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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애독자 재관, 재호야. 엉아가 요즘 ㅈㄴㄱ 분주하시어 2주에 한편밖에 올리지 못하였다.
마니 기둘렸지?...
너희들의 기억력이 의심스러버서 전편 28, 29와 함께 올리니 눈까리 뻑뻑해질 정도로 정독하며 즐감하거라...
뉴저지에서 재정 엉아가...
악강은 너무나 놀라 한동안 노인을 바라보며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다. 얼마후 악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 지하기관에 계십니까?" "아니다." "허면 어디에 계십니까?..." 노인은 지긋이 악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듣기를 원하느냐?" 악강은 의혹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 알아야 하겠습니다." 깊은 숨을 내쉬며 노인이 말했다. "너의 부친 악운은 보름전에 죽었다." 청천벽력과 같은 노인의 말에 악강은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무릅을 꺽으며 멍한 눈빛으로 노인만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때 장예린이 전음으로 말했다. "강아, 우린 아직 저노인을 신뢰할 수가 없어. 어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내공수위가 극한에 이른 악강은 잠시후 운공을 하여 흩어진 정신을 다잡고 일어서며 말했다. "누가 부친을 죽였습니까?" "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예?... 무슨 이유로 부친께서 자진하셨다는 말씀입니까?" 노인은 품속에서 봉투를 꺼내어 악강에게 전해주며 말했다. "악운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서찰을 너에게 전하라고 내게 말하고 숨을 거두었다." 떨리는 손으로 서찰을 꺼내어 보니 한지 한장에 깨알같이 작은 글자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악강은 바싹 다가와 화섭자 불빛을 비추어 주는 장예린과 함께 서찰을 읽어 내려갔다. "한없이 보고싶은 내아들 강아... 부디 이 못난 애비를 용서해다오. 정확히 삼십육년전 토번군을 토벌하고 회군하던 중 나는 중경에서 천하의 그어느 여인보다 순결하며 어여쁜 너의 어미를 만나 달을 바라보며 천지신명께 두사람이 지아비와 아내가 되었음을 고하였느니라. 일년 후 너의 어미를 북경으로 데려와 가정을 꾸리겠다고 약조하였으나 나는 다시 황제폐하의 명을 받아 장성 넘어 원군잔당을 토벌하기 위하여 출병하였고 그곳에 오년동안 주둔하여야만 하였다. 나만 기다리고 있던 너의 어미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만갈래로 찢어지는 고통속에서 헤어나기가 어렵구나. 내가 북경으로 돌아와 보니 황실을 장악한 역광의 무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원나라와 싸웠던 명나라 정규군들의 수장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있었다. 우리는 황제 주원장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중원을 되찾으려는 일념으로 싸운 것이었다. 전장을 누비며 생사를 함께 하였던 고명형과 나는 끝까지 역광의 무리들에게 저항하였으나 힘이 부족하여 결국 그들에게 구금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강아, 석달전 진문의 여식인 진수아가 너와 개방 방주와 제자를 지하기관에 가두어 놓은 후 공주 주소란과 둘째 황자 주윤걸에게 말해준 너의 신상에 대한 모든 것을 당시 주윤걸과 함께 계셨던 고명형으로부터 듣게 되었고 나는 강이 니가 나의 친자임을 알게 되었다. 내게는 한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으며 무림삼성어른들께서 너를 거두어 주시고 학문과 중원최고의 무학을 전수해주셨다는 말을 듣고 가여운 너를 보살펴주신 부처님께 백팔배를 올렸느니라. 강아, 나는 명나라의 장군으로 중원을 원나라로부터 되찾고 황제가 된 주원장에게 충성을 바치지 않을 수가 없는 신분이었으나 황제 주원장이 사문과 동료들을 배신한 패륜아임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역광의 무리들에게 저항하다가 구금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하여도 틈을 내어 너와 너의 모친을 돌보지 못한 것은 이애비가 못나서이니라. 부디 나를 용서해다오... 강아, 너는 나와 다르다. 너는 중원무림 최고어른들께서 무림의 정도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길러낸 인재이니라. 반드시 주원장과 측근들을 응징하여 중원무림에 정도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권력의 횡포로부터 힘없는 백성들을 보호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보고 또 보고 싶은 내아들 강아, 나는 너의 무공수위가 주원장과 역광을 놀라게 할 정도로 높다는 것을 고명형에게 들어 잘 알고 있다. 저들이 나를 이용하여 너를 제압할 것임이 자명한 상황에서 나는 최후의 선택을 하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나는 저승에서 너의 모친과 해후한 후 너를 지켜볼 것이다. 강아, 우리 악문은 악비대장군의 직계자손이다. 부디 악문의 위용을 만천하에 떨치고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말미에 적은 요결은 악문창법 요결이며 마지막 세초식은 악비선조 이래로 터득한 자가 없다. 너의 자질과 무공수위이면 무난히 터득할 수있을 것이니 연마하거라. 너의 모친은 너에게 옥잠 하나를 남겼을 것이다. 내가 혼약의 증표로 준 것이니 나의 묘소에 묻어 다오. 강아, 비록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어 있으나 이제 우리가족은 모두 함께 있는 것이다. 부디 중원무림에 우뚝 선 너의 모습을 보여다오. 한천자(恨天子) 악운이 아들 강이에게..."
멍한 표정으로 눈물만 흘리고 있는 악강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고명이 말했다. "너의 부친의 묘소는 성밖 십리에 있는 산등성이에 있다. 우선 이곳에서 나가야 하니 어서 정신을 차리거라." 장예린이 말했다. "이곳에서 벗어나기 전에 어른께 청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저는 산동 장문의 여식입니다. 이곳에 구금되어 계시는 저의 증조부님 두분을 뵙게해주십시요." 잠시후 고명이 말했다. "좋다.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거라. 지하기관내 상황을 살펴본 후 다시 올 것이다." 고명이 사라진후 눈물을 훔치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듯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악강의 모습을 바라보던 장예린이 갑자기 주저앉으며 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잠시 장예린을 바라보던 악강은 장예린 옆에 앉으며 팔로 장예린의 어께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예린아, 울지마. 내 비록 천애고아가 되었지만 내곁에는 너와 평이가 있잖아..." 장예린이 더 서럽게 울자 악강은 소매로 장예린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예린아, 나는 오늘 부친을 만나 뵈었다. 비록 상봉은 하지 못하였으나 당신께서는 친자인 내가 있음을 알게 되셨고 또 내게 사명을 주시고 돌아 가셨다. 이제 나는 여한이 없으며 마음도 평안해졌으니 눈물을 거두어라." 한참 울고난 장예린은 악강의 품에 안기며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악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아, 나는 명을 다할 때까지 너를 보살펴 줄거야. 항상 내곁에 있어주겠니?..." 한순간 전신으로 퍼지는 뜨거운 기운에 악강은 자신도 모르게 장예린을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며 자신의 두툼한 입술로 장예린의 앵두 같은 입술을 취하는 것이었다. 평생 처음 경험하는 오묘하기 이를 데없는 황홀경에 사로잡힌 두사람은 그동안 마음속 깊히 간직하였던 연모의 정을 혀와 입술로 거리낌없이 표현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다. 한동안 시간이 흐른 후 두사람은 인기척을 감지하였고 떨어져 일어나 보니 고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가와 앞에 선 고명이 입을 열었다. "이상한 일이다. 그들 모두 지하기관에서 사라져버렸어..." 잠시후 장예린이 말했다. "그들의 내상은 가볍지 않습니다. 아마도 지하기관에 우리가 남아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 밖으로 나가서 내상을 치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흠... 너의 말에 일리가 있다. 어서 따라오너라." 한동안 석로를 따라 걷다가 멈추어 선 고명이 좌측 벽을 누르자 석문이 열리는 것이었고 석실 두개를 지나 잠시 좁은 석로를 걷다보니 좌측에서 환한 불빛이 비치는 것이었다. 활짝 열린 문안으로 들어가 보니 악강이 일전에 보았던 고령의 노인 두분이 눈을 감고 중앙에 앉아 있었고 두노인의 이장앞에 이르자 고명이 공손하게 말했다. "말씀드린 아이들을 데려왔습니다."하자 두노인은 눈을 반쯤 뜨고 악강과 장예린을 잠시 바라보았고 잠시후 우측노인이 입을 열었다. "고명에게 대충들었다. 니애비는 대장부로 살다가 갔으니 여한이 없을 것이다."하고는 장예린을 보며 말했다. "이리 다가와 앉거라." 장예린이 두노인 앞에 무릅을 꿇고 앉으며 이마를 땅에 닿게 절을 한 후 몸을 일으키며 "증손 장예린이 증조부님께 인사드리옵니다."하자 두노인은 찬찬히 장예린을 쓸어 보았고 잠시후 좌측노인이 입을 열었다. "너는 제군이의 여식이냐 아니면 제상이의 여식이냐?" "예, 저의 부친은 문제상문주이십니다." 우측노인이 말했다. "흠... 제군이가 문주라... 우리는 너의 애비가 대여섯살적에 출타한 후 여지껏 제남으로 돌아가지 못하였다. 그간 문중에 일어난 일들을 소상히 고하거라." "예. 두분 증조부님께서 장사성어른의 사인을 조사하시기 위해 북경으로 떠나신 후 한동안 아무런 기별이 없으시자 증조모님께서 직접 북경 황궁으로 주원장을 만나러 가셨습니다. 헌데 청을 넣고 보름을 기다렸으나 주원장은 증조모님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하여 증조모님께서는 한때 동료들이셨던 정파무림 원로들을 만나 두분의 행방을 수소문하셨으나 별 소득없이 돌아 오셨으며 두분께서 주원장의 측근들에게 살해당하셨거나 구금당하신 것으로 판단을 내리셨습니다." 우측노인이 장예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누님께서는 건재하시냐?" "예, 무탈하십니다." 좌측노인이 말했다. "도영은?" "도영할머님도 건재하십니다." "계속하거라." "예. 증조모님께서 황궁에 다녀 오신 후 십여년이 지났을 무렵부터 현재까지 장문은 주원장의 측근들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 왔으며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좌측노인이 말했다. "누가 살아 남아 있고 누가 죽었느지 말해보거라." "조부님들중에 장단, 장윤 두분만 생존해계시고 장손, 장무 두분은 작고하셨으며 두분 증조부님들께사 한번도 보지 못하신 제곤, 제명, 제군 세분 숙부님들도 작고하셨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중에 우측노인이 말했다. "쯧쯧쯧... 아이들 여럿을 잃고 말았도다..."
