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나 인도네시아같은 곳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걸 티비에서 여러번 보았지만 직접 내 눈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신난다.
땅속의 마그마가 지표를 뚫고 거대한 시뻘건 불덩이가 치솟아 올라온다면 이보다 더 장관은 없을 것 같고 아마 소돔과 고모라성이 펼처질 게 아닌가.
하지만 안개가 심해서 앞을 잘 분간하기 어려우니...
나는 정말로 운이 없나 보다.
누가 말했던가.
재수가 좋은 사람이 앞으로 고꾸라졌더니 코 앞에 황금덩이가 있고 재수가 없는 사람이 뒤로 넘어졌는데 거시기가 부러졌다더니 하필 오늘 이렇게 비가 청승스럽게 내릴 줄이야.
진짜로 땅이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끓어 오르고 있으며 세상에는 신기한 게 너무나 많다.
비가 오지만 인정샷을 누르고...
뜨거운 유황온천수에 계란을 익히면 껍질이 까맣게 변하고 이걸 먹어보지 못한다면 이곳까지 온 보람이 없다고 하는데 계란 하나의 값이 무려 천원이다.
오가는 길에 절경이 수도 없이 많은데 이걸 하나도 찍어 오지 못했으니 섭섭하기 짝이 없고 허무하다.
다시 게이부루까를 타고 내려오며 유리창에 낀 성애와 물방울만 보며 허송세월을 보낸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니 이런 날에도 사람들은 많이도 몰려 온다.
허전한 가슴을 안고 게이부루까를 타고 가다가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내리니 눈앞에 보이는 이기 뭣꼬?
거대한 호수에 멋진 해적선이 더있지 않은가.
아시노코 호수라 하며 인공호수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호수라 하며 길이가 무려 66키로미터나 되며 깊이가 350미터라한다.
저 배를 타보지 않으면 너무 섭섭하지 않겠는가.
어디를 가나 돈을 달라하고 이눔의 비는 하루종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밖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안내 노인분이 나를 찍어 주셨고...
일본의 하꼬네에 가서 뭘 보고 왔느냐고 물어 보면 "응... 유리창에 낀 성애와 물방울만 보고 왔어요."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버스를 타야 한다며 뛰어 오란다.
쉬야도 마렵지 않은데 쉬를 하러 간다고 속이고 후다닥 뛰어 다니며 몇컷을 찍어 보고...
버스안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달력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들 왕의 즉위한 년도인 헤세이 력을 쓰는 게 어색해 보인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왕조를 고집하며 충성을 맹세하는 행위가 미개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길이 미끄러운데도 베테랑 기사는 쾌속으로 달려 금방 모또하꼬네 역에 도착했고 곧바로 동경까지 간단다.
이걸 보러 아까운 하루를 허비했다고 생각하니 갑갑하다.
일본도 요즘 관광철을 맞아 북적댄다고 한다.
어딜가나 사람들이 조용하며 질서가 정연하고 길이 막히지 않으며 크게 멀리 걷지 않아도 되게끔 정비가 잘 되어 있다.
한국 사람들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일본인 친구가 있다.
아마 삼십년 가까이 한국에서 근무를 한 것 같다.
오랜기간 일본회사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했고 가끔씩 곡차도 나누었으며 내집에 저녁식사도 초대했었고 어느 정도 서로 속내를 열어놓고 대화를 나누었다고 생각한다.
일본 남자는 군복무가 의무사항이 아니니 그만큼 학업의 맥이 끊기지 않고 쉬임없이 공부를 할 수가 있고 워낙 성실하니 실력도 대단하다.
처음에는 러시아지사에서 근무를 해 그곳 언어도 능통하고 영어도 능통하며 한국말은 억양이 서툴러서 그렇지 나보다 한 수 위가 아닌가한다.
한국에서 십년을 넘게 살았으니 러시아와 한국과 일본을 비교 설명해 달라니 장시간에 걸처서 장황하게 자신이 느낀 점을 설명해 주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사람들이 모두 무대포로 함부로 말을 하고 고함을 처서 겁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사귀어 볼수록 정이 넘치며 솔직담백하며 자신의 내면을 숨기지 않아 마음놓고 사귈 수가 있으며 지금은 일본 친구보다 한국 사람들의 성향이 더 편하며 마음에 든다고 했었다.
협상을 할때도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예스라고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면 큰 오산이라 하며 일본인인 자신도 그 속내를 짐작할 수가 없어서 항상 긴장의 연속이라 한다.
언제나 겉으론 미소를 머금고 미안하다 고맙다를 입에 달고 살아가니 아주 예의가 바른듯이 보이고 공손해 보이고 남에게 조그만 페도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이면에는 당신도 나를 그렇게 대접해 주기를 바라며 나의 작은 실수도 용납지 않는 게 더욱 부담스러운 게 아닐까.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만날때나 헤어질때도 허리를 몇번씩이나 굽혀 인사를 반복하며 반가워하고 헤어짐이 크게 아쉬운듯 행동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간교하게 보인다.
지나친 예의 바름의 그 뒷면에는 괜히 무슨 음모가 숨어 있을 것 같고 과한 공손함의 뒷면에는 아부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오랜 세월동안 칼잽이 사무라이 집단이 지배하는 시대였으니 자칫 행동에 실수라도 하면 금방 목이 달아나니 그렇게 공손하며 예의 바른 것 같이 행동해야 목숨을 보전할 수가 있었고 그게 유전자로 굳어져 그런가 보다.
한국 사람들과는 작은 실수를 해도 미안한 미소 한번 보내면 그것으로 끝이고 무엇이든 속내를 열어 놓을 수가 있어서 마음이 편하단다.
오월동주 얘기를 하며 한국에서는 일본인을 낮추어 왜놈이라며 표현하고 일본 사람들은 조센징이라는 말로 무시하며 중국 사람들에게는 뙈놈이라 얕보는 경향이 있고 중국 사람들이 우리를 동이족이라 오랑캐 취급하며 일본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을 얕보는 조센징이라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이 있느냐고 물어 보니 자신이 일본에서 자라며 평생에 두번 정도 들어 보았다며 아주 망나니 같은 깡패들이나 하는 말이란다.
우리같이 남의 욕도 시원하게 할 수가 있어야 숨통이 트이고 스트레스도 확 풀려서 더욱 좋을 것 같다.
일본 사람들같이 긴장하며 살아갈려면 속이 미어터질 것 같다.
아마 일본친구가 이 글을 보고도 원래 내가 워낙 무식하며 그칠 게 없이 말을 마구한다고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미워하지 않을 것을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