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의식 대단원’ 축원의 본질은 나눔·닦음 발원
<28> ‘소원 빌기’ 축원
불보살 신중님께 원을 아뢰는 글
현 축원은 공양재자 중심이지만
전통축원은 또 다른 ‘사원 질서’
부처님 당시에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 재자들은 법문을 듣고 감화되어 귀의를 결심한다. 삼귀의를 세 번 아뢰고 오계를 받는다. 이렇게 불자가 된다. 대승불교가 발전하면서 오계수지 다음에 일체 중생을 건지겠다는 발원이 등장했다. 해서 공양 올릴 때 그것이 이뤄지기를 기원하며 원성취진언을 염송한다. 이후 관음정근 지장정근 석가모니불정근을 하고, 그 정근의 힘과 그날 올린 공양의 공덕과 불보살님의 가피의 힘으로 소원이 이뤄지기를 빌어주는 축원을 올리게 된다. 축원은 공양의식의 대단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축원은 주지 스님이 직접 법사 스님이 되어 직접 아뢴다. 축원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절에 처음 가면 축원문을 작성하게 되는데, 먼저 주소를 적고 건명 곤명 장자 장녀 하며 가족의 이름과 생년을 적는다. 원래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해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귀의하는 삼귀의를 다짐하고 오계를 받으면 불자가 되지만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축원문을 작성하는 것으로 사실상 불자가족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초하루보름이나 공양 올리는 재일에 절에 가게 되면 제일 먼저 축원문을 찾아서 법사 스님께 드린다. 이때 축원문은 축원할 재자의 명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 축원문은 부처님과 보살님과 신중님께 원을 아뢰는 글을 의미한다.
공양이 끝나고 법사 스님이 아뢰는 축원문의 첫 문장은 ‘앙고 시방삼세 제망중중 무진삼보자존 불사자비 허수낭감 상래소수공덕해 회향삼처실원문’이다. 뜻을 잘 몰라도 범음소리만으로도 감동이 저며 오기도 한다. ‘우러러 시방삼세 제망중중 다함없는 삼보님께 아뢰오니, 자비를 버리지 마시고 지혜 광명을 드리워 주옵소서. 지금까지 닦은 바다 같은 공덕을 세 곳으로 회향하오니 모두 원만하게 되어’라고 하며 ‘지금 이곳 ○○사찰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공양을 올리고 원을 발원하는 재자들이 오늘의 이 인연공덕과 불보살님의 가피의 힘으로 일체 재앙은 사라지고 평안해지기를 나(주지 법사)는 비옵나이다’라고 발원한다.
이때 공양을 올린 재자들의 주소와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는데 동참재자가 다수일 때는 지나치게 장황해짐으로 설판재자만을 법사 스님이 거명하고, 수백 명이 동참한 법회에서 법사 스님이 동참한 재자의 주소와 이름을 일일이 거명한다는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에 각자의 주소와 이름은 재자들이 직접 아뢰라고 인도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사용되는 축원문의 형식은 단독으로 공양을 설판할 때 사용되던 형식이라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겠다.
현재의 축원은 공양재자 중심이지만 전통의 회향축원은 또 다른 사원의 질서를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닦은 공덕으로 법륜이 굴려지고, 오늘 재를 올리는 사람 (아무개) 보체는 좋은 세 가지 업은 원만해지고 삼륜(三輪)의 인(因)은 성취되고; 또 참선을 하는 이는 의단이 홀로 드러나고, 염불하는 이는 삼매(三昧)가 앞에 나타나며, 경(經)을 보는 이는 혜안(慧眼)이 통하며, 자량(資糧)은 분수 따라 성취되며, 병고에서 곧 낫지 않는 일 없고, 구하는 게 있거나 원하는 게 있으면 낱낱이 원만하게 성취하게 되기를 바라며; 네 가지(옷, 음식, 살 공간, 약)로 시주한 이는 복과 수명 늘어나고, 업이 같은 대중들은 지혜의 눈이 밝아지며, 법계의 모든 중생들은 피안(彼岸)에 오르고 하늘의 신과 땅의 귀신은 이 도량을 보호하여 세상마다 늘 보살도(菩薩道)를 닦게 되기를 바라옵니다.”
공양 올린 재자의 인연성취와 수행하는 이들의 수행성취와 시주의 복과 수명성취와 동업대중의 지혜성취와 법계중생의 피안도달과 보살도 수행을 기원하는 점층적 구조를 띠고 있다. 결국 나눔과 닦음을 발원하는 것이 불교축원의 본질임을 알려주고 있다고 하겠다.
[불교신문3127호]
첫댓글 [의례로 만난 불교] 는 매주 불교 신문에 기재되어온 것을 옮긴것 입니다.... 지금까지 올린것이 저번주에 올라온 것이니 다음부터는 일주일에 걸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