장예린이 한동안 장문이 겪었던 일들과 상황을 상세히 고하고 말을 마치자 좌측노인이 말했다. "내앞으로 가까이 오너라." 장예린이 다가 앉자 노인은 장예린의 맥문을 잡고 눈을 감는 것이었다. 차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좌측노인은 눈을 뜨고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 이아이는 장문의 심법을 모두 터득하여 연마하였고 내공수위도 큰조카 단이 보다 못하지 않을 것입니다. 형님의 뒤를 이을 만한 자질을 타고 났소이다. 하하하..." 우측노인은 흡족한 표정으로 장예린을 쓸어본 후 고개를 돌리며 악강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의 신분을 알게 되었구나. 이곳을 벗어난 후 겪었던 일들을 말해주겠느냐?" 악강이 그동안 장예린과 함께 겪었던 일들을 세세한 부분까지 차례대로 고하자 우측노인은 지긋이 악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분의 제자답구나. 너희 둘은 지금부터 내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입을 열었다. "곡부는 백오십여년 전에 대가 끊긴 것으로 알려져 왔던 '무형자(無形子)' '곡마상'의 가문이며 우리도 최근에야 곡마상의 후손들이 살아 남아 곡부를 재건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주원장이 황제에 오른 후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주원장과 모종의 거래를 한 후 암중에서 주원장을 돕고 있으며 장사성 형님과 진우량도 이들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나와 동생은 판단하고 있느니라." 장예린이 말했다. "증조부님, 곡부의 무공은 어떤 것입니까?" "무형자 곡마상의 사문에 대해서는 아는 자가 없으나 그는 사파무학의 정수를 깨우치고 무림역사상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자였다. 잘 들어라. 곡부의 무공은 너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악하기 이를 데없는 무공이며 너희들이 향후 상대해야 할 자들은 역광과 그의 측근들이 아니라 곡마상의 자손들과 서역명교의 두늙은이 이다." 악강이 말했다. "저는 명교어른들로부터 명교의 심법인 건곤대나이신공과 절기들을 모두 터득하고 연마하였습니다. 서역명교 원로들은 제가 상대할 것입니다." 좌측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이야, 너는 이백여년 전에 명교가 둘로 나누인 연유를 아느냐?" "예, 당시 광명좌사였던 금홍이라는 자가 천주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되자 불만을 품고 제자들 일부와 함께 서역으로 가서 명교의 적통행세를 하며 대를 이어왔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고개를 저으며 좌측노인이 말했다. "아이야, 페르시아에 근원을 둔 명교의 무공은 둘로 나뉘어 진다. 하나는 빛의 무공인 명공(明功)이고 다른 하나는 어둠의 무공인 암공(暗功)이니라. 명교가 중원으로 들어 왔을 당시의 화명천주였던 자는 중원의 무학을 두루 살펴본 후 정파무림과 교류하며 명공을 우선하여 육성하였고 암공은 접으려 하였다. 당시 명교내 암공의 최고고수였던 금홍이 이에 반기를 들고 뛰쳐나간 것이다." 악강이 말했다. "저는 세분 사부님들과 명교의 사부님들로부터 말씀하신 내용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우측노인이 말했다. "아이야, 그분들은 서역명교의 후손들이 중원에 들어와 주원장의 측근이 된 것을 아직 모르고 계실 것이다." 악강이 말했다. "역광과 서역명교 원로 두사람은 지난 수년동안 황실 별궁에서 명교의 고대신공을 복원하였고 최근에 완성하여 주원장의 자식들과 진우상 노문주의 증손 둘에게 전수하였습니다. 허나 이들은 저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우측노인이 말했다. "아이야, 서역명교 원로 두사람은 심계가 깊은 자들이다. 그들이 암공의 정수를 모두 내놓았을 리가 없다. 그들은 주원장의 신임을 유지하기 위하여 암공요결 일부만 제공하여 역광과 함께 그럴듯한 무공을 만들어낸 것이며 역광은 자질과 지략이 두노인보다 열등하여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악강이 생각에 잠기자 장예린이 우측노인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곡부의 무공과 서역명교의 암공중 어느것이 더 수위가 높은지 말씀해주세요." 우측노인이 깊게 패인 얼굴주름을 활짝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앞으로는 할아버지라고 부르거라. 증조부보다는 훨씬 더 듣기가 좋구나. 허허허..."하고는 악강과 장예린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서역명교의 암공보다는 곡부의 무공이 더 패도적이니라. 허나 살인적인 위력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으니 그들을 상대할 시에는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하고는 악강에게 말했다. "소곤생형께서 명교원로들에게 청하여 중원무학의 정수인 무궁, 도화문, 용문의 절기를 모두 연마한 너에게 명교무공을 전수케 하신 깊은 뜻을 알고 있느냐?" "예. 건천신공과 건곤대나이심법을 융합하여 동시에 운용할 수있어야만 천하의 모든 무공을 상대할 수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그것이다. 얼마나 깨우치고 연마하였느냐?" "정확히는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극한에 이르려면 아직 부족합니다."하자 좌측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형님, 소곤생형께서 기막힌 놈을 찾아 내어 거두셨습니다."
잠시후 장예린이 말했다. "할아버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시면 아니됩니다. 어서 저와 함께 제남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우측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예린아, 기독을 모두 체외로 몰아 내려면 한달은 더 걸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 남아 해야 할 일이 있다. 너는 돌아가 누님과 도영에게 우리가 살아 있음을 전하고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말씀드리거라."하고는 악강을 보며 말했다. "이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대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너도 지체하지 말고 너의 사부님들을 뵙고 출도한 후 보고, 듣고, 경험한 바를 소상히 고하거라. 허면 너에게 새로운 임무를 주실 것이다." 좌측노인이 말했다. "강아, 우리는 지난 수년동안 고명 덕분에 편히 지낼 수가 있었다. 고명은 너의 백부와 다름없는 자이니 너는 책임지고 지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진문은 당분간 가까이 하면 아니된다. 진우상은 그의 형인 진우량과 전혀 다른 인간이다. 의중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으며 야심이 큰 자이니 그와 주원장의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전에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알겠느냐?" 악강은 장예린과 함께 "예"하고 대답을 한 후 말했다. "곡부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십시요. 그들의 동태와 무공을 조금이라도 확인한 후 오이산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흠... 좋다. 알려주마. 허나 그들에게 너희들의 신분이 노출되는 일은 있어서는 아니되며 아직 때가 이르니 그들과 정면승부를 하면 아니된다. 내말을 명심해야 한다."하고는 악강에게 곡부의 소재지를 알려준 후 고명에게 말했다. "어서 이아이들을 내보네 주거라." 고명을 따라 다시 석로로 나와 차 한잔 마실 시간동안 걸어 가니 일전에 궁원방주와 개평과 함께 나온 출구가 보이는 것이었다. 출구에 이르자 악강은 고명앞에 무릅을 꿇고 앉으며 말했다. "백부님, 조만간 저는 역광과 그의 측근들을 처단하여 아버님과 백부님의 한을 풀어 드릴 것입니다. 부디 제가 다시 올 때가지 보중하시고 저를 기다려 주세요." 고명은 굵은 눈물을 주루륵 흘리며 말했다. "그래... 나는 평생 가정을 이루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온 자이니 너는 나의 유일한 조카이다. 나는 걱정하지 말고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완수하거라. 너는 중원무림의 희망이다." 황궁을 나와 전력으로 경공을 시전하여 북경성 남쪽 십리밖 산자락에 이르자 내려선 악강은 장예린을 보며 말했다. "예린아, 곡부는 어른들이 말씀하신 대로 흉험하기 이를 데없는 곳이야. 나 혼자 살펴보고 갈 것이니 너는 제남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순간 '짝'하는 소리와 함께 악강은 눈앞에 별 서너개를 보아야만 하였다. 악강의 뺨을 야무지게 한대 내갈긴 장예린은 양손을 허리에 대고 사나운 눈빛으로 악강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내가 한 말이 말같지 않니?..." "대체 무슨 말이야?" "너는 평생 나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내말을 벌써 잊었니?... 어딜 감히 혼자 가겠다고..." 잠시 장예린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악강이 말했다. "좋아. 헌데 너는 나에게 약속을 해야되."하자 장예린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여쁜 미소를 지으며 악강의 품에 안긴 후 악강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약속?..."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서면 안되. 항상 내 뒤에 있어야 해. 알았지?" "흥... 마치 서방님처럼 말하는 구나. 우리가 언제 혼인이라도 하였니?..." "악강은 양팔에 힘을 주며 말했다. "하였지. 석로에서..." 하자 장예린은 손으로 악강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너... 한번만 더... 석로 어쩌구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하고는 악강의 품에서 벗어나 남쪽으로 신형을 날리는 것이었다. 차 한잔 마실 시간동안 흐믓한 마음으로 장예린을 따라 경공을 시전하던 악강은 운공을 하여 장예린을 따라잡은 후 팔을 잡고 내려서며 말했다. "너는 동정호 북쪽 호변에 있는 묘산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나 있냐?" 장예린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허이구... 너는 대체 아는게 뭐가 있냐? 지금부터 나는 대가집 규수이고 너는 나의 시종이야. 내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벌을 내릴 것이다."
