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오아시스'는 이희문(경기민요 이수자)이 '나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형식이다. (2월 18-20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이희문의 '강남 오아시스'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의 강남은 같다. B급 정서를 내세우는 점에서도 둘은 비슷하다. 스스로 'B급 소리꾼'으로 설정한 이희문은 이른바 A급의 공연에서 느낄 수 없는 탈(脫) 권위와 초(超) 전통을 무대에서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희문과 싸이의 다른 점은 무얼까? 싸이가 스타일로 내세웠다면, 이희문의 스토리는 강력했다. 강남을 중심으로 자신의 가족사를 풀어낸다. 거기엔 3개의 시점이 있다. 이희문 자신과 어머니 고주랑, 아버지 이석종(키무라상)의 시점이다. 세 사람을 모두 이희문 혼자 소화한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적 격차가 심했던 1970년대, 일본에 코리안클럽이 있었다. '엔벌이타령(장타령)'은 그 시절의 풍속도를 그려냈다. 1974년 일본의 한국클럽에서 민요를 부르는 고주랑의 모습이다. 차세대 명창으로 촉망되던 고주랑은 거기서 키무라상(이석종)을 만난다. 이렇게 만난 커플이 어디 이희문의 부모님 뿐일까? 그간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리지만, 늘 네거티브하게만 얘기하던 음지의 얘기를 이희문은 감추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이희문에게 강남은 자이니치(재일교포) 아빠가 사준 역삼동의 양옥이었다. 아빠가 귀국하는 날 김포공항으로 가던 길도 얘기하고, 그랬던 아빠가 오래도록 오지 않아서 엄마가 맘고생이 심했던 것도, 아들의 시점으로 얘기한다. 실상 일본에도 가족이 있었던 키무라상을 '무책임해(오봉산타령)'하면서 통렬히 힐책한다. '강남 오아시스'는 이렇게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면서 빠지는 공연이다.
여러 얘기와 여러 노래에 모두 공감하지만, '밤새 니나노를 부르고 돌아오는 엄마의 속사정'이란 이희문의 멘트가 뭉클하다. 흔히 '니나노'라는 이름으로 저평가되던 '경기민요(태평가)'를 시대적인 맥락으로 재설정한다. 지금까지 태평가를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짠하게" 느끼게 해줬던 적이 있었던가?
강남에서 한때 행복하게 지넀던 이희문은 도쿄 변방의 작은 아파트로 이주한다. 오래도록 못 봤던 아버지가 암에 걸렸던 그 시절도, 담담히 얘기하고 당차게 노래한다. 아빠가 죽기 직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엄마를 떠올리면서, 마치 드라마와 같은 마지막 장면에 BG가 깔린다면 '이별가'라고 하면서, 여기선 반주를 배제하고 오직 자신의 목소리로 채운다.
전체적으로 이희문은 전통민요를 기본에 둔 곡조를 기져와서 노래하는데, 상당히 신선하다. 왜 신선할까? 전통이라고 하기엔 모던하고, 또 모던이라고 하기엔 전통적이다. 까데호밴드(이태호, 김재호, 김다빈)의 연주는 힙한 클럽에서 오히려 이렇게 민요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가 더 주목을 받는다는 걸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소리꾼을 명창이라고 한다면, 이희문이 'A급 소리꾼'이다. 이희문은 무책임한 아버지를 불러낸다. 이희문이 이석종이 되고, 이석종이 이희문이 된다. 그렇게 아빠를 이해하고 용서한다. '강남 오아시스'는 경기민요와 서도민요에 기반한 경서도창이 강남의 힙한 클럽에도 잘 어울리는 걸 증명했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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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구입완료~♡
다 읽어보고 싶어요
꼭 읽어봐야지..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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