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심상치 않다. 시래기의 파도가 몰려온다. 처음엔 그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줄 알았다. 잠깐 지나면 사라질 유행가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추이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지금 추세라면 외식업계에 일정한 흐름을 형성할 듯하다. 전체적인 외식업 발전의 둔화와 성장 아이템의 부재 속에서 유독 시래기로 만든 음식의 약진이 눈에 띈다. 시래기 주산지인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농촌에서 시래기 채취량과 판매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만 보아도 시래기 열풍을 가늠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시래기 음식을 먹고 싶어도 도무지 시래기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경향 각지의 식당에서 심심치 않게 시래기를 활용한 음식이 메뉴판을 속속 채우고 있다. 가난한 농촌의 천덕꾸러기 한겨울 묵나물에서 새로운 건강 식재료로 각광받는 시래기! 활용하기에 따라서 개별 식당의 효자 아이템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외식업계에 새로운 도약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시래기 부상의 이면을 살펴보고 그 활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국내 최대 시래기 산지인 강원도 홍천과 양구에도 다녀왔다.
식당·고객·농가 모두 만족시켜준 효자 식재료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시래기 전문 식당에 고객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집은 시래기밥 전문점으로 입지를 굳혔다. 방송에 소개된 뒤 더욱 대기줄이 길어지고 있다. 고객의 대부분은 주부들이다. 우리나라에서 특정 트렌드를 주도하는 집단 가운데 ‘강남 아줌마’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취향과 선택은 키치kitsch현상을 통해 다른 계층 다른 지역 주부들에게도 전이된다. 좋은 의미이건 그렇지 않건 이미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들이 시래기에 열광하는 것은 업소의 마케팅 전략이 먹힌 측면도 있지만 건강을 추구하려는 사회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 여기에 추가 소득원을 개발하려는 농가와 농정당국의 노력, 양질의 새로운 식재료로 외식 시장의 틈새를 돌파하려는 외식업소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가 최근의 시래기 열풍을 몰고 왔다고 볼 수 있다.
식당·고객·농가의 이해관계가 시래기에서 서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들의 욕구를 골고루 충족시켜주는 식재료가 바로 시래기였던 것이다. 외식업소의 입장에서 보면 시래기 붐은 건강과 추억이라는 이미지가 담긴 매력적 식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다.
칼슘은 장노년층 뼈 건강, 식이섬유는 젊은 층 다이어트
시래기에는 비타민(A, B1, B2, C)과 칼슘, 그리고 무기질이 풍부하고 식이섬유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열량이 매우 낮다. 이런 영양성분과 특성이 식생활 불균형으로 건강을 잃어가는 현대인에게 희망을 준다.
먹으면 체내에서 비타민A로 변하는 베타카로틴은 유해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최근에는 이를 이용한 암 치료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신선한 녹채가 부족했던 예전 겨울철에 시래기는 비타민 공급원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체지방을 연소시키는 비타민C 함유량이 배추나 무보다 월등히 높다.
시래기는 100g에 32㎉ 정도로 열량이 낮아 걱정 없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시래기는 35% 이상이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위와 장에 머물면서 포만감을 준다. 자연스럽게 과식을 막아 다이어트에 좋다. 포도당과 콜레스테롤 흡수를 저지해 당뇨와 동맥경화 변비를 막아준다. 또한 체내에서 수분을 흡수, 대변 부피를 늘리고 연동 운동을 도와 대장암이나 변비를 예방해준다.
시래기는 100g에는 철분 14.5mg(성인권장량: 14mg)이 들어 있어 빈혈이 잦은 여성에게 좋다. 건망증을 예방하는 효능도 있다. 시래기의 무기질 성분 가운데 가장 풍부한 성분이 칼슘이다. 삶은 시래기 100g에는 칼슘이 335mg(성인권장량: 700mg) 들어 있다. 칼슘은 성장기 어린이의 골격 발달은 물론이고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어서 중년에 접어든 이들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 식재료다. 또한 칼슘은 식이섬유와 함께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 억제 효능도 있다. 칼슘은 빈혈을 예방하고 이도 튼튼하게 한다.
어느 성공한 외식업 경영자는 젊은 시절 산 오징어를 구매하러 매일 강원도를 오갔다. 그때마다 평창의 한 식당에 들러 시래깃국과 시래기나물을 먹었다.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시래기는 여러 소화 효소를 함유해 소화 작용을 돕기도 한다.
가식 부위 많고 잘 말라야, 물에 하루 담근 뒤 1시간 삶아
시래기용 무청은 가급적 푸른빛이 돌고 잎이 연한 것이 좋다. 자연건조 시 누렇게 변색된 부분이 생기는데 이 갈변 부위는 맛이나 영양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가정용이라면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업소에서 고객에게 내놓을 음식 재료이므로 가급적 색깔이 고운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다고 색깔이 너무 일률적으로 푸른빛을 띠는 것은 자연건조품이 아닌 기계 건조품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줄기보다 가식 부위인 푸른 잎사귀 비율이 높은 것을 골라야 시래기가 부드럽고 실속 있다. 잘 마른 시래기를 고르기 위해서는 무청의 끝 부분에 달린 무의 건조 상태를 확인한다. 무 부분을 눌러봐서 바짝 말랐다면 잘 마른 시래기다. 산지에서는 채취 시 이를 고려하여 1.5츠 정도 규격으로 자른다.