석가장은 북경의 반정도 되는 규모가 큰 성읍이었다. 중심가는 수백수천의 사람들로 미어터질 지경이었으며 즐비하게 늘어선 상점들 좌판에는 처음보는 신기한 상품들이 가득하였다. 악강과 장예린은 마치 한쌍의 신혼부부처럼 환하게 웃으며 다정한 모습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였다. 허나 구경에 정신이 팔린 두사람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인파가 좌우로 나뉘며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쏠리는 것을 알지 못하였으며 한참 후에야 사방에서 소근거리는 말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햐... 내평생 저렇게 아리따운 미녀는 처음 본다... 정말 천하일색이구만... 헌데 옆에 있는 놈은 뭐야?... 송충이같은 눈썹에 부리부리한 눈에 쭉 뻗은 코좀 봐. 절깐 입구에 있는 사대천왕같지 않냐?... 대갓집 규수와 호위무사 같은데 손을 잡고 가네... 아니야... 잘 봐바. 저넘의 온몸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이 범상치 않아... 황궁 금위군 대장감이야... 맞어, 어찌보면 어울리는 것도 같은데?... 뭘 좀 알고 씨부려라. 원래 미녀는 추남에게 시집가는 법이다..." 악강이 눈쌀을 찌푸리자 장예린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키득거리며 몸을 악강의 품에 반쯤 안기며 더욱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와... 죽이는 구만... 저넘은 황제도 부럽지 않을 것이야... 내 저처자의 시종이 되어 평생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이눔아... 너는 저놈의 주먹 한방이면 바로 뒈질 놈이야... 크크크... " 은근히 부아가 치민 악강이 전음으로 말했다. "예린아, 어디로 갈거냐? 빨리 가자." "왜?... 어디 불편하니?... 기분이 나쁘면 몇사람 쥐어박지 그래..." "너 정말... 빨리 말해. 어디로 갈거야?" "흠... 저기 포목점 옆 큰길로 들어가. 허면 반점이 나올 것이야." 반점 후원 별채에 들어 저녁을 시켜먹고 차를 마시며 느긋이 석양을 바라보는 중에 장예린이 말했다. "강아, 너와 함께 오이산으로 가면 어른들께서 나를 반겨 주실까?" "무슨 말을 하는거야? 너는 시급히 제남으로 가야 하잖아?" "아버님께서는 당분간 비밀처소에 머무시며 내동생과 제자들에게 무공을 전수하신다고 서신에 말씀을 남기셨어. 한 보름쯤 후에 가도 괜찮아." 악강이 다소 놀라며 말했다. "너에게 동생이 있냐?" "응, 열두살 먹은 계집아이인데 성깔이 보통이 아니야. 너 나중에 그아이를 만나면 한시도 편치 않을 것이야. 호호호..."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장예린의 웃는 모습을 잠시 취한 듯 바라보던 악강이 전음으로 말했다. "예린아, 지붕위에 인기척이 있는데 몇놈인지 알아 맞춰바." 악강을 흘겨보며 장예린이 말했다. "잘난 척하기는... 세명인데 그중 한명은 여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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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강은 장예린을 지긋이 바라보며 음성에 내공을 실어 나직히 말했다. "우리에게 볼 일이 있어 왔으면 들어 오시오." 잠시후 인영 셋이 창을 통하여 날아 들었고 악강과 장예린이 바라보니 진문의 세형제인 진관, 진수아 그리로 진명이었다. 다소 놀란 악강은 장예린과 함께 일어나 나아가 선 후 세사람을 쓸어 보며 말했다. "다시 승부를 보자고 온 것이오?" 진관이 읍을 하며 말했다. "오해하지마시오. 악형에게 긴히 부탁드릴 일이 있어 온 것이오." 악강이 말했다. "무슨 부탁인지 들어나 봅시다." 잠시후 진수아가 장예린을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악공자와 장소저는 지하기관에서 장문의 원로 두분을 만나 뵈었을 것이며 두분 어른이 구금당하신 연유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악강이 말했다. "계속 말씀하시오." "저희 증조부님의 입장도 장문의 두분 어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악강이 입을 열려는 순간 장예린이 나서며 말했다. "진우상어른께서는 진우량어른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주원장의 측근이 되셨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증조부님께서 사십여년 전 주원장을 만났을 때 주원장은 진우량어른께서 원나라 고수들을 소탕하시는 중에 그들의 비겁한 술수에 말려들어 살해당하셨다고 말했습니다. 허나 증조부님께서는 주원장의 설명을 믿지 않으셨으며 진우량어른께서 주원장의 측근들에 의해 살해당하셨다는 의혹을 밝혀 내시기 위해 진우량어른의 복수를 하시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진하여 주원장의 측근이 되신 것입니다. 그후 주원장의 명을 충실히 수행하여 장성 넘어 원군을 지휘하던 고수들을 모두 처단하셨으며 조부님 두분과 함께 토번국에 잠입하시어 국왕의 신변보호를 전담하고 있던 라마교 원로들을 처단하여 주원장의 신임을 얻게 되었습니다." 잠시후 장예린이 말했다. "주원장 측근들중 누가 진우량어른을 시해하였는 지는 밝혀내셨습니까?" 진수아가 말했다. "장문과 진문 두분 어른들께서 작고하신 직후 당시 두분 어른들과 함께 원군과 싸우셨던 곤륜과 화산파의 고수들 중에 전대의 원로이셨던 혜명대사와 매상문어른께서 정체불명의 고수들에게 기습을 당하시어 중상을 입었으며 한달만에 모두 작고하셨습니다. 증조부님께서는 우연히 혜명대사와 매상문어른이 작고하시기 직전에 찾아 뵈었고 두분에게서 진우량어른과 장사성어른께서 주원장의 최측근들에게 살해당하셨다는 증언을 확보하셨습니다." 장예린이 말했다. "역광의 무리들은 저의 증조부이신 장사성어른과 진우량어른을 죽음으로 내몰 수있는 역량이 없는 자들입니다. 진범은 누구입니까?" 잠시후 진수아가 말했다. "장소저는 곡부를 아십니까?" 놀란 기색을 감추며 장예린이 말했다. "곡부의 자손들이 그당시부터 주원장의 최측근이었는 지는 몰랐습니다." "저희 진문도 두분 어른들을 살해한 주원장의 최측근들이 곡부의 자손들임을 불과 오년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악강이 말했다. "원흉이 곡부임을 알고서도 여지껏 주원장의 충복 노릇을 하고 있는 연유는 무엇입니까?" 충복이라는 말을 듣고 잠시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진관이 말했다. "악형의 말씀이 지당하오만... 저희의 부모님과 조부님 내외 여섯분이 곡부의 수중에 있습니다. 하여 부끄럽게도 저희는 주원장 세력에 대항하여 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악강이 말했다. "진우상어른께서 저의 목전에서 흑수쌍영과 묘강삼고의 목숨을 취하시는 것을 보았고 오늘 진소저에게서 자세한 내막을 들었으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진문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소이다." 진수아가 말했다. "악공자, 제가 악공자와 개공자 그리고 개방방주 어른을 속이고 지하기관에 가둔 것은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악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피치못할 사정이 무엇인지 들어나 봅시다." 애잔한 눈빛으로 잠시 악강을 바라보던 진수아가 말했다. "최근에 증조부님께서는 주원장과 곡부의 원로들이 저희 진문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셨습니다. 하여..." 악강이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를 속이고 감금하여 주원장의 신임을 되찾고자 하셨구려..." 진수아는 악강의 두눈을 주시하며 말했다. "악공자, 세분이 출구를 그리 쉽게 찾을 수있게 된 것은 제가 기관 세곳을 폐쇄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제말을 믿어 주시겠습니까?" 악강이 진수아를 쏘아보며 입을 열려고 하자 장예린이 악강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강아, 우리는 진소저의 말을 믿어야해. 세분은 내상을 완전히 회복하기도 전에 우리를 찾아 오신 것이야?" 하고는 품속에서 옥병을 꺼내며 엄지 손가락만한 단환 세개를 내어 진수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진소저, 저와 악강을 믿고 저희 장문의 의학을 인정해주신다면 어서 세분 모두 '청환단'을 복용하시고 침실에서 운기행공을 하세요. 시간이 지체되면 내공을 잃을 수가 있습니다. 나머지 얘기는 내일 아침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세사람을 침실로 안내하고 돌아온 장예린은 탁자에 앉으며 의혹이 가득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악강에게 말했다. "강아, 진수아가 내상을 회복하기도 전에 우리를 찾아온 이유가 무어라고 생각하니?" "나를 또한번 이용해보려는 수작이겠지..." 장예린이 말했다. "이 바보야, 진수아가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진우상어른은 벌써 저들에게 구금당했어... 상황이 급변하여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한 세형제는 깊은 내상을 치유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달려온 것이야. 진수아는 너의 인간 됨됨이를 잘 알고 지금 의지할 수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기 때문에 자존심을 꺽고 찾아 온 것이야. 멍청하기는..." 바보에 멍청하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한 악강은 불편한 기색으로 장예린에게 말했다. "허면 우리가 저들을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장예린은 신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강아, 진수아는 총명한 아이야. 무언가 계획을 세워 놓고 우리에게 도움을 얻으려고 왔을 것이야. 내일 아침 무엇을 원하는지 니가 직접 물어봐. 허면 털어 놓을 것이야."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는 중에 악강이 진관에게 말했다. "진형, 저희는 진우상어른께서 저들에게 제압당하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상을 회복하시기도 전에 세분이 저를 찾아올 이유가 없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는지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진관이 머뭇거리자 진수아가 말했다. "정확히 판단하셨습니다. 악공자에게 내상은 입은 후 주윤문과 주소란은 급히 황실 처소로 돌아갔으며 저와 오라버니는 비밀기관내 저희 처소로 돌아와 바로 좌식운공을 시작하였습니다. 헌데 얼마 지나지 않아 증조부님을 모시고 황궁으로 갔던 동생이 혼자 돌아왔습니다. 증조부님께서 대전으로 들어 가시기 직전 입구에서 전음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말했습니다. "명아, 바로 처소로 돌아가 관이와 수아와 함께 바로 구화산으로 돌아 가거라. 한시가 급하니 지체하면 아니된다." "증조부님, 데체 무슨 말씀이신지..." "이놈아, 우리는 저들의 마수를 피할 역량이 없다. 내가 시간을 끌어 볼 것이니 어서가거라. 진문의 명운이 달린 문제이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악강이 말했다. "은파파께서는 어찌되셨습니까?" 진수아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할머니께서는 고수들이 곧 당도할 것이니 먼저 피하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를 보내고 그들과 대적하여 저희에게 시간을 벌어 주시려는 뜻이었으나... 아마도 한시진 이상은 버티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장예린이 말했다. "한시진 차이이면 그들은 멀지 않은 곳에서 세분을 찾고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석가장내에 들어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진수아가 말했다. "증조부님께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시어 금군중에 진문 제자 둘을 심어 놓으셨습니다. 그중 하나가 두분을 미행하여 저희는 두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있었습니다. 하북성 일대에는 저들의 첩보망이 거미줄같이 깔려 있으나 아직은 저희의 행적을 찾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허나..." 장예린이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지금쯤 저들은 세분이 석가장내에 있다는 것을 알아 내었을 것입니다. 저희가 얼마동안 막아 드리면 무사히 돌아가실 수있겠습니까?" 진수아는 장예린에게 예를 취하며 말했다. "장소저, 고맙습니다. 두시진이면 충분합니다." 악강은 단호한 눈빛으로 진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분은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가세요. 그들은 제가 모두 처단할 것입니다. 헌데 내상은 말끔히 치유하셨습니까?" 진관이 말했다. "장문의 의학은 중원 최고입니다. 내공을 모두 회복하였습니다." 그윽한 눈빛으로 악강을 바라보며 진수아가 말했다. "악공자, 곡부의 고수들이 그들을 지휘하고 있을 것입니다. 곡부의 무공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장예린이 말했다. "지하석실에 계시는 두분 증조부님께서 곡부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 주셨습니다.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모습을 들어 내고 그들을 성밖으로 유인한 후 강이와 제가 막아설 것이니 세분은 전력을 바로 떠나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진수아가 말했다. "헌데 두분은 어디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악강이 동정호변 묘산에 있는 곡부를 살펴본 후 사부님들에게 갈 것이라고 말하자 진수아가 말했다. "곡부의 원로와 고수들 대부분이 오래전부터 북경성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묘산으로 가보았자 소득이 없을 것입니다."
