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성 ROTC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산업계 전반에 여풍이 거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군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오늘의 주제는 ‘여자 ROTC’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ROTC는 ‘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의 약자로 1961년도에 군이나 사회의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군사관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 대학 생활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는 동시에 군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학기 중에 리더십을 비롯한 다양한 훈련을 받는 ROTC는 3, 4학년 여름, 겨울 방학을 이용해 소정의 군사교육과정을 이수한다. 졸업 후에는 소위로 임관해 2년 4개월 동안 장교의 신분으로 전공분야의 실무를 터득할 수 있는 장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2010년 12월, 고려대, 명지대, 숙명여대 등 7개 대학의 학군단에서는 여자 후보생 60명을 뽑았다. 그리고 2013년 최초로 여성 ROTC 장교를 배출하기에 이른다. 이 후로 여자 ROTC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성신여자대학교 ROTC
여성 ROTC의 높은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ROTC 후보생들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이 빠질 수 없다. 우선, 국방부의 지원과 학교 측의 지원으로 나뉜다. 국방부는 2년간 매월 교재비를 지원하고 국내 및 해외 문화탐방 기회 제공한다. 이외에도 임관 후에는 후보생에게 단기 복무 장려금을 지원하는데, 2년 4개월의 복무를 마친 자에 한해서 입영훈련 성적과 교육 성적을 합산해 A등급(상위 20%)과 B등급으로 나눠 각각 300만 원과 145만 원을 전원 일급 지급한다. 학교 측 혜택은 학교마다 상이하다. 성신여대의 경우, 성적에 따라 70%에서 전액 장학금을 지급함은 물론 후보생 전원 무료 기숙사 생활을 보장해주며 방학 중에는 미국 해외 연수도 보내준다.
두 번째는 안정적인 진로다. 학교를 마치고 소위라는 계급으로 임관하는 ROTC는 장교라는 신분으로 소정의 월급을 받으며 군복무를 하게 된다. 공부를 원하는 장교를 위해서는 국내외 위탁교육의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ROTC를 한다고 무조건 직업군인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로의 진출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ROTC는 분명 좋은 기회다. 성신여대 김지용 학군단 단장에 따르면 실제로 대기업에서는 올해 ROTC 전역 예상 여성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스카우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김 단장은 “평범하게 대학생활을 한 것보다 장교로서 리더로 생활하며 조직에 헌신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 선호하는 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군 조직 내에서도 여자 장교에 대한 중요도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단장은 “중, 장기적으로 여군 특유의 섬세함, 포용력, 긍정적인 자세 등이 군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그는 심지어는 각종 군사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여자 ROTC는 여대생에게 인기가 많을까? 여대생들에게 ROTC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경희대학교에 다니는 이가연(24) 학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유림(20, 서울여대) 양은 "여자 ROTC에 대해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여자 ROTC가 있는 대학에 갔을 것이다"라고 했다. 권 양은 다양한 혜택과 확실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유니폼이 멋져 보이는 것은 덤이다. 대체로 많은 여대생이 ROTC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와중, 그렇지 않은 학생도 더러 있었다. 숙명여대에 다니는 김지수 학생(21)은 "여자 ROTC가 멋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항상 제복을 입고 다니며 일정한 규율에 맞춰서 생활해야 하는 모습은 어쩐지 답답해 보인다”고 말했다.
▲ (좌)정수연 후보생 (위에서 우)이민용 후보생 (하)신소희 후보생
실제 여성 ROTC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그들의 실질적인 얘기를 듣고자, 110여 개가 넘는 학군단 중 2년 연속 동계 입영훈련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성신여대 학군단을 찾아가 봤다.
성신여대 학군단은 2011년 창설한 이래로 올해 처음으로 장교를 배출했다. 매년 전국적으로 선발하는 여자 후보생의 수는 250 명이다. 이 중 성신여대 학군단 후보생은 30명을 차지한다. 이러한 사실은 성신여대 ROTC 후보생은 물론 일반 학생들에게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몇 명의 후보생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여자로서 ROTC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들에게 ROTC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이민용 후보생은 남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것을 이유로 꼽았다. 정수연 후보생은 “고등학교 때 ROTC 홍보를 하는 선배의 강연을 들었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날부터 ROTC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여성 ROTC를 하는 것에는 많은 혜택이 있지만 반대로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터. ‘대학생만의 누릴 수 있는 특유의 자유로운 생활에 제재를 받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곧 군인이 될 신분이기 때문에 평범한 대학생처럼 자유분방한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수연 ROTC 후보생은 “물론 그렇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그 외에도 단체 생활을 함에 있어 감수하고 노력해야 할 점도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신소희 후보생은 “고된 훈련도 받고 있어, ROTC 매일 꾸준히 운동을 통해 체력관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 역시 ROTC를 지원한 이후로 운동을 쉰 적이 없다고. 그래서 이젠 어떤 훈련도 거뜬하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 ROTC는 7:1에 육박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민용 후보생은 “ROTC를 함으로써 평범한 생활은 못할 수 있지만, 나 역시 남들이 못하는 특별함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ROTC를 통해 나도 모르게 한층 성장하게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면 정말 뿌듯하다”며 ROTC의 매력을 어필했다. 정수연 후보생은 ROTC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장기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경험을 쌓으려고 들어오는 경우에도 ROTC는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가천대에 재학 중인 신소희 후보생도 “내가 이 일을 생각할 때 가슴 떨려 하는가 혹은 진정으로 원하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면 멋진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지금까지 여성 ROTC에 대해 알아보았다. 여성의 강인한 면을 보여주는 멋진 여성 ROTC는 쉽지 않은 길임이 확실하다. 아무나 가는 길이 아닌 어려운 길이기 때문에 현재 그녀들이 가는 길이 더 빛이 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