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이 한국출신 투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라 언더핸드 또는 사이드암투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김병현의 투구폼부터 살펴 볼까요.김병현은 정통 언더핸드라기보다는 사이드암에 가깝습니다.또 느린 화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김병현은 검지를 교묘하게 사용합니다.슬라이더를 던질 때 투구직전까지 검지를 공에 걸지 않습니다.중지만 실밥에 걸쳐 놓고 투구준비동작을 일으키지요.공을 던지는 순간은 화면에 잡히지 않아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아마도 이 순간 검지를 중지의 보조손가락으로 활용해 강한 회전을 거는 등 공의 위력을 강화하는 자신만의 비법을 사용할 겁니다.이같은 손가락 사용법이 김병현만의 것은 아닙니다만 다른 투수들과는 다른 ‘노 하우’가 분명 있는 듯 합니다.변화구의 각이 엄청나지 않습니까.
정통 언더핸드투수에 관한 이야기 몇가지-.
정통 언더핸드투수라면,다소 과장해서 표현하면 투구한 뒤 손등에 마운드의 흙이 묻어야 한다고 합니다.그만큼 밑에서 위로 훑듯이 끌어 올려야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사실 이런 정도 수준의 본격적인 언더핸드투수는 흔치 않습니다.
언더핸드,또는 사이드암까지 포함해 매스컴에서는 흔히 ‘잠수함투수’라고 하지요.또 이따금 영어를 써서 ‘서브마린’이라고도 하구요.그렇다면 ‘원조 잠수함’은 누구일까요.
초창기 야구는 투수가 언더핸드로 던졌기 때문에 그 시절 투수가 몽땅 ‘원조’겠지요.
최근 원조로는 재일동포야구단 시절의 김기태를 후보로 올릴 수 있겠습니다.1969년,70년 재일동포선수단 멤버로 두차례 우리나라를 찾은 김기태는 앞서 말한,마운드의 흙이 손등에 닿을 정도로 동작이 큰 투구로 내로라하는 고교타자들을 압도했습니다.1969년에는 당시 고교 강호인 선린상고,선린상고-성남고 연합팀 등과의 경기(동대문구장)에서 퍼펙트게임에 다름없는 투구내용을 보였습니다.그때 몇몇 언론에서 투구자세에 빗대 김기태를 서브마린투수라고 불렀지요.(잠수함투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그시절 기자들이 요즘 기자들보다 영어를 잘 한 것같습니다.농담입니다.ㅋㅋㅋ)김기태는 그뒤 일본프로야구에서 정상급투수로 활약하다 1980년대 중반 국내프로야구 삼성 청보에서 뛰었습니다.그런데 고교시절의 그를 기억하던 팬들은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우선 투구폼 때문이었지요.밑에서 부터 위로 힘차게 끌어 올리는 투구폼은 사라지고 밋밋하게 옆으로 던지는 사이드암투수로 바뀌어 있었던 겁니다.15년여의 세월이 흐르면서 그리 된 겁니다.오버핸드투수는 나이가 들면 팔이 내려오고,언더핸드투수는 세월이 흐르면 팔이 올라가는 것은 몸이 늙어가는 것과 어쩔 수 없는 상관관계에 있지요.
1960년대 이후 국내 잠수함투수(사이드암투수 포함)의 계보를 대충 정리해 보면 김영덕 신용균 두 재일동포 출신 투수부터 시작해 남궁택경 김병우 등 실업야구 출신을 거쳐 프로야구로 이어집니다.
잠수함투수를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두 투수를 소개합니다.
고(故) 남궁택경-.
약체 철도청의 기둥투수였습니다.1960년대 실업야구는 가장 많게는 14개팀까지 있었습니다.제일은행 기업은행 농협 한전 육군 등 올드팬의 기억에 생생한 팀들은 물론,체신부 대한통운 크라운맥주(한일은행 전신,현재 하이트맥주) 서울시청 등 기억에 다소 흐릿한 팀까지-.
이때 리그를 벌이면 팀당 13게임이고,그 가운데 10게임 정도를 남궁택경 투수가 맡았습니다.팔이 빠져라 던졌습니다.잠수함투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김병우-.
정동진과 배터리를 이뤄 1960년대말,1970년대초 제일은행 해병대의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정동진으로부터 공을 되돌려 받으면 사인을 받는 둥 마는 둥,와인드업없이 받는 동작과 거의 연계해서 던져 타자들이 숨돌릴 틈이 없었습니다.역시 잠수함투수라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후 활약한 잠수함투수는 강철원 주동식(재일동포) 김진욱 김신부(재일동포) 노상수 진동한 이용철 한희민 박동수 이강철 박정현 박충식 임창용 김현욱 등이 있습니다.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잠수함투수 ‘족보’가 만만치 않군요.이같은 바탕이 있어 오늘의 김병현이 있겠지요.
독자 여러분들의 기억에 또렷한 1980년대 이후 잠수함 베스트 5를 꼽아 보시죠.김병현 포함입니다.
참고로 최근 일선에서 물러 난 이규석씨와 함께 프로야구 역대 최고수준의 심판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광철 sbs스포츠30 해설위원이 뽑은 1980년대 이후 잠수함투수 베스트 5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