성벽을 넘어 농로를 따라 오리정도 달리다가 산자락으로 접어 들어 내려선 후 천천히 나아가는 중에 송림에서 인영 여섯이 날아와 전방 이십여장 앞에 내려서는 것이었고 인영들이 시전한 깃털처럼 가벼운 신법을 본 악강일행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십여장 앞으로 다가선 후 바라보니 육십여세로 보이는 흑색장포를 걸친 노인 둘 좌우로 흑의중년인 넷이 서있는데 두눈에서 형광이 번뜩이는 두노인의 위세는 악강일행이 흠칫할 정도로 범상치 않은 것이었다. 잠시 흑의인들을 바라보는 중에 진수아가 전음으로 말했다. "악공자, 가운데 두노인은 곡부의 삼대제자입니다. 육십대 중반이지만 역광도 가벼이 여기지 못할 정도로 무공수위가 높은 자들입니다." 악강이 전음으로 말했다. "저에게 맏기시고 어서 떠나세요." "악형, 시간을 내시어 석달 후 섬서성 장안으로 오십시요. 장안성내 '진원표국'은 진문이 무림정세를 살피기 위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증조모님과 함께 표국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진관형, 부득이한 일이 없으면 찾아갈 것이니 어서 떠나세요." 진문 삼형제가 신형을 날려 송림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흑의인 넷이 움직이려 하자 우측노인이 입을 열었다. "멈추어라, 이아이들을 처리하고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하고는 악강을 쓸어보며 말했다. "니놈이 역광총령을 혼비백산하게 만든 무림삼노의 제자렸다." "곡마상의 자손들은 예와 의도 모르는 천박한 놈들이구나. 무림삼성어른들이라고 다시 말하거라" 악강이 곡부의 하늘같은 조사인 곡마상을 존칭도 하지 않고 언급하자 우측노인은 눈을 부릅뜨고 악강을 노려보며 말했다. "지운과 지명은 저놈을 오십합내에 처단하거라." 노인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우측 흑의중년인이 둘이 한순간에 악강에게 날아 오는 것이었으며 잠시 날아오는 두 흑의인을 바라보던 악강은 갑자기 삼보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다. 도무지 언제 쳐내었는지 알수없는 장 두대를 명문과 우측어께에 맞은 악강은 곡마상의 별호가 무형자임을 새삼 깨닫고 칠성둔형 신법을 시전하여 신형을 좌우전후로 움직이며 두중년인과 이장 간격을 유지하였다. 삼십여합 반격을 하지않고 피하기만 하는 악강을 초조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장예린이 전음으로 말했다. "강아, 어찌된 일이냐? 왜 피하기만 하는 거야?" "예린아, 이놈들의 장법이 특이하여 발장 순간을 감지할 수가 없어. 잠시만 기다려봐. 내 이놈들의 장법의 요체를 곧 알아 낼 것이야." 다시 이십여합이 지나도록 흑의인들의 공세를 살펴보던 악강은 이들이 좌장이나 우장으로 장을 쳐낼 때 어께가 가볍게 들썩인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오십합을 넘어 서는 순간 악강은 기선을 제압하기로 마음을 먹고 두흑의인이 날아오는 순간 멈추어 선 후 호신강기를 운용하였으며 장 두대가 악강의 양어께에 적중하는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흑의인들은 실끊어진 연처럼 뒤로 날아가 쓰러진 후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대결을 지켜보던 두노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악강을 바라았고 좌측 흑의인 둘이 쓰러진 동료들을 일으켜 세우고 명문에 장을 대자 좌측노인이 말했다. "어찌되었느냐?" "예. 두형님 모두 절명하였습니다."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악강을 노려보며 이장앞으로 다가와 선 후 우측노인이 입을 열었다. "'무형장'의 요체를 알아낸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은 놈이 도가(道家)의 '호신강기'를 터득하여 연마하다니... 내 오늘 니놈을 살려둘 수가 없구나..." 좌측노인이 나서며 말했다. "형님은 물러서시오. 지운과 지명은 저 장가년을 쳐죽여라."하고는 신형을 번뜩이며 한순간에 악강 일장앞으로 날아 오는 것이었다. 노인이 신형을 날리는 순간부터 강기가 온몸을 조여오자 악강은 노인의 무공수위가 역광이나 흑수쌍영보다 일할 이상 높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전신에 호신강기를 운용하며 노인의 양장을 주시하였다. 허나 악강은 노인의 양어께에서 아무런 미동도 감지하지 못하였고 한순간 명문을 둔중한 몽둥이로 한대 맞는 느낌을 받으며 뒤로 이보 물러 서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악강의 호신강기에 튕겨나 뒤로 삼보 물러선 노인은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악강에게 날아 오는 것이었다. 흑의인 둘과 대결할 때처럼 악강은 칠성둔형을 시전하며 노인과 거리를 두고자 하였으나 신출귀몰한 노인의 신법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칠성둔형 절초를 시전하며 이십여합 노인의 장세를 피하던 악강은 노인 역시 발장시에 어께를 미세하게 떠는 것을 감지하고는 건천장으로 노인의 무형장을 받아 치며 적극적으로 공세를 펴나가기 시작하였다. 악강의 장세에 자신의 무형장이 번번이 해소당하자 노인은 오묘하기 이를 데없는 신법을 시전하며 장과 함께 금나수와 지법을 동시에 시전하였고 오묘하기 이를 데없는 노인의 금나수와 지법 초식을 보고 호승심이 발동한 악강은 명교의 절기인 불혈수와 구마지 절초를 시전하며 한치도 물러섬없이 공세를 이어갔다. 한편 흑의중년인 두사람을 상대하는 장예린 역시 초반에는 무형장에 고전하였으나 곧 무형장의 특징을 알아차리고는 양장을 내치며 공수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백합을 넘어서자 악강은 곡부 무공의 요체를 어느정도 파악하였고 장예린이 어려움 없이 접전을 이어가고 있으나 두 중년인을 제압하려면 적어도 오십합은 더 소요될 것으로 판단한 후 건천장에 공력을 조금 더 실어 노인을 삼보 뒤로 밀어낸 후 장예린에게 전음을 보냈다. "예린아, 나는 이십합내에 이 노인을 처단할 것이다. 너 역시 빠른 시간내에 중년인들을 제압해야 한다. 여기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어." 하고는 삼보 뒤로 물러선 노인이 수치심으로 벌게진 얼굴로 우장을 내치며 날아오는 순간 의도적으로 좌측어께를 내어 주며 노인의 장이 어깨에 닿으려는 순간 몸을 팽이처럼 회전하며 풍신퇴 절초를 시전하여 우각으로 노인의 복부를 사정없이 내갈겨버리는 것이었다. 북터지는 소리와 함께 노인의 신형이 삼장 상공으로 날아 오르자 가만히 대결을 지켜보던 노인이 신형을 날려 의식을 잃고 축 늘어진 노인을 받아 안고 내려선 후 노인의 상체대혈 세곳을 짚은 후 우장을 명문에 대고 내력을 넣었으며 잠시후 장예린의 날카로운 기합소리와 함께 중년인 둘이 맥없이 쓰러져 버리자 노인은 우장을 거두고 악강을 쏘아보며 말했다. "곡부는 니놈을 절대로 살려 두지 않을 것이다."하고는 송림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장예린이 다가오자 악강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역시 장문의 무공은 놀라웁구나. 중년인 둘을 백오십여합만에 제압해버리다니..." 장예린이 버들잎같이 고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흥... 무림삼성어른들의 무공만이 천하제일인 줄 아는구나. 너는 내가 우습게 보이지? 좋아, 오늘 한번 승부를 가려보자."하고는 우장을 말아 쥐고 악강의 허리를 내치는 것이었고 악강은 '헉'하는 비명을 지르며 오보 뒤로 밀려난 후 쓰러져 버리는 것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내공을 실어 전혀 방비도 하지 않고 있던 악강에게 권 한대를 적중시켰음을 곧 깨달은 장예린은 한숨에 달려가 악강의 상체를 일으켜 안고는 악강의 파리해진 얼굴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강아, 어서 눈을 떠봐. 어서..."하며 악강의 명문에 우장을 얹고 내력을 넣으려는 순간 악강은 장예린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경사진 풀밭을 한없이 구르는 것이었다. 평지에 이르자 속았음을 안 장예린이 우장으로 악강의 뺨을 때리려 하자 악강은 장예린의 봉긋한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와... 왜 이렇게 부드러운 거야?"하고는 장예린의 옷섬안으로 입을 드리미는 순간 '퍽'하는 소음과 함께 뒤통수가 얼얼하며 눈앞에 별 서너개가 번뜩이는 것이었다. 장예린은 악강을 밀어내며 잠시 악강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휴... 내 너의 사부님들을 만나뵈면 니가 얼마나 음탕한 놈인지 낱낱히 고할 거야..." 악강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장예린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 "기루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니 당연히 음탕한 놈이지..." 장예린은 안색을 돌변하며 손바닥으로 악강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내가 경고했지. 한번만 더 너의 어머님을 욕되게 하는 말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고는 바로 악강의 뺨을 내치는 것이었고 뒤로 물러나 피하며 씁쓸한 눈빛으로 악강이 자신을 바라보자 장예린은 손을 거두며 악강에게 말했다. "갑자기 왜그래?" 악강은 장예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린아, 너는 거칠고 산적같이 생긴 나를 왜 좋아하는 것이냐? 너는 명문세가 출신의 귀공자에게 시집가야 해. 나를 가까이 하면 평생 삶이 순탄치 않을 것이야."하자 장예린은 벌떡 일어나 몸을 바르르 떨며 악강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내가 외모만 보고 정을 주는 그런 천한 여자로 보이니?..."하고는 얼굴을 무릅에 묻고 엉엉 우는 것이었다. 잠시후 악강이 자신을 다시 품에 안자 장예린은 코앞에 있는 악강의 두눈을 눈물젖은 눈으로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강아, 너는 내가 본 그 어느 명문세가의 공자들 보다 훨씬 더 고귀하고 으젖하고 강인한 내가 마음속에 그리던 그런... 소중한 사람이야."
