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영하권을 맴도니 뜨끈한 국물이 있는 탕이나 전골이 땡깁니다. 이럴 땐 강구막회의 생태매운탕이나 망치매운탕도 매우 좋은 선택입니다만 강구막회에 적을 둔 갑판장은 입장이 입장인지라 아무래도 감흥이 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맛있다고 표현 못하는 아픔이 몹시 아ㅍ.....ㅠ.,ㅠ;; )
창성동의 설렁탕집에서 친구들과 푸짐한 특곰탕을 각자 하나씩 앞에 두고 오붓하니 소줏잔을 기울여도 좋겠고, 망원동의 곱창집에서 곱창전골을 한 가운데 두고 빙 둘러앉아 정담을 나눠도 좋겠습니다. 에 또....이 외에도 수많은 탕집과 전골집, 찌개집이 머릿속을 맴돕니다만 이 이상 발언을 했다가는 또 횡설수설할까봐 이쯤에서 각설합니다.
만두전골/평안도만두집
궁리 끝에 오늘은 만두전골을 선택했습니다. 할머니로 부터 황해도人의 기질과 입맛을 물려 받은 갑판장은 평소 아바이순대, 평양냉면, 어복쟁반, 빈대떡, 초계탕, 명태식해 등 이북음식을 즐깁니다. 어릴 적 부터 즐겨먹던 익숙한 음식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이런 음식들이 입과 가슴에 쩍 붙습니다.
갑판장이 서울의 수 많은 만둣집 중에서 으뜸으로 꼽는 곳은 내자동의 평안도만두집입니다. 만두소에 두부의 함량이 높아 담백하면서도 맛이 순하기도 하고 또 밀가루를 반죽하여 만든 만두피로 만두를 큼직하게 빚는데 이 집의 만두가 시중의 만둣집 중 어릴 적 갑판장네 집에서 빚어 먹던 만두와 가장 유사한 형태와 맛입니다. 요 몇 년 사이에 갑판장이 맛 본 소문난 만둣집들의 만두 중 상당수가 만두소에 가당을 하여 금세 물리거나, 아주 싸구려 전분 따위를 섞은 만두피를 사용하여 만두를 먹는 맛을 반감 시키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에 비해 평안도만두집의 만두는 늘 그 맛과 형태를 참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평안도만두집에서 갑판장이 즐겨먹는 메뉴는 만두전골입니다. 어린애 주먹만한 탐스런 만두 외에도 도가니, 소 힘줄(스지), 결을 따라 잘게 찢은 양지살무침, 작은 크기의 빈대떡, 생선전, 생배추, 쑥갓 등이 푸짐하게 담겨있어 맛 뿐만이 아니라 보는 것 만으로도 조리한 이의 정성을 느낄 수 있어 몸에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만두전골을 먹는 내내 듭니다. 갑판장이 평안도만두집의 만두전골을 좋아하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약간은 잡탕스러운 식자재의 구성에도 있지 싶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로 부터는 충청북도 산골人의 기질과 입맛을 물려받은 갑판장인지라 명절 끝의 남은 음식을 한꺼번에 몽땅 넣고 끓여먹는 잡탕전골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갑판장네 어머니표 명절끝판전골에는 평안도만두집 만두전골의 내용물에 더해 각종 나물과 온갖 전류, 신김치 등이 더 들어 갔었습니다.
어머니표 음식은 갑판장에게는 늘 소울 푸드입니다만 이제는 어머니께 음식을 청해 먹는 경우가 드믑니다. 아마....앞으로도 드물 것 같습니다. ...드물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선장님표 음식이 갑판장의 소울 푸드가 되겠지요. 세월은 그렇게 흘러 갑니다. 어머니의 뒤안길을... 딸아이와 갑판장의 삶을 싣고서 마음을 싣고서....
갑판장네 가족의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연출사진 아님)/어느 카페에서
공사다망(公私多忙)한 갑판장네 딸아이의 스케줄로 인해 간만에 딸아이랑 친할머니가 대면을 했습니다만 역시나 분위기가 썰렁합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딸아이에게는 친할머니보다는 친구가 제일이지 싶습니다. 아니 아직까지는 두번째입니다. 엄마가 첫번째인 것은 확실합니다. 모성애 강한 엄마의 영향력(?)이 워낙에 막중하거든요, 짐작컨데 늘 곁에서 보살펴주시는 외할머니는 몸종급이고, 영원한 물주인 지 아빠는 옆집 아저씨랑 동급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술 풉니다. 딸꾹~~~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갑판장은 어떤 손자와 아들이었을까요?
첫댓글 송년회의 연속인 시기입니다,,, 만두전골의 스지를 보니 저는 부산의 스지 오뎅국물이 마구 그리워집니다
오뎅집의 떡심꼬치가 급땡깁니다.
眞으로 오세요
곰돌이곱창 또는 명월집이랑 묶어서 오뎅집 한번 가시죠~
꽥!!!
그럼 타협안으로 백송 한번 가시죠~
백송도 좋고, 사당동 부산오뎅도 좋고...
토욜이면 명월집 성대오뎅 코스 참 좋은데~ 거기에 아바이순대의 폭신한 간까지...
갑판장님 빼고 추진해보지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