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제28곡 도련님이 하릴없어 수업01.mp3
<중모리>
도련님이 하릴없어 나구 등으 올라 앉으며
“춘향아, 잘 있거라. 장모도 평안히, 향단이도 잘 있거라.”
춘향이 기가 막혀 보선발로 우루루루루루루루, 한 손으로는 나귀 정마 부여잡고,
또 한 손으로 등자 디딘 도련님 다리 잡고, “이이고, 도련님,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쌍교도 나는 싫고 독교도 나는 싫소.
건넌말끄 반보담 지어서 어리렁 출렁청 날 다려가오.”
말은 가자 네 굽을 치는듸, 님은 꼭 붙들고 아니 놓네.
방자, 나귀 정마 취어들고 채질 툭 쳐 돌려서니, 비호같이 가는 말이 청산녹수 얼른 얼른,
한 모롱 두 모롱 돌아가니, 청산에 놀든 원앙이 짝을 잃은 거동이라.
춘향이 기가 막혀 가는 임을 우두머니 바라보니, 이만끔 보이다, 저만끔 보이다가,
달만끔 보이다, 별만끔 보이다, 나비만끔 보이다가, 십오야 둥근 달이
떼구름 속으 잠긴 듯이 아주 깜박 박석고개를 넘어서니,
춘향이 그 자리에 퍽썩 주저 앉어 방성 통곡으로 울음얼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