하고는 악강의 품속을 파고드는 것이었다. 마음이 하나가 되어 무릉도원 상공을 십이주천하는 시간이 흐른 후 악강의 목에 얼굴을 묻고 있던 장예린이 입을 열었다. "강아, 곡부의 삼대제자를 너는 백이십합만에 제압하였어. 허면 일대, 이대 제자들의 무공수위는 만만치 않을 것이고 원로들의 무공수위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것일 거야.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서 오이산으로 가서 어른들을 만나뵈야해..."
석가장에서 하루종일 경공을 시전하여 달린 후 악강과 장예린은 저녁무렵 하북성과 하남성 접경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성읍에 도착하였다. 하나밖에 없는 반점에는 별채가 없어 가장 큰 방을 얻은 후 주루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중에 악강을 빤히 바라보던 장예린이 말했다. "강아, 너는 진수아를 어찌 생각하니?" "어찌 생각하다니? 나는 피치못할 사정이 있다 하여도 계교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좋아하지 않아." 지긋이 악강을 바라보며 장예린이 말했다."너는 진수아가 자신의 운명을 너에게 맏긴 것을 모르니?" "뭐?... 나에게 운명을 맏겨?..."하고는 고개를 저으며 악강이 말했다. "나는 진문과 합세하여 싸울 뿐이야. 설령 진수아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 하여도 나는 받아 들일 수가 없어." "왜 그렇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어려서부터 온갖 학대와 천시 속에서 성장하였고 철들고 나서부터는 한번이라도 나를 괴롭힌 자들에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복수를 하였어. 진수아가 처음부터 내게 진심을 보였으면 나는 아무런 조건없이 그녀를 도와 주었을 것이야. 이유가 어찌되었던 간에 진수아는 나를 이용하였어." 아무말없이 차를 마시는 중에 장예린이 전음으로 말했다. "강아, 입구로 들어오는 두사람을 봐." 악강이 점원을 찾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바라보니 챙이 짧은 방갓에 흰색 사포를 두른 백의녀와 준수한 용모의 청색 장삼을 입은 청년이 천천히 건너편 창가로 다가가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악강이 전음으로 말했다. "무공수위가 대단히 높은 자들이다. 청년의 미간에 영기가 서려있고 두사람의 걷는 자세에 한치의 빈틈이 없어." 잠시후 장예린이 말했다. "전음으로 대화를 하는 것으로 보아 심상치 않은 자들이야." 간단한 소채 두접시를 먹고 차를 마신 후 두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장예린이 전음으로 말했다. "따라가 보자. 저들의 신분을 알아 내야해." "예린아,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해야되." 남녀가 주루에서 사라진 후 악강과 장예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주루에서 나와 살펴보니 반점 문밖과 좌측 침소 복도 어느곳에도 남녀의 인영은 보이지 앟았다. "강아, 일단 침실로 가자." 마주보고 벽에 붙어 있는 침상에 앉아 두사람은 좌식운공을 하였다. 반시진쯤 시간이 지나 짙은 어둠이 깔리고 사방이 조용한 가운데 창밖에서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밤늦은 시각 결례인지 압니다만 잠시 두분을 뵙고자 합니다." 악강이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주루에서 보았던 남녀였다. "들어 오십시요." 남녀가 침상 가운데 탁자에 좌정하자 장예린은 찻잔에 차를 따르며 말했다. "저희를 찾아 오신 연유가 무엇인지요?" 준수한 청년이 읍을 하며 말했다. "저는 '고성'이며 이아이는 제 동생인 '고운'입니다." "조금전 주루에서 전신에 정기가 가득하신 두분을 보았습니다. 저희는 무공을 수련한 후 얼마전에 처음 강호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집안 어른들께서 강호에 나가면 정기가 바른 분들과 교제하여 견문을 넓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장예린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저희와 교분을 맺으시려고 오셨군요."하자 악강은 남녀에게 읍을 하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악강이며 이쪽은 저의 동료인 장예린입니다." 백의녀가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두분이 한방에 기거하시는 것으로 보아 교분이 깊으시군요." 장예린이 백의녀를 보며 말했다. "강호에서는 남녀의 구분이 없습니다. 동료인 남녀 무인이 한 침실에 숙박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요." "저는 강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습니다. 장소저께서 지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두분께서 저희와 뜻이 같다면 사양하지 않을 것입니다. 헌데 소저께서는 항상 얼굴을 사포로 가리고 다니십니까?" "저희 집안에느 오래전부터 혼전의 여식은 집밖에서 면사포를 쓰고 다녀야 하는 내규가 있습니다.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내규를 이어가는 가문이 있었군요. 결례하여 죄송합니다." 장예린과 백의녀의 언사에 점차 가시가 돋자 고성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오늘 처음 만났지만 두분은 다녀간 사귀분들처럼 느껴지는군요." 악강이 말했다. "두분께서는 집안 어른들로부터 어떤 사명을 받고 출도하셨습니까.?" "무림상황을 잘 살핀 후 옳바른 길을 찾아 뜻을 펼쳐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장예린이 말했다. "살펴보시니 어떻습니까?" "글세요. 출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은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잠시후 장예린이 말했다. "가문을 밝혀주실 수있습니까?" 백의녀가 말했다. "두분께서 먼저 사문을 밝혀주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고성이 고운을 보며 언성을 높히며 말했다. "운아, 예의를 지켜야 한다."하고는 일어나 읍을 하며 말했다. "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백의녀는 장예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소저,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을 겁니다."하고는 청년과 함께 한순간에 창을 통하여 사라져버리느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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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고운 남매가 사라진 후 잠시 말이 없던 장예린이 입을 열었다. "강아, 조금전에 두남매가 시전한 신법은 놀라운 것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나는 여지껏 내가 연마한 칠성둔형 외에 이처럼 오묘한 신법을 본 적이 없어. 헌데..." "말해봐." "그들의 신법은 오늘 오전에 내가 상대한 곡부의 삼대제자라는 노인의 신법과 비슷한 점이 있어..." 악강을 지긋이 바라보며 장예린이 말했다. "강아, 너는 나를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어. 그들은 고씨가 아니라 곡씨야." 악강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허면, 곡부의 자제들이라는 말이냐?" "당연하지. 너같으면 너의 조부가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의 어린 후배에게 백이십여합만에 중상을 입으면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냐?" 잠시후 악강이 말했다. "허면 그들은 왜 우릴 그냥 놔두고 떠난 것이지?" "어휴... 이 바보야. 그들은 몸을 감추고 너와 나의 무공수위를 자세히 관찰하였고 특히 너의 무공수위를 보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야..." 바보, 멍청이라는 말에 익숙해진 악강은 편안한 눈빛으로 장예린에게 말했다. "예린아, 우리는 방심하면 않되. 그들은 우리의 약점을 찾으면 바로 치명적인 공세를 펼 것이야." "허이구... 우리 총명한 악공자님,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악강이 말했다. "저들에게 사부님들의 은거지를 노출하면 않되. 어찌하면 되겠니?" "음... 저들의 추적을 끊어 내야해. 이곳에서 남쪽으로 십리 거리에 '고양'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어. 그곳으로 두남매를 유인한 후 더이상 따라 오지 못하게 제압한 후 멀리 돌아서 오이산으로 가야해." 다음날 아침 주루에서 식사를 마친 악강과 장예린은 좌우로 지나가는 상인과 과객들의 시선을 모으며 다정하게 손을 잡고 관도위를 한량거리며 걸었다. 정오가 조금 지나 도착한 고양이라는 마을은 불과 오십호 남짓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고 작고 초라한 주막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주막안으로 들어가 보니 탁자 세개가 덩그라니 놓여 있었고 손님이라고는 한명도 없었으며 나와서 맞는 이도 없었다. 악강과 장예린이 길가 탁자에 앉자 잠시후 십사오세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다가와 탁자 위에 찻잔을 내려놓고 절을 하는데 살펴보니 비록 누추한 하기 짝이 없는 복색이었으나 눈빛이 또랑또랑한 귀엽게 생긴 소녀였다. "저희집에는 소면과 탁주밖에 없습니다." 장예린이 "소면 두그릇 내어 오너라."하자 소녀는 뒷편에 길게 늘어진 주렴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차를 마시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들을 바라보던 악강이 말했다. "예린아, 나는 언제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서 살 수있을까?..." 악강을 지긋이 바라보며 장예린이 말했다. "강아, 너는 사명을 모두 완수하면 무림의 일대종사가 될 것이야. 니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던 무인들은 너를 존중하며 따를 것이야." "예린아, 나는 과연 사명을 완수할 수있을까?... 사부님들께서는 왜 나를 선택한 것일까? 나보다 자질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을 터인데..." 장예린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악강을 쓸어보며 말했다. "강아, 너보다 자질이 뛰어난 아이들도 있을 것이야. 허나 너처럼 어린 나이에 자력으로 타고난 운명에서 벗어나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자는 고금을 통하여 찾아 보기 어려워. 증조모님께서도 무림삼성어른들께서 너를 발굴하여 키워내신 것은 천운이라고 말씀하셨어." 악강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장몌린이 말을 이었다. "강아, 소림을 창건하신 달마대사님도 서역에서 홀로 오신 후 오랜 기간 걸승(乞僧) 생활을 하시다가 개산조사가 되신 분이야. 그리고 무당의 조사이신 장삼풍어른은 이십여년 소림사의 공양간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군불을 지피시던 분이셨어. 너라고 그분들 만큼 되지 못한다는 법은 없어." "예린아, 나는 태산과 북두와 같은 두분 조사님들에 비하면 태양앞에 반디불과 같은 존재야." 장예린이 말했다. "두분 조사님들은 말년에 이르러 불가와 도가의 무학을 완성하셨으나 이십대 초반에는 너만큼 성취하지 못하셨을 거야." "나야 운이 좋아서 당대 최고의 사부님들로부터 무공절기를 전수받았으나 그분들은 스스로 무학의 이치를 깨치시고 창안하신 분들이야. 나를 그분들과 비교하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야." 장예린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너도 터득하여 연마한 다양한 무공을 통합하여 새로운 무학을 창안할 수있을 거야. 대장부라면 그만한 포부는 있어야지?..."
