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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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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키엘 47,9)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00년만에 4월에 나타난 겨울 추위가 계속되는 요즘, 이 땅이 생긴 이래 가장 혹독한 시련을 당하고 있는 4대강의 개발 사업 저지를 위한 제 2차 생명평화미가 27일 저녁에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봉헌됐다,
이날 낮 명동 가톨릭회관 주차장에 설치했던 '4대강 사업 중지를 촉구하는 천막기도회'의 천막이 강제 철거되는 한편, 사제들의 기도 장소가 가톨릭 회관에 마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 봉헌된 미사였지만, 참석자들은 차분한 마음으로 '4대강 개발 저지'라는 길고 쉽지 않은 길을 함께 갈 의지를 분명히 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 서상진 신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명동 생명평화 미사는 국민들에게 4대강 사업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높이기 위해 매일 저녁 7시부터 기도회와 더불어 미사로 이어지며, 또한 매일 가톨릭 회관 426호에서 각 교구 신부들을 중심으로 하는 생명평화 기도가 이어진다.
당일 서울대교구청 관리국에 의해 망실된 천막을 보고 사제들이 관리국에 몰려가 경위를 따져물었으며, 이에 관리국에서는 서울대교구 소속 조해붕 신부와 면담을 통해 가톨릭회관 안에 있는 공간을 내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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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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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붕 신부(천주교연대 상임대표) 주례로 각지에서 모인 사제들이 공동 집전한 이날 미사 중 강론을 통해 나승구 신부는 "우리가 강을 젖줄이라 부르는 것은 어머니의 마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며, 이런 강의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 고 전제한 후, "끊임없이 달라고 하는 인간들에게 얼마나 더 내어줘야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 신부는 "당신 아들까지 내어 준 그 마음에서 우리가 조금만 더 배울 수 있다면 이웃과 형제들을 괴롭히고, 배고프게 하지 않을 것이며 가슴아픈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 역사를 보면, 피조물인 강은 아픔을 당하고 있습니다. 4대강의 개발을 막고자 하는 이유는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며 자연의 신성함을 배우는 한 인간으로, 또 교회를 어머니라 얘기하는 우리가 어머니이신 강과 함께, 그 흐름으로 인한 생명의 영양과, 복음의 영양을 받기 원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모아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이 되어주신 하느님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바랍니다."
이날 미사에는 팔당 두물머리에서 1년 가까이 4대강 개발 저지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농부들이 함께 참여해 땅과 물,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전했으며, 시민들에게 강바닥을 파헤침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을 호소했다.
유영훈 위원장(팔당농지보전공동대책위원회)은 미사 후 인삿말을 통해 "팔당 두물머리는 4대강 개발 저지를 위한 전초기지이며, 강물이 눈앞에 흐르는 우리의 농토에서 1년 가까이 땅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5월이면 꼭 1년이 됩니다. 농민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그저 조상대대로 내려온 땅을 지키기 위해 작은 저항을 시작했는데, 오늘 이렇게 명동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쪽에 서글픔이 깃듭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토해양부는 도대체 농업이 무엇인지, 논이 저수지 역할을, 밭이 탄소를 없애는 공기 정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모릅니다. 논과 밭의 경제외적인 기능을 모릅니다. 생태와 생명을 무시하고, 삽질로 돈벌이 밖에 모릅니다."
"결국 땅을 지키기 위해 소박하게 살던 농민들이 4대강 개발 반대를 하며 투사가 된 덕에 4대강 중 아직까지 삽질을 하지 않은 곳은 팔당 뿐"이라고 밝힌 유영훈씨는 5월 초 두물머리에 공사를 위한 공권력을 행사한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를 막기위해 함께 해줄 것을 당부했다.
유영훈씨는 또한 "팔당에서도 매 주말 미사를 하는데, 미사 때마다 바람과 비가 내렸다"고 말하며 "함께 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이곳 명동에서 4대강 개발을 막기 위한 홍보의 전초기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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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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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사를 함께 집전한 문정현 신부도 미사 후 발언을 통해 이사야서에 있는 '짖지 않은 개'의 예화를 들면서 "우리는 짖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강이 닿는 곳이 모든 것이 살아난다"는 에제키엘 47장 9절 말씀을 몇날 몇일 묵상을 한다고 말문을 연 문정현 신부는 "강이 닿는 곳마다 생명이 살아나는데,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을 막아버린다면 그것은 미친 짓이며, 모든 것을 죽이자는 것인데, 그것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무지막지하게 4대강 사업을 펼치는 정부에 강력한 경고를 했다.
"오늘부터 우리는 새로운 하루의 생활을 만들어 갑시다. 저녁 7시면 무조건 명동성당 들머리에 모이는 것입니다. 우리 함께 '이 강이 닿는 곳마다 생명이 살아난다'는 것을 외쳐 봅시다."
문정현 신부는 "용산에서 11개월, 날마다 노상에서 살아서 노하우가 있다."면서 "오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자리가,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결코 초라한 것이 아니다. 내일, 모레 이렇게 계속되면 강물이 넘치듯이 우리가 천지를 바꿀 수 있다."고 함께 하는 이들과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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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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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불어댄 바람이 잦아들기는 커녕, 미사 때에도 명동성당 들머리에 강하게 불어와 신자들 중 일부가 제대 천막을 붙들고 서 있기도 했다.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글귀가 적힌 작은 물고기 모형을 들고 생명의 강을 살려야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신자들은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마음을 모았다.
이날 미사는 마지막으로 조해붕 신부의 '오늘 하루의 간단한 보고'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 조해붕 신부는 "오늘 하루 명동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인터넷 기사를 통해 알려졌고, 거기에는 부풀려진 것도 있다. 사실 조금의 충돌이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시작된 부분들도 있는데, 이 일을 통해 소통이 커다란 과제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해붕 신부는 "소통이 조금씩 진전되고 있어 희망이 더 생겼으며, 이런저런 일에 개의치 않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런 노력들은 강을 살리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며, 교구에서도 작지만 이 일을 할 수 있게 작은 공간을 마련해 새로운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연대는 4대강 사업의 삽질을 멈출 때까지 매일 낮동안에는 노상에서 연속 기도를, 오후 7시부터는 미사 전 기도와 생명평화미사를 계속한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가 끝나자 일부 신부들은 "함께 기도할 이들의 기도처 방문과 참여는 언제든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밤샘 기도를 하기 위해 가톨릭 회관 426호로 발길을 옮겼다.
가톨릭 회관 426호에는 이날 밤 미사를 함께 참석한 '나눔문화' 젊은이 24명이 방문,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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