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신도님들 기도 말고 자기 기도를 할 기회는 많지 않은데 제가 출가를 하고 기도를 가장 간절하게 했을 때는 21살 때 군대 영장 받고서였습니다. 남자에게 있어서 군생활은 정말 큰 변화이고, 두렵고 그렇잖아요?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러고 있으니까 스승님이 가라고 그러셨습니다. 안 가면 후회한다고.. 가긴 가야 할 텐데.. 군대 가면 고생도 많고 두려운 것도 많을 텐데.. 기도라도 해야겠다.. 그래서 은사님께 "석굴암 가서 기도하면 영험이 있을까요? 거기 가서 기도하고 싶습니다." 그러라고 하시면서 그땐 먹는 것도 참 귀했는데 부산 보살님들이 갖다 주신 미제 파인애플, 통조림.. 뭐 그런 것, 기도하다 배고프면 먹으라고 주시고 그러셨어요. 그리고 불국사 석굴암은 국보문화재라서 기도를 하게 잘 안 해준대요. 무슨 일 생길까봐.. 그래서 은사스님께서 석굴암 주지스님께 소개장 편지도 써 주시고 그러셨어요.
그렇게 기도 허락을 받고 3일간 용맹정진을 시작했습니다. 군대 가면 좋은 데 가고 고생 안 하고, 전방 안 떨어지고 후방에 가야 하고.. 뭐 그런 생각으로 기도를 했어요. ㅎㅎ 그런데 마지막 날 철야를 하다가 잠깐 졸았는데.. 석굴암 부처님 뒤에서 하얀 동자가 나와 가지고 비몽사몽간에.. 기도하다가 존다고 목탁으로 머리를 때리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깨어나서 물리쳤는데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기도를 막 더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기도할 때는 말이죠, 군대 가면 후방 가고 전방 안 가고, 좋은 보직 받고.. 그렇게 속으로 축원을 하고 기도를 했는데 마지막 날 아침에 관광객들이 오니까 회향을 해야 하는데 그때는 생각이 삭~ 바뀌더라고요. '아 참.. 내가 부처님 제자답지 않은 축원을 했구나~' 내가 좋은 데 가면 다른 누군가는 나쁜 데 가라는 것이고.. 내가 전방 안 가면 누군가는 전방 가라는 것이고.. 야.. 이건 부처님 제자 마음이 아니다.. 갑자기 그런 깨달음이 왔어요.
그래서 축원이 바뀌었어요. 내가 미래세가 다하도록 내가 걸치고 있는 이 법복 가사가 벗겨지지 않는 게 내 바람이라고 그랬어요. 처음에는 군대 좋은 데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마지막엔 그런 생각이 부끄럽고 창피하고.. 이건 부처님 제자가 아니다.. 남을 해치고 내가 좋은 데 가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마지막으로 회향할 때 축원은 승가대학 2학년 때 배우는 '서장'의 말씀으로 했습니다.
다만 모든 부처님 앞에서 큰 서원을 세우오니 "원컨대 이 마음이 견고하여 영원히 물러서지 않게 하고, 모든 부처님의 가피를 의지해서 선지식을 만나 일언지하에 몰록 생사에서 벗어나 최상의 바르고 평등한 보리를 깨달아 증득함으로써 부처님의 혜명을 잇고, 모든 부처님의 막대한 은혜를 갚게 하여지이다."
이 말씀의 축원 하나로 회향을 하고 서울로 올라가는데요.. 그동안에는 고속버스 타면 유행가 가사 엄청나게 듣기 싫고 그랬는데 그 날은 싫은 게 없어요.. '아, 기도가 이런 거로구나..'
모든 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기도하고 한 달 동안 저는 너무 좋았어요. 뭐 석굴암 부처님에게 받은 것도 없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요.. 싫은 게 없이 다 좋아요.. 매사에 긍정적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살 수 있고.. 불평불만도 없고.. 이런 것을 법희선열이라고 합니다. 제가 더 열심히 했으면 그런 기간이 더 길었겠지요. 저는 그때 너무 좋았어요.
우리 신도님들도 처음에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기도를 하지만 기도를 열심히 하다보면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