소녀가 내온 소면을 먹던 중 장예린이 안색을 일변하며 젖가락을 내려 놓고 말했다. "강아, 먹지마... 어서 운공을 해봐." 잠시후 눈쌀을 찌푸리며 악강이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잠시 서로 바라보던 악강과 장예린은 동시에 바닥으로 쓰러지는 것이었다. 정신은 말짱하였으나 전신이 마비되어 손끝도 움직일 수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악강은 고개도 돌리지도 못하고 천장만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중독된 것이냐?" 이때 주렴안에서 소녀가 뛰어 나오며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호호호... 당연히 중독되었지... 할머니, 나와 보세요. 두년놈 모두 해치웠어요." 잠시후 주렴을 재치고 허리가 잔뜩 꼬부라진 지저분한 차림새의 고령의 노파가 괴장을 짚고 천천히 걸어 나와 악강과 장예린을 쓸어 본 후 "잘 되었다."하고는 파뿌리같이 늘어진 흰눈썹을 치켜뜨고 장예린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뼈를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장사련 그 천한 년의 증손이렸다. 니년은 오늘 전신 경혈을 독사가 물어 뜯는 고통을 맛보며 죽을 것이다." 잠시 노파를 바라보던 장예린이 말했다. "독파(毒婆, 독할미), 나는 저항할 수없으니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거예요. 허나 독파 역시 증조모님의 수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달내에 장문의 어른들에게 살해당할 것임을 명심하세요." 눈에 불을 켜고 장예린을 쏘아보며 노파가 말했다. "이년아, 니년이 오늘 이곳에서 내게 잡혔다는 것을 니년의 증조모와 할애비들이 어찌 알겠느냐?" "독파, 나는 언제나 내가 지나는 곳에 장문의 암부호를 남겨 놓습니다. 중독된 것을 감지하는 순간 나는 이곳에 암부호를 남겨 놓았어요." 장예린을 무섭게 쏘아보며 독파가 말했다. "흥... 나는 삼십년 전의 독파가 아니다. 니년의 할애비들을 모두 독살하고 니년의 증조모를 찾아내어 반드시 죽일 것이다. 으흐흐... 동이야, 이년놈을 광에 가두어라." 동이라는 소녀는 양손으로 악강과 장예린의 맥문을 잡고 바닥에 질질 끌며 주렴 우측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던져 버리는 것이었다. 악강과 장예린이 빛 한점 들어 오지 않는 컴컴한 광바닥에 나뒹구러진 후 얼마 되지 않아 한쪽 구석에서 전음으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크크크... 나 혼자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는데 그동안 사방을 헤매며 찾던 너희들이 스스로 나를 찾아 왔구나." 광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악강이 말했다. "평아, 너는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이냐?..." "이놈아, 너와 예린이가 어린년에게 당했는데 나라고 무사하겠는냐? 흐흐흐... 오이산에 가서 사부님과 어른들을 뵌 후 너희들을 찾아 나섰는데 당췌 찾을 수가 있어야지..." "평아, 어른들께 모두 보고드렸느냐?" "드렸지." "뭐라 하시더냐?" "강이 니가 태만해졌다고 말씀하시며 죽도록 싸우라고 말씀하셨다. 으흐흐..." 장예린이 말했다. "평아, 장난치지 말고 어서 말해봐" "소곤생어른께서 곡부의 수장들이 누구인지만 확인하고 바로 오이산으로 돌아 오라고 말씀하셨다." 악강이 다소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사부님들께서 곡부의 자손들이 황제를 돕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계실까..." "나도 자세한 연유는 모른다. 너에게 그리 전하라 이르셨고 그들과 정면대결을 하면 아니된다고 말씀하셨다. 헌데 이모양이 되어버렸으니..." 장예린이 말했다. "너는 어찌하다 독파에게 당한 것이냐?" "이곳에서 반나절 거리에 있는 성읍에서 사질을 만나 사부님의 명을 전하고 돌려보낸 후 이곳에 와서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던중 쓰러져 버렸다. 정신은 말짱한데 온몸에서 기운이 사라져버려 꼼작없이 어린년에게 제압당하였다. 헌데 노파가 한 말을 당췌 이해할 수가 없단 말이야..."
장예린이 "무어라 말했는데?"하자 개평이 말을 이었다. "내가 쓰러진 후 안쪽에서 노파가 나와 나를 살펴본 후 어린년을 나무라더니 내게 묻는 거야 개방의 제자가 맞냐고 그래서 그렇다고 하니까 사부님께서 평안하시냐고 묻더군.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에게 워낙 공손하여 내가 개방의 이대제자이며 사부님께서는 평안하시다고 하였더니 갑자기 괴소를 터트리며 동아, 이놈도 값이 꽤 나갈 놈이다. 어서 광에 가두어라 하더군. 내가 값이 나간다는 말이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헌데 독파라는 그노파는 대체 누구이냐?" 장예린이 말했다. "무림에서 독을 쓰는 데있어서는 당할 자가 없는 악독하기 짝이 없는 노파야. 삼십여년 전에 증조모님에게 제압당한 후 무림에서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오늘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독파는 왕명어른에게도 한번 혼난 적이 있어." 악강이 말했다. "허면 저노파가 우릴 제압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예린이 말했다. "독파는 금전에 눈이 먼 여자야. 평생동안 거부들을 독살하여 재산을 빼앗거나 금전을 받고 여러 사람을 독으로 청부살인한 악랄한 여인이지. 이번에도 사주를 받고 우릴 독으로 제압했을 것이야." 악강이 말했다. "우릴 적대하는 자들은 황제의 측근들 외에 누가 있겠냐?" "당연하지. 곡씨 남매의 짓이 분명해. 우리가 자신들을 유인하려는 것을 알아 채고 독파로 하여금 우리를 제압하도록 준비한 것이야." 악강이 그간 겪었던 일들과 곡부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자 개평이 말했다. "젠장...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예린아, 기력을 되찾을 수있는 방도는 없는거냐?" 잠시후 장예린이 말했다. "강아, 건천신공은 무림최고의 심법이야. 요결을 처음부터 끝까지 암송해봐. 내공을 조금이라도 살릴 수있는 요결이 있을 지도 몰라." 한동안 시간이 흐른 후 악강이 입을 열었다. "내공을 소진하여 기력을 모두 잃었을 때 선천지기를 자극하여 걸을 수있을 만큼의 내공을 회복할 수있는 요결이 있어. 허나 중독되어 전신이 마비된 상태에도 효과가 있을 지는 장담할 수없어. 또한 해독은 할 수없을 거야." "장예린이 말했다. 니가 움직일 수만 있으면 되. 내 머리카락 속에 숨겨둔 청환단이 있어. 청환단은 내상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만독을 해독할 수있는 단환이야. 어서 요결대로 시행해봐." 향 한대 태울 시간이 지나자 악강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말해봐." "내 뒷목 바로 위 머리속에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접혀 있는 기름종이가 있어. 그안에 청환단 네개가 있으니 나와 평이 입에 한알씩 넣어 주고 너도 한알을 복용해." 청환단을 복용한 후 차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장예린과 개평이 일어나 앉았고 세사람은 좌식운공을 시작하였다. 한동안 좌식운공을 하는 중에 밖에서 독파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올 시간이 지났는데... 아니 되겠다. 저것들의 내공이 매우 높다고 하니 '혼향'을 피워 재워버리거라." 소녀의 미세한 걸음소리가 들리자 장예린이 전음으로 말했다. "청환단을 먹으면 이레동안 중독되지 않아. 향내를 맡으면 눈을 감고 누워서 운공을 계속해." 시간이 흐른 후 내공을 모두 회복한 개평이 전음으로 말했다. "내공을 되찾았으니 나가서 독파와 어린 계집을 제압해버리자." 장예린이 말했다. "평이 너는 소곤생어른의 명을 잊은게냐?" 개평이 말했다. "허면 중독된 척하며 곡부로 잡혀가자는 말이냐?" 악강이 말했다. "기발한 생각이다. 역시 예린이는 총명해..." "아니, 이것들이 함께 다니더만 쌍으로 사람을 무시하네..."
