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브루투스에게 잡혀가면서 ‘도와줘요, 뽀빠이!’를 외치는 올리브를 구하기 위해 뽀빠이는 시금치 캔을 손으로 터뜨려 먹는다. 시금치 한 통을 먹은 뒤 무적의 사나이로 돌변해 브루투스를 통쾌하게 무찌르는 행동은 늘상 반복되는 장면이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환호를 얻어냈다.
▼미국의 인기 만화 주인공 ‘뽀빠이(Popeye)’가 올해 80번째 생일을 맞았다.
1929년 1월 17일. 일간지의 시사만화가였던 엘지 세가(Elzie Segar)는 그의 한 줄짜리 만화
‘골무극장(Thimble Theater)’에 뽀빠이 캐릭터를 처음 등장시켰다.
처음에는 단역에 불과했던 뽀빠이는 시간이 갈수록 큰 인기를 끌며 주인공으로 발탁된다.
뽀빠이 만화는 1933년 ‘뱃사람 뽀빠이(Popeye the Sailor)’라는 이름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뽀빠이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식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어머니들은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몸에 좋은 시금치를 먹이기 위해 ‘시금치를 먹으면 뽀빠이처럼 힘이 세진다’는 말로 꼬드겼고,
순진한 아이들은 시금치를 억지로 먹어야만 했다.
이에 따라 1930년대 미국에서는 뽀빠이 덕분에 시금치 소비가 무려 33%나 증가했으며,
도산 직전의 시금치 업계가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시금치를 즐겨 먹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시금치의 영양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금치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로 알려져
세계적으로 많이 식용되고 있다. 시금치의 영양성분 중 엽산은 DNA 합성과정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암의 예방에 관여하고 치매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시금치의 영양소는 힘을 내는 것과는 무관하다.
영양학적으로 힘을 내기 위해서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같은 에너지원이 포함돼야 하는데
시금치에는 이들 영양소가 거의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시금치의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양영석 문화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