허전하다. 사진을 찍어도 앞에서 걷던 동무가 없으니 뭔가 빠진 듯하다. 산내면을 벗어나 오른 쪽으로 돌아서 올라가는 구절재가 재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산내면 경계를 벗어나 칠보면으로 들어서자 내리막길이 예사롭지가 않다. 지금까지 그저 평지로 알고 걸었던 길이 대단히 높은 분지였나 보다.

<칠보로 가는 구절재 공원에서 내가 걸어 넘어온 산마루를 되돌아 보았다.>

<칠보면소재지 앞 뜰에서 바라본 동진강수력발전소가 보이는 풍경>
구불구불 돌아서 내려가는 구절재 저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득하다. 사진에서 본 북한의 칠보산 계곡을 연상케 하는 깊은 계곡이 첩첩이 양쪽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돌고돌아 중간 쯤 내려가니 구절재공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내가 힘들여 넘었던 고갯마루를 돌아보았다. 저 높은 고개를 걸어 넘어왔다니 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칠보면 소재지 건너 편에 보이는 아름다운 칠보중학교 건물>

<칠보면소재지가 끝나는 곳에서 태인까지 줄곧 이 뚝방길을 홀로 걸었다.>

<저 새떼들은 태인까지 줄곧 나의 길동무였다.>
구절재를 다 내려오니 섬진강수력발전소가 오른 쪽 산자락에 설치되어 있었다. 산자락에 수력발전소라니 좀 이색적이었다. 아마 물을 끌어올려 수로관을 통해 내려보내면서 발전을 일으키는 모양이었다. 길을 서둘러 나아가자 왼쪽으로 칠보면소재지가 보이고 내 앞에는 시원한 태인면으로 가는 30번 도로가 펼쳐져 있었다. 아득하다. 오른 쪽으로 마치 철로 부지처럼 포장도로와 나란이 비포장 농로가 있어서 걷기에 좋았다.

<백로? 황새? 다섯 마리가 ......

한 마리가 되어 그마져도 날아갈 때까지 나는 ......>
칠보면 소재지가 끝날무렵 나는 왼쪽 들을 건너 뚝방길을 찾아냈다. 동진강 상류였다. 칠보에서 태인까지 내내 이 뚝방길이 뻗어 있었다. 왼쪽으로 동진천 오른 쪽으로 넓은 들을 끼고 그 들판의 오른 쪽에는 30번 도로가 뚝방길과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날은 잔뜩 흐렸다. 동진강에는 계속 물새 떼가 나와 함께 날다 쉬다 하면서 태인까지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아니 그들은 물동무였다.

<저 물새들이 내가 가까이 가면 다시 날아서 ......
... 끝내 저 다리 너머 태인까지 나를 안내해 주었다.>

<녹두장군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강뚝길은 계속 되었다.>
어제 큰 아이가 왜 걷느냐고 물어 왔었지? 집에 돌아가면 또 물어올 지 모르겠다. 내가 왜 걷는가? 이 끝도 없는 강둑길을 추운 겨울날 홀로 걷는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하다 싫증이 나면 물새 떼와 놀고 걷다가 지치면 다시 내가 왜 걷는가 생각해보고 ..... 고속도로가 앞을 가로막고 뚝길이 잠깐 끊긴다. 뒤돌아보니 내가 걸어온 강뚝길이 아득하다. 강변의 고수부지에 심어진 마늘밭, 강물, 제방이 대조를 이루면서 내 걸어온 길이 무척 생경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 보았던 다섯 마리 중 두 마리가 아닐까?>

<겨울 나무가 있는 강변 풍경>
하늘이 어두워진다. 눈이라도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서둘러 카메라를 싸서 베낭에 집어넣고 도로로 들어선다. 정읍택시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홀로 걸었던 길을 택시로 돌아오면서 학교에서 정년을 했다는 70세의 개인택시 기사님과 건강을 위한 운동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우 건강해 보이는 노인이었다.

<저기 오른 쪽으로 태인이 보인다.>
오늘도 내가 걷는 이유는 딱히 찾아내지 못했다. 앞으로도 나는 내가 왜 걷는가라는 이유에 대해서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걸을 것이다. 싫증이 날 때까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걸어보고 싶다. 걷다 지치면 쉬고, 쉬었다가 다시 걷고 싶으면 또 걷고......그나 저나 호기심이 많은 큰 아이가 또 물어오면 뭐라고 대답하지?(다음 까페 '마음의 고향, 후곡')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캄캄해진 하늘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 THE END ***
첫댓글 태인 칠보 깨끗한 곳입니다. 처가집 가는 길에 들어본 지역이름입니다. 혼자도 외롭지 않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