개평이 약이 올라 전음으로 악강과 장예린에게 투덜거리는 중에 밖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구 소저, 이제야 오셨군요." 싸늘하기 이를 데없는 소녀의 음성이 들렸다. "두사람 모두 확실히 중독 되었나요?" "그러믄요. 혼향으로 재워 놓았으니 해독약을 복용하기 전에는 삼일동안 의식을 되찾을 수가 없습니다. 헌데 소저, 한놈 더 잡아 놓았으니 값을 쳐주셔야 합니다." "누군데 더 달라는 거예요?" "예. 개방 왕명 늙은이의 막내제자인 개평이라는 놈입니다. 적어도 금 삼십냥은 더 주셔야 합니다." 잠시후 소녀가 말했다. "좋아요. 금 스무냥 더 엊어 백이십냥을 줄 것이니 잔소리 하지 말아요." "소저 잔금은 언제 주실 것인지..." "삼숙에게 말씀드려 놓았으니 삼일 후 찾으러 오세요." "소저, 간곡히 청할 일이 있사옵니다." "웬 말이 그리 많아요?" "어차피 죽일 년놈들이니 장가년과 개방 제자놈은 제가 이자리에서 죽이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요." "연유를 말해보세요." "예. 저는 구십 평생 단 두사람에게만 처절하게 패하였습니다. 바로 장문의 장사련과 개방의 왕명입니다. 오십여년전 왕명에게 패한 후 내상을 치유하는데 꼬박 삼년이 걸렸고 삼십여년전 장사련과 대결하다가 죽을 뻔 하였습니다. 하여 십년 동안 은거한 것입니다. 부디 두년놈을 처단하게 해주십시요." "조부님들께서 저자들을 기다리고 계세요. 터무니 없는 말은 하지 않는게 신상에 이로울 거예요." "어서 마차에 싣거라."하자 광문이 활짝 열리며 흑의장한 셋이 들어와 혼절한 척하고 있는 세사람을 들쳐 매고 주막밖으로 나가 마차 안으로 던져 넣은 후 문을 닫아 버리는 것이었다.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한 후 말발굽소리가 점점 빨라지며 매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중에 모두 눈을 뜨고 살펴보니 벽에는 비단을 바르고 바닥에는 푹신한 주단이 깔려 있는 매우 화려한 마차였다. 개평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별 호강을 다하는구만... 강아, 예린아, 조부란 놈들을 보기 좋게 때려누인 후 오이산으로 가자." 장예린이 전음으로 말했다. "평아, 전음으로 말해. 아까 그소녀의 무공수위는 너보다 낮지 않아." "이제 아주 대놓고 나를 무시하는 구만..." 악강이 전음으로 말했다. "평아, 우리는 그소녀와 오래비를 만나 보았다. 신법 하나만 보았는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예린이 전음으로 악강의 말을 이었다." "강이는 백이십여합만에 육십대 초반의 곡부 삼대제자에게 내상을 입힐 수있었어. 허면 일대 이대 제자들의 무공수위는 얼마나 높겠니?" "좋아, 나도 그년의 조부라는 늙은이 한놈을 백합이십합만에 제압할 것이니 두고 봐. 헌데... 너희들 두사람 값이 금백냥인데 나는 이십냥 쳐준다고 하지 않았냐? 이런... 니미럴... 내 그년부터 제압하여 나의 값이 얼마인지 다시 한번 매겨보라고 할 것이다. 일진이 사납다 보니 별 그지같은 년까지 나를 우습게 본단 말이야... 에이..." 악강과 장예련은 웃음을 참기 위해 운공을 해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반나절 정도 쉬지 않고 달리는 중에 개평이 전음으로 말했다. "어... 이상한데..." 악강이 "뭐가 이상해?"하자 개평이 말했다. "곡부는 북경성내에 있다고 니들이 말했잖아..." "그런데?..." "십여리 정도 더 가면 우리는 북경성이 아니라 석가장 서쪽 백여리에 있는 산서성 성도인 태원성에 도착할 것이다." 장예린이 "밖을 내다 보지도 않았는데 니가 그걸 어찌 알 수있니?"하자 " 개평이 말했다. "흐흐흐... 너희는 태원의 '향장육'(香醬肉)을 먹어 보았냐? 다섯가지, 일곱가지 향을 넣어 찐 향장육 맛은 너희는 모를 것이야. 강북 최고의 진미중 하나이지... 쩝..." 악강이 놀라며 말했다. "허면... 너는 장육 냄새를 벌써 맡았다는 것이냐?" "당연하지... 개방의 고수가 되려면 이십리밖에서 닭 튀기는 냄새를 맡을 수있을 정도로 미각을 단련해야 되. 그래야 굶어 죽는 일이 없지... 흐흐흐..." 향한대 태울 시간이 지나자 창밖에서 밝은 불빛이 들어오며 사방에서 시끌벅적한 소음이 들려왔다. 얼마후 마차가 멈추어 서자. 장예린이 전음으로 말했다. "너희들은 내가 전음으로 말하는 대로 움직이면 되. 내말을 듣지 않고 나서면 오이산에 가서 너희들의 경망스러움을 어르들께 낱낱이 고할 것이야." "허이구 무서버라..."
대문 여는 소리가 들린 후 마차가 멈추어 서자 소녀의 싸늘한 음성이 들려 왔다. "후원 좌측 첫번째 누각 소청에 이들을 옮기거라. 철창을 반드시 내려 놓아야 한다. 그리고 세째 증조부님께 나와 오라버니는 연공실에서 두시진 동안 운기행공을 한다고 말씀드리거라." 차한잔 마실 시간동안 장한들 등에 업혀 가는 동안 악강일행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바닥에 내려진 후 장한들이 사라지자 세사람은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 보았다. 유등을 환히 밝혀 놓은 화려하게 꾸며진 소청이지만 크기는 일반 저택의 대청보다 작지 않았고 널직한 소청 한가운데 천장에서 부터 바닥에 이르는 사방 열다섯자 정도 되어 보이는 철창안에 자신들이 갇혀 있는 것이었다. 잠시후 장예린이 전음으로 말했다. "진수아도 곡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어. 황제의 최측근인 아니 명나라 황실을 떠받들고 있는 곡부의 본거지가 북경성에서 삼백여리 떨어져 있는 이곳 태원에 있다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이야." 개평이 일어나 창살을 잡고 잠시 힘을 준 후 돌아보며 말했다. "특수한 방법으로 제련한 강철이다. 강아, 어서 독고검으로 창살을 잘라버려라.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자." 장예린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아, 빨리 바닥에 누워. 그들이 곧 당도할 것이야." 개평이 흠칫하며 자리에 누운지 얼마 되지 않아 밖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역선배는 이아들을 여러차례 놓치셨으며 동료 고수들 여럿이 이아이들에게 목숨을 잃었다지요? 성이와 운이는 독파를 이용하여 힘들이지 않고 이아이들을 잡아 들였소이다, 역선배, 어찌 생각하시오?" 잠시후 다른 노인의 탁한 음성이 들려 왔다. "곡부의 원로 두분께서 공을 들여 키우신 천부의 자질을 타고난 남매입니다." "역선배, 그냥 해본 말이니 고깝게 듣지 마시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후 인영 대여섯이 철창앞에 서는 것이었고 먼저 말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독파가 준 해독향을 피우거라." 노인이 말을 마치는 순간 장예린이 전음으로 말했다. "내가 몸을 일으켜 세우면 너희도 천천히 따라서 일어나." 비릿한 향내음을 맡은 후 차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장예린은 천천히 뒤척거리며 일어서는 것이었고 악강과 개평도 힘에 겨운 듯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헌데 눈을 뜨자마자 악강일행은 매우 흥미로운 광경을 목도하였다. 철장앞에는 단아한 용모에 기품이 서려있는 칠십대 중반의 노인이 서있었고 놀랍게도 그옆에 역광이 허리를 조금 앞으로 숙인채 서있었으며 노인 우측에는 흑의 중년인 둘이 서있는 것이었다. 악강일행을 차례로 바라본 후 노인이 말했다. "역선배, 가운데 아이가 악강입니까?" 역광이 공손히 말했다. "그렇소이다. 무림삼성과 명교의 역도들로부터 무공을 전수받은 아이가 바로 저놈이외다." "흠... 무궁, 도화선문, 용문의 핵심 무공절기와 명교의 절기를 연마한 놈이니 막내 곡강이 반병신이 된 것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역광이 말했다. "이제 저아이들의 사문과 가문을 전멸시킬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소이다. 이아이들은 이자리에서 죽여 버립시다. 만에 하나 놓치면 후환이 될 만한 아이들이오." "서두르지 마시오. 내 이아이들과 나눌 말이 있소이다." 하며 노인은 악강을 바라보는 것이었고 이때 장예린이 악강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강아, 노인과 역광을 격분케 만들어 대결을 유도해봐. 두노인이 평상심을 잃으면 내가 이곳에서 벗어날 수있는 방도를 찾기가 쉬울 것이야." 노인이 입을 열었다. "아이야, 너는 이곳이 어디인지 아느냐?" 악강이 입을 열었다. "나는 어느곳에서 누구와 상대를 하던 개의치 않는다." "허... 기개가 생긴 것만큼이나 당찬 놈이로구나... 우리는 너의 사부들이 낙양 인근에 은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확한 소재를 내게 말해주면 고통없이 죽일 것이다." "우하하하...." 악강은 한차례 대소를 터트린 후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들에게 권모와 술수부터 가르치는 것으로 보아 곡부는 형편없는 집단임이 분명하오. 사부님들의 소재를 대라고?... 허튼소리는 삼가하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이오." 노인의 안색이 돌변하자 역광이 안광을 번뜩이며 말했다. "이노옴...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씨부리느냐..." 악강은 역광을 쏘아보며 말했다. "역광, 이제는 나이 어린 자에게 빌붙어 연명을 하고 있구나. 