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복통
아이들의 복통은 아주 흔한 증세이며 대부분 다른 병은 없는 경우가 많다. 가볍게 지나가는 것부터 너무 아파 허리를 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복통의 원인도 단순히 가스가 차 통증을 일으키는 가벼운 경우부터, 뱃 속의 장기에 이상이 생겼거나 주위 조직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심각한 경우까지 있다. 그러므로 먼저 정확한 원인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배를 가만히 살펴보면 마치 둥근박을 엎어놓은 것 같은 모양이 보인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일수록 배가 불록하게 나온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배 근육의 발달이 늦고,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이나 비장 등의 내부 장기가 크기 때문이다. 뱃속에는 위, 소장, 대장을 거쳐 항문에 이르는 소화기관과 간장, 비장, 담낭, 신장, 방광, 맹장, 자궁, 난소 등의 여러 장기가 복막에 싸여 있다. 아이가 배가 아플 경우에는 이들 장기에 이상이 생겼는가를 먼저 의심해야 한다. 이외에도 폐렴 등 주위 장기의 염증이나 볼거리, 알레르기 질환으로 배가 아프기도 한다.
[주로 어느 부위가 아플까?]
아이들의 복통은 대부분 배꼽 주위가 아프지만, 위치가 명확하지 않거나 아픈 자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기저기 전체가 아픈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진찰을 할 때 정확한 위치를 아는 것이 힘들다.
특히 아이가 울거나 배에 힘을 주면 근육이 긴장하여 진찰하기 더욱 힘들다. 따라서 진찰을 할 때는 아이가 등을 대고 누운 자세에서 다리를 세우고 입을 벌려 배 근육의 긴장을 풀어가면서 하게 된다.
[배가 아플 때는 약을 먹이지 말고 즉시 소아과에 간다]
함부로 약을 먹일 경우 아이에게 도리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주위해야 한다. 배가 아픈 것은 하나의 증상이다. 증상을 가라앉힌다고 해서 원인이 된 질병이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아픈 원인이 대수롭지 않은 경우라면 별 문제 없겠지만, 심한 병인데도 원인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맹장염의 경우 처음에는 서서히 아프다가 점차로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함부로 약을 사용했다가는 발견이 늦어져 큰 수술을 할 수 있다.
아이가 그다지 아파하지 않고 잘 먹고 잘 놀면 그냥 지켜보고, 아프다면서 힘들어 하면 곧장 소아과로 가는 것이 좋다.
[영아 산통 / 생후 3개월 전후에 많이 나타나요]
건강한 아기인데도 저녁이나 한밤중에 이유없이 발작적으로 우는 증상이 나타나며 엄마가 젖을 물리거나 달래도 잘 멈추지 않는다. 밤새 그러다가 간신히 잠을 재우면 다음날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하게 논다. 하지만 다시 비슷한 시간이 되면 매우 아파하며 우는 병이다.
생후 1~2주부터 영아 산통이 시작되기도 하는데, 다행히 3~4개월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진다. 영아 산통의 정확한 원인은 대부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곤하거나 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거나, 배에 가스가 차는 경우, 시끄러운 주위 환경 등으로 인해 나타난다.
아이가 영아산통으로 울 때는 달래면서 트림을 시키고 따뜻한 물을 주거나, 배를 따뜻하게 하면서 약물을 투여한다. 약물은 물론 소아과에서 진찰을 받고 처방받은 것이어야 한다. 수유 방법이 잘못되어 배에 가스가 차 아픈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잘못된 자세로 수유를 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젖꼭지에 문제가 있나 살펴본다. 아이가 아플 때는 주위의 환경을 조용하고 편안하게 해준다.
[장중첩증 / 구토와 혈변을 동반해요]
생후 5~9개월 때 많이 생기는 병으로 장이 꼬이게 되면 아이가 갑자기 심한 복통으로 자지러지게 울며 얼굴이 창백해진다. 이러한 복통 발작이 10~15초간 계속된 후에 5~10분간은 지친 상태로 조용히 있다가 다시 통증이 일어나 울기를 반복한다.
장중첩증이 진행되면서 배가 더 자주, 더 심하게 아프다 안 아프다 반복한다. 초기에 구토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피가 섞인 설사를 하면 100% 장중첩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두 돌이 지나면 아주 드물게 일어나며,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장중첩증은 조기에 적절히 치료해 주지 않으면 고열, 탈수, 탈진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중첩된 장 부위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장중첩이 되었을 때는 한시라도 빨리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
[급성 충수염(맹장염) / 어릴수록 통증 부위가 불명확해요]
아이들의 맹장염을 진단하는 일은 소아과 전문의도 쉽지 않다. 어른과 달리 복통, 발열, 구토, 백혈구 증가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복통은 명치 끝이나 배꼽 주위에서 통증이 시작되어 오른쪽 배 밑으로 통증의 위치가 변경된다. 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통증의 부위가 명확하지 않다.
이렇게 통증의 부위와 강도 등의 문제로 진단이 어려워 결국 맹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에 입원해 복부 X-선 사진이나 초음파 사진을 찍기도 한다. 급성 충수염은 수술을 통해 제거하며, 보통 수술 후 3~4일 정도 되면 퇴원할 수 있다.
[변비 / 심하게 아파할 때는 관장을 해줘야]
변비는 아이들 복통의 중요한 원인이다. 아이들의 식사 패턴이 바뀌어 채소나 섬유질을 먹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변비가 많이 생기는데 이때 가스 배출도 쉽지 않아 복통이 생기게 된다. 무기력하고 기분 나쁜 정도의 가벼운 복통에서부터 허리가 펴지지 않고 발을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정도까지 다양한 통증이 온다. 대부분 변을 보면 배가 아픈 것이 없어진다. 변비가 심한 경우에는 관장을 하여 변을 빼내야 통증이 없어지기도 한다.
[심인성 복통 / 괜히 배가 아프다고 하면 원인 파악부터]
특별한 원인 없이 정신적 요인과 연관이 있는 경우도 있다.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으라고 할 경우나 긴장, 불안, 공포를 조성하는 환경에 처해 있을 때 아이들은 배가 아프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동생이 태어났을 경우,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동생이 태어나 부모의 관심이 아이에게 멀어진 것이 원인이 되었을 때는 큰 아이도 충분히 사랑한다는 확신을 주어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어야 한다. 하지만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려 할 때는 무조건 들어주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심인성 복통은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할 때의 원인 상황이 해결되어야 없어진다.
[만성 반복성 복통 / 주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
최근 3개월 동안 아주 심한 복통이 3번 이상 반복된 경우를 만성 반복성 복통이라고 한다. 만성 복통은 유아기보다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며, 스트레스에 의하거나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간혹 위에 헬리코박터라는 균이 자라서 만성 복통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것을 그냥 방치했다가는 큰 병이 될 수 있으므로 초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
만성 복통은 소아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진찰과 적극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아이가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할 때 엄마는 무심코 꾀병이 아닌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정말 이상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아이의 상태를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와는 달리 좀더 아파하거나 다른 이상을 보이면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