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나라의 어린이가 되어
일찍 일어났다
딸애가 더 오래 잘 줄 알았더니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꿈속을 헤매고 있는 나를 깨운다
엄마!
소리에 눈이 번쩍 띄인다.
7시부터 요가수업이 있다
요가 끝내고 아침 먹고 들어올 요량으로
세수만 하고 맨얼굴로 집을 나섰다
고요한 바다
아직 사람들이 깨우질 않아
더 잔잔하고 고요하다
요가수업도 바닷가 옆 잔디밭이라서
수업전 잠시 바닷가 산책하기
어느 새 소가 와서
모래밭을 깨끗하게 밀어놨다
아주 판판하게
좀더 일찍 나와 이 광경을 볼걸.....
요가수업 시작할 까요?
자기 몸과 싸우려고 하지 말고
몸이 가는 대로 자연스레 하라는 말씀
옆사람과 경쟁하려는 마음도 갖지 말라는 말씀
난 고연시리 알아들은 척 고개를 끄덕끄덕
뭐라고 말씀하셔?
딸이 소곤대며 통역
쉽고 간단한 스트레칭 정도의 동작이었건만
땀이 줄줄 흐른다
딸은 나보다 더 낑낑대면서도 열심히 따라한다
잠깐 한 것 같은데
벌써 1시간이나 몸을 비틀고 늘리고 버티고 그랬나보다.
몸이 개운하게 깨어나는 것 같다.
잠시 땀을 식히고
아침을 먹기로 한다
호텔조식은 언제나 옳은거 맞지요?
호텔조식 맛없다는 사람
너무 입맛 까다로우신거 아닌가요?
식당 인테리어 주 오브제는 쌀이다
쌀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올 쌀농사 풍년이에요
일단은 쌀국수를 먹어주얍니다
여긴 베트남이잖아요
쌀국수 매일 먹어도 맛있다
그러고 보니
여행기간에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번씩 매일 먹었구나.
배불리 먹었으니 좀 쉬어야겠다.
쉬었다가 수영도 하고
책도 읽고
그렇게 놀러 왔어요 우리.
집으로 가는 길
언제봐도 참 멋스럽고 좋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풀에서 놀아볼까나?
어제 저녁 산책하다가
주워 온 플루메리아 꽃송이가
튜브 속에서 탈출해 있다
아니지 튜브가 도망간 거구나
잠자기 전에 이렇게 튜브 안에 띄워 놨었는데
물이 계속 공급되며 순환되니
튜브가 밤새 빙빙 돌아다녔나보다
밖이 더워져 물 속이 아니면
견디기 어렵다
침대에서 기대 책보고 있는 나를 향해
하트를 흔들어대는 딸
그래그래 사랑해
사랑하고 말고
캬 이녀석
방수패드까지 들고와
물 위에서 핸드폰놀이하고 있다
물방울 튈까봐서.....
내 폰은 소중하니까요 하며
서로 번갈아 수영하기
둘이하려니 그냥 물장구칠 땐 괜찮은데
좀 좁다
엇갈려서 왔다갔다 해야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제목이 뭘까요?
궁금하지 않아도 말하렵니다
"여행이야기로 주위사람들을 짜증내게 하는 기술"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제가 지금 많은 주위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는 장본인이더군요
이렇게 여행기로 괴롭히고 있잖아요
사진까지 보여줘가며
딸이랑 번갈아 읽으며
얼마나 웃었던지
그래요
여행이야기는 함께 했던 사람들이나
그 곳을 여행했던 사람들끼리 해야지
그 곳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사진까지 들이밀며 장황한 설명을 하는건
상대방에겐 고문이지요
근데 지금 제가 이러고 있습니다
오늘 해피아워 시간이다
해질녘 바닷가에서
칵테일이 제공되고
라이브공연도 한다.
우린 정연님과의 저녁약속이 있어
잠시 노알콜 칵테일 한잔씩 하면서
이 시간을 잠시 즐기기로 한다.
좀더 어둠이 짙어지면
요 테이블의 앤틱한 등에 불도 밝히겠지
심지를 올려주고
낭만을 잠시 남겨두고
우린 외식을 나간다
람비엔 레스토랑
딸애의 레스토랑 고르는 첫째 조건이
에어컨이 있는 곳이다.
이 더위에 문활짝열고 땀흘리며 먹긴 싫어요
여긴 문재인대통령이 순방시 다녀가신 곳으로 더 유명하다
입구부터 분위기가 아주 고급스럽다
정연샘이 유창한 베트남어로 미리 예약을 해 주셔서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요 대나무 빨대
아주 고급스럽고 좋던데...
썩지않는 플라스틱이 아니라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연소재라서 더 좋았다.
반세우는 오늘도 주전자리 차지하고
고고하게 노릇노릇 앉아있다
쌀국수는 빠질 수 없지
어머나 이 푸짐한 음식들.
이렇게 먹고
밤엔 또 열대과일에 집중탐구하고
이러니 내 뱃살은 자꾸 접히구
식사후에 차 마시러 들른
미케비치 앞에 있는 레스토랑
바닷가에 하얀 인테리어는
늘 화사하다
정연샘과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타국에서의 생활
이 곳 사람들과의 어울림
문화차이 극복
그리고 아이들 교육 등등
잘 적응하시고
잘 이겨내시고
열심히 생활하시는 모습에
존경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리조트로 돌아오니
밤에 더 환상적이다.
택시에서 내려 룸까지 가는 길이
아주 아늑하다
이 시간에 귀가한 사람은
우리 둘 뿐인가보다
밤 바다를 보러 어슬렁어슬렁
오늘 영화상영도 했었나보다
모두가 돌아간 객석에는
발자국만 무수하고
스크린에선
쓸쓸히 리조트 홍보 영상만이 반복되고 있다
오늘도 잘 놀았다
깊은 잠에 빠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