너는 오늘 성화령의 응징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역광이 전신을 부르르 떨며 악강을 노려보는 중에 노인이 말했다.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 놈이구나. 문을 열어 나오게 하라." 흑의 중년인 둘이 위아래에 달려 있는 자물쇠를 여는 중에 장예린이 전음으로 말했다. "문이 열리면 나는 사두추혼전을 저자들에게 날리고 평이와 함께 역광에게 공세를 펼 것이니 강이 너는 저노인을 상대해. 최단시간에 두노인을 제압해야만 이곳에서 벗어날 수가 있어." 문이 열림과 동시에 흑의인 둘은 그자리에 고꾸라지는 것이었고 노인과 역광은 '어헝' 기합을 내뱉으며 일보 뒤로 물러서는 것이었으며 그순간 세사람은 쏜살같이 장을 내치며 노인과 역광에게 날아 가는 것이었다. 사두추혼전을 피해내는 중에 악강의 건천장이 백색 섬광을 번뜩이며 날아오자 노인은 바로 몸을 좌로 틀어 악강의 장세를 피하며 신법을 시전하여 악강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하루전 곡부의 삼대제자가 시전하였던 신법과 동일한 것이었으나 노인의 신법수위는 상대하였던 자보다 이할 이상 더높은 것이었다. 어느정도 신법의 이치를 파악하고 있던 악강은 노인의 무형장 수위역시 훨씬 더 높을 것임을 예상하고 우선 칠성둔형을 시전하여 노인과 거리를 유지하며 무형장에 대비하였다. 잠시 신법 대결을 벌이는 중 양어께에 무형장을 연이어 스쳐맞은 악강은 호신강기 덕분에 내상은 입지 않았으나 시간을 끌어 서는 아니됨을 깨닫고 바로 노인에게 양장으로 대나이장을 시전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자신의 신법으로 따라 잡기가 매우 어려운 악강의 절묘하기 이를 데없는 신법도 놀라운 것이었으나 비록 적중하지는 못하였지만 자신의 무형장 장세가 악강의 어께를 스치는 순간 양팔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엄청난 반탄지력을 감지한 노인의 놀라움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허나 노인 역시 범상치 않은 무예고수였다. 변화무쌍함 속에 치명적인 살수가 숨겨져 있는 대나이장의 위력을 알아 본 노인은 신법을 운용하는 중에 무형장을 시전하여 현란하기 그지없는 대나이장 장세를 좌우로 밀어냄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무형장을 쳐내는 것이었다. 숨쉴 틈없이 대나이장 절초를 시전하여 부지불식간에 날아 오는 무형장을 해소하며 백이십여합 접전을 벌이는 중에 악강은 서너차례 노인의 무형장을 스쳐 맞았고 노인 역시 몇차례 대나이장을 정통으로 맞을 뻔 하였으나 신법 절초를 시전하여 가까스로 피할 수있었다. 신형을 분간할 수없는 접전이 다시 삼십여합 이어지는 중에 악강은 노인이 무형장을 시전할 때 취하는 특이한 보법이 있음을 알아 내었다. 언제 어느곳을 노리며 날아 올지 모를 정도로 변화무쌍한 대나이장 장세가 목전 다섯자에 이를 때마다 노인은 뒤로 일보 내딛음과 동시에 무형장을 날려 자신의 대나이장을 밀어 낸 후 바로 신형을 한바퀴 돌린 후 우측으로 일보 내딛으며 자신에게 무형장을 다시 내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었다. 다시 이십여합 접전을 이어가던 중 악강은 자신의 우장을 밀어 내고 노인이 신형을 회전하는 순간 좌장을 내치는 척하며 노인 일장 앞으로 다가 서며 우측어께를 내어줌과 동시에 몸을 한차례 휘청인 후 바로 좌측으로 몸을 눞히며 뒤로 튕겨나는 노인의 우측 허리에 있는 장문혈을 움켜 쥐어 버렸다. 단전 바로 옆에 있는 장문혈은 사혈은 아니지만 단전에서 기가 나가는 출기혈이어서 중한 타격을 받으면 기의 흐름이 중단되어 내공을 모두 상실할 수도 있는 기경대혈중 하나였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노인을 바닥에 눕힌 후 고개를 돌리고 바라보니 장예린과 개평은 장문과 개방의 권장지 절초를 시전하며 역광에게 공세를 펴고 있었고 역광은 칠성둔형 신법을 시전하며 우장은 세워 탈명검법을 좌장으로는 대나이장과 구마지를 시전하여 장예린과 개평의 공세를 받아내며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장예린과 개평이 역광을 제압하려면 적어도 백합 이상 대결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악강은 음성에 내공을 실어 나직히 말했다. "물러서라." 장예린과 개평이 이장 뒤에 내려서자 역광은 쓰러져 있는 노인을 힐끗 바라본 후 신중한 눈빛으로 악강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일장앞으로 다가선 악강이 말했다. "역광, 내가 살아 있는한 너는 수명이 다하여 죽거나 타인에게 살해당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는 니놈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을 찌푸리며 역광이 말했다. "아이야, 나는 너의 애비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고 너를 친손처럼 사랑하며 명교의 절기를 모두 전수해준 과거의 동료들을 배신하고 그들에게 평생 씻을 수없는 치욕을 주었다. 내가 죽어야 한다면 너의 손에 죽는 것이 가장 합당한 일일 것이다. 허나 연배의 차이를 떠나 너와 나는 무인이다. 한치라도 무공수위가 낮은 사람이 죽는 다는 것은 무림의 만고불변의 법칙이니라." 악강이 말했다. "좋다. 명교의 무공절기로 너를 상대해줄 것이니 어디 한번 평생 연마한 절기들을 내게 시전해보거라."하자 고개를 저으며 역광이 말했다. "아이야, 너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향한대 태울 시간 뿐이다. 저들이 모두 운기행공에서 깨어나면 너희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니가 설령 내손에 죽더라도 이 두아이는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니가 어디에서 누구의 손에 죽었는지 너의 사부들에게 고할 수있지 않겠느냐?..."하고는 지긋이 악강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이야, 너는 대나이장 최후 초식을 터득하였느냐?" 악강이 고개를 끄덕이자 역광이 말했다. "우리 그초식으로 승부를 가려 보자."하고는 몸을 좌측으로 비스듬히 틀며 자세를 잡는 것이었다. 잠시 역광을 바라보던 악강이 다소 공손한 어투로 말했다. "사전에 밝혀 두어야 할 것이 있소이다." "무엇이냐.?" "나는 소곤생 사부님의 명에 따라 무궁의 건천신공과 명교의 건곤대나이심법을 하나로 융합하는 새로운 심법을 연구하고 연마하였으며 최근에 성취를 이루었소이다. 하여 내가 시전하는 대나이장은 건곤대나이심법과 다른 심법으로 운용하는 것인데 승복할 수있겠소?" 거미줄같은 얼굴 주름을 활짝 펴고 미소를 지으며 역광이 말했다. "과연 '중원일기' (中原一技) 소곤생이로다. 아이야, 나는 바로 그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받거라..."하고는 신형을 날리며 우장을 내치는 것이었고 악강 역시 똑같은 동작으로 받아치는 것이었다.
한순간 신형이 사라진 두사람이 아무런 동작도 없었는 듯 서있던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 모습을 본 장예린과 개평은 자신들의 시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잠시후 역광은 무릅을 꺽고 힘없이 쓰러진 후 가까스로 몸을 바로 세우며 마치 어린아이가 어미를 바라보는 듯한 해맑은 눈빛으로 악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천주님, 저에게 먼저 성화령을 보여 주세요. 주한이형과 반려에게 자랑하고 싶어요. 어서요. 네..." 악강은 차마 역광의 눈을 마주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악강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역광은 무너지듯 앞으로 쓰러지는 것이었고 악강이 신형을 날려 받아 안고 명문에 내력을 넣자 억지로 눈을 반쯤 뜬 역광이 자상한 눈빛으로 악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야, 내품속에 탈명신검 요결이 있으니 취하거라. 반드시 터득하여 연마해야 한다..."하고는 내장 조각이 섞인 짙은 핏물을 두차례 내뱉은 후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악강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절대로... 절대로... 안쪽 누각에 접근하여서는 아니된다. 커억... 너의 소사부에게 전하거라... 곡부의... 커억... 곡부의 이로가... 살아... 있다고..."하고는 숨을 거두는 것이었다." 역광의 부릅뜬 두눈을 감겨준 후 바닥에 눕히고 일어난 악강이 착잡한 눈빛으로 역광의 시신을 내려보는 중에 장예린이 말했다. "강아, 지금 역광노인에게 들은 내용만으로도 충분해. 더 이상 이곳을 조사할 필요가 없으니 어서 떠나자." 후원 소청에서 나온 세사람은 달빛아래 쥐죽은 듯이 고요한 곡부의 전각들 처마에서 처마로 신형을 날리며 이장 높이의 담장 가까이 다가갔다. 담장옆 오장 거리에 있는 대청 좌측 마지막 전각 처마에 몸을 숨기고 담장 밖을 내다보는 중에 우측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너희는 이곳을 벗어 날 수가 없다. 내려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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