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지향 해설 ]
교황님께서는 11월 기도 지향으로 자녀를 먼저 떠나보내게 되어 슬퍼하는 모든 부모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초대하십니다.
자녀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쉽게 잊거나 감당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이 부모들이 공동체의도움과 지지를 받아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십니다. 자녀를 잃고 슬퍼하는 부모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저는 다음의 두 가지를 주요하게 나누고자합니다.
첫 번째는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을 안고 살아야 하는 이 부모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공동체가 배려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단번에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복잡한 감정을 소화해야 하는제법 긴 시간의 여정이 필요합니다.
원망, 후회, 죄책감, 그리움, 그리고 부모 자신도 자녀를 따라 죽고 싶어하는 안 좋은 여러생각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게 되는데, 그래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더더욱 어려워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이들은자신의 말을 듣는 타인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과도한 걱정을 하게 되어, 더 숨어들고 밖으로 나오기를 꺼려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녀를 잃은 부모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공동체가 진정성있게 듣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들의 말을 들을 때에 아픔과 슬픔을 넘어 무기력감들이 밀려 올라오겠지요. 이 무기력감은 더 이상 자녀를 잃어 너무나 슬퍼하고 있는 부모들의 것이 아니라 함께 듣고 함께 아파하며 들어주고 있는 “우리”의 것이 됩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성령께 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들과 딸을 잃고 슬퍼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당신께서 평화와 위로를 주시기를 말이지요.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성령과 함께 한 마음으로 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위로할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그렇게 희망하십니다.
두 번째는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자녀들과 이들을 잃은 부모들을 함께 기억하는 것입니다.
자녀를 잃은 부모들에게 상처가 되는 몇 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이제 그만 잊어라, 이제 그만 아이를 놓아 주어야지, 그래야 아이도 당신도 마음이 편해지는거야. 이 말은 아직 이 땅에 남아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부모들에게 자녀들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라는 말로 받아들여집니다.
자신들이 낳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들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지요. 그나마 부모들이 이 자녀들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이지, 누가 더 기억이나 할 수 있을까요. 이 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먼저 세상을 떠난 자녀들에 대한 기억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이들에게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리는 한 방법이 됩니다.
예를 들어, 이 아이가 태어났을 때 당시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그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행복해하고 기뻐했던 순간들을 어떠했는지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이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은 그 자녀를 직접 보았거나 알고 지내지는 못했지만, 이들이 소중한 형제요 자매로 기억에 남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세상을 떠난 아주 소중하고사랑스러운 자녀들에 대한 기억을 부모들뿐만 아니라 공동체에서 함께 품어 안고 공유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부모들에게는커다란 위로와 힘이 되고, 공동체 또한 한마음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자녀들의 영혼을 위해 계속해서 기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매년 11월을 ‘위령성월’로 지내고 있습니다.
위령성월은 세상을 먼저 떠난 죽은 모든 이의 영혼을 기억하고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주십사고 기원하는 달이지요. 특별히 우리 주위에 자녀를 잃고 슬퍼하는 부모들과 먼저 세상을 떠나 하느님 품에 안긴 자녀들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한 달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한현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