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요한 10,14)
부활 시기의 네 번째 주일을 맞는 오늘은 동시에 보편 교회가 제정한 성소 주일이기도 합니다. ‘성소’(聖召)란 말 자체가 뜻하듯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그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교회의 직무 수행을 위해 자신을 하느님께 그리고 교회에 봉헌하고자 하는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기억하는 오늘, 우리가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사랑으로 우리 모두를 부르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그 사랑을 모든 이에게 전해야 할 사랑의 사명을 지닌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이야기합니다.
우선, 오늘 제 1 독서의 사도행전의 말씀은 원로들과 율법학자들 앞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 베드로의 모습을 전합니다. 오늘 독서가 전하는 베드로의 모습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방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두려움에 떨며 몸을 웅크리고 있던 겁쟁이 베드로가 아닌 정말 말 그대로 180도 완전히 변화된 베드로의 모습을 전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믿을 수 없는 그 분의 부활 사실을 몸소 깨달은 베드로는 이제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용기와 희망으로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온 세상에 전하며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큰 사랑을 다음의 말로 선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밖에 없습니다.”(사도 4,12)
베드로의 이 말처럼 베드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그리스도 예수님뿐임을 강렬하게 체험하였습니다. 겁쟁이에, 주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하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자신을 사랑으로 용서해 주시는 예수님을 뵙고 베드로는 예수님이야말로 우리 구원을 위한 유일한 분이심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그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으로 예수님 그 분이야말로 우리 구원의 희망임을 선포하며 그 분의 이름으로 평생 걷지 못하는 불구자를 걷게 하는 기적까지 행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오늘 제 2 독서의 요한 1서의 말씀은 오늘 제 1 독서와 같은 맥락 안에서 베드로가 체험한 부활한 예수님을 통한 하느님의 사랑이 어떠한 사랑인지를 사랑의 사도 요한의 음성으로 전해줍니다. 요한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1요한 3,1-2)
요한 사도는 하느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을 부모의 자식을 향한 사랑으로 표현하며 우리들은 하느님의 큰 사랑으로 그 분의 자녀로 불리움 받고 그 사랑을 통해 사랑받는 자녀가 되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오늘 제 1 독서와 제 2 독서의 말씀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 그리고 그 사랑으로 우리를 불러주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전합니다. 이 같은 오늘 두 독서의 말씀은 오늘 복음 말씀으로 그대로 이어져 하느님의 그와 같은 사랑을 예수님의 음성을 통해 보다 더 구체적으로 전해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착한 목자에 비유하며 착한 목자란 어떠한 목자인지를 다음의 말씀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
양떼를 이끄는 목자는 양들을 푸른 풀밭으로 이끌어 허기진 양떼를 먹이고 냇가로 이끌어 목마른 양떼들의 목을 축여주며 날이 저물면 안전한 곳으로 그들을 이끌어 쉴 곳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 곧 늑대와 사나운 짐승들로부터 양떼들을 보호하고 지켜주어야만 합니다. 만일 늑대들이 몰려와 위험에 닥치게 되었을 때, 양들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만을 챙기려한다면 그는 목자가 아닌 삯꾼에 불과하다는 사실, 진정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는 목자, 그런 목자야말로 진정한 목자이며 바로 예수님이 그 같은 착한 목자임을 오늘 복음은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 이는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 나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4-15)
수많은 양들이 한데 모여 이루는 양떼 가운데에서도 양 한 마리 한 마리를 알고 그들에게 맞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차려 그들을 지켜주고 보호해 주는 목자, 양들은 그러한 목자를 신뢰하고 그 목자의 이끔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깁니다. 목자가 자신을 지켜줄 것을 그들이 믿고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목자와 양 사이의 이와 같은 신뢰의 관계가 바로 당신 자신이 우리 모두와 이루고자 하는 신뢰의 관계이며 그 모든 것은 당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은 희생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예수님은 이야기하십니다.
이 같은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말씀은 오늘 두 독서의 말씀, 곧 베드로가 체험한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이 어떠한 사랑인지를 그리고 사도 요한이 이야기한 우리를 사랑으로 불러주시고 당신의 자녀로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목숨을 내어 놓으면서까지 자신에게 맡겨진 양떼를 지키는 착한 목자의 모습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착한 목자의 사랑과 희생.
2014년 우리를 찾아오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사제들과 주교들이 모인 자리에서 참 목자로서의 삶을 강조하시며 양 냄새가 나는 착한 목자가 되어야 함을 몇 번이나 반복하여 이야기하셨습니다. 목자가 양떼 가운데에서 양들과 함께 지내며 자신에게 맡겨진 양 한 마리 한 마리를 사랑으로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양떼의 무리에 가장 앞장서서 배고프고 목마른 양들을 푸른 풀밭과 샘터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언제나 양 떼의 가장 뒤에서 혹시나 뒤처지는 양들을 없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시며 모든 성직자들이 참된 목자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강조하셨습니다. 오늘 교회가 기념하는 성소주일,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 부르심에 응답하여 교회의 성직을 수행하는 모든 이를 기억하는 오늘 우리에게 들려지는 하느님의 말씀과 교황님의 말씀은 참 목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그러한 면에서 성소 주일을 맞이하며 듣게 되는 오늘 화답송의 시편의 말씀은 교회의 성직을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는 저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제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화답송의 시편의 말씀처럼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쓸데없고 효용가치가 없어 버려진 돌과 같은 저를 하느님은 당신의 포도밭의 일꾼으로 삼아주셨습니다. 턱없이 부족하고 한없이 부당한 저를 교회의 일꾼으로, 당신의 사제로 불러주신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 성소에 응답하였지만 매일의 저의 삶은 그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고 있지 못한 것이 솔직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오늘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저로 하여금 부족한 나의 모습 속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어디로 향해 가야 하는지를 다시금 깨닫고 체험하게 해 줍니다. 그 깨달음을 오늘 제 2 독서의 요한 1서의 다음의 말씀이 잘 드러내 주는 듯합니다. 요한 1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1요한 3,1-2)
사랑하는 송동 교우 여러분, 요한 1서의 이 말씀처럼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큰 사랑을 주시고 우리 각자를 당신의 자녀로, 어떤 이는 교회의 사제로 또는 수도자로 그리고 일상의 삶 안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평신도의 삶을 살아가도록 우리를 불러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랑받는 자녀가 되라고 무엇 하나 아낌없이 넘치도록 당신의 사랑을 누리고 향유할 수 있도록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 주시고 아버지의 마음으로 우리 모두를 불러주십니다. 그 부르심이 바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성소(聖召), 거룩한 부르심이며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입니다. 사랑의 부르심에 사랑으로 응답하는 것, 사제인 저는 사제로서 저의 삶의 자리에서 응답하며 수도자는 수도자로서 그리고 여러분은 여러분의 삶의 자리에서 여러분 자신으로서 응답하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맡겨진 소명입니다. 그리고 그 응답은 바로 오늘 말씀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듯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착한 목자의 사랑으로 우리를 부르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우리 역시 그와 같은 사랑으로 나 자신을 내어놓는 것입니다. 교회의 모든 사제와 수도자들이 착한 목자 예수님을 닮아 양떼를 사랑으로 이끄는 참 목자가 되기를 기도하며 여러분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여 착한 목자 예수님과 함께 언제나 기쁨과 행복 속에서 살아가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착한 목자, 당신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셨네. 당신 양 떼를 위하여 돌아가시고 부활하셨네. 알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