구입 후 마른 시래기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양파 망이나 통풍이 잘되는 바구니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시래기를 부드럽게 삶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시래기를 하룻밤 정도 푹 잠길 정도로 찬물에 담가 불린다. 이물질이 없도록 중간중간 물을 갈아주면 더 좋다. 찬물이나 쌀뜨물에 굵은 소금을 넣고 잘 불린 시래기를 처음부터 넣은 뒤 1시간 정도 삶는다. 한소끔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은근한 불에서 20여 분 더 삶는다. 2시간 정도 삶은 물에 그대로 충분히 담궈 식힌 뒤 찬물에 3~4번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짜서 냉동 보관한다. 냉동보관 시 물기를 너무 꽉 짜서 보관하면 질겨진다. 어느 정도 물기를 유지한 상태에서 지퍼백에 넣어 냉동시키는 방법도 좋다. 이렇게 보관하면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불리는 과정에서 깨끗하게 잘 씻어 삶으면 시래기 삶은 물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이 물은 모아두었다가 된장찌개 등을 끓일 때 육수로 사용한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삶아서 개별 포장해 냉동 보관하면 편리하다. 강원도 등 주산지에서 구입한 시래기는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된다.
품질 신뢰도 거래 안정성 높은 시래기 생산자 단체
국내 시래기 생산과 판매는 개별 농민을 제외하면 영농회사법인, 농협, 작목반 단위로 집단화 되어있다. 국내 최대 주산단지인 강원도 양구의 시래기 영농단체가 가장 많은 생산량과 거래량을 보이는 가운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타 시도에서도 최근 시래기 붐에 편승, 차츰 생산 채비에 나서고 있다. 아직 시래기 고정 수급처가 없는 업소라면 전국의 주요 시래기 생산자 단체와의 직거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시래기 붐에 따라 농가에서 생산량을 급격히 늘릴 경우 가격폭락과 과잉생산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작업 과정에서 부서져 형태가 일정하지 않지만 품질이나 먹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이른바 ‘파치’ 시래기도 있다. 이는 정품의 1/3 가격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본래 형태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국이나 찌개용 시래기, 음료용 시래기라면 파치를 구매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건강 웰빙 아이콘 시래기, 구수하고 푸짐한 상차림들
입력 : 2014.04.01 09:00
월간기획 <시래기가 맛있는 집 5선>
예전 같으면 농가에서 작년에 말려놓은 남은 시래기를 마지막으로 걷어 삶아먹을 때다. 봄나물이 파릇하게 돋아나기 전까지가 묵나물의 전성기였고 시래기는 늘 그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서민의 소박한 식재료에서 각광받는 건강식재료가 되었다. 전통과 추억의 맛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요즘 사람들에게 부족한 식이섬유나 영양소 등이 재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 시래기는 조리 방법에 따라 매우 신축적인 식재료다. 일선 식당에서 개성 있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나물과 된장국 일변도에서 최근에는 반찬이나 요리와 매치, 꽤 괜찮은 밥상을 연출해내기도 한다. 시래기를 소재로 다채롭게 맛을 내는 집들을 찾아보았다.
나물 무침 등 18가지 반찬으로 차린 시골 밥상
경기도 포천시 <욕쟁이 할머니집>
하지만 불만은 없다. 깻잎, 고춧잎, 콩나물, 호박꼬지, 도라지, 고들빼기, 볶은 콩 등 무려 18가지 향토색 짙은 반찬이 나온다. 예전 시골에서 품앗이로 농사일을 할 때 들밥으로 내오던 반찬 목록을 대부분 망라했다. 멸치와 된장을 넣고 끓인 시래기 된장찌개 맛도 결코 나쁘지 않다.
6000원이라는 밥값을 고려하면 저렴하면서 푸짐하고 건강한 밥상이다. 한국화를 그리는 집주인의 옛 시골집을 개조해 만든 식당이어서 그 자체로 고향의 푸근한 맛을 풍긴다. 마치 고향 집에서 밥상을 받는 기분이다. 연인이나 가족 단위로 포천을 여행하다가 들러볼만 하다.
돼지불고기와 시래기 밥의 이색적 찰떡궁합
경기도 김포시 <구이랑>
이 집은 본래 고깃집이어서 고기 메뉴의 맛과 질은 월등하다. 이런 강점이 웰빙 요소가 강한 시래기 냄비 밥과 결합해 새로운 표정의 밥상을 연출한 것. 매콤하고 고소한 돼지 불고기와 구수한 시래기 밥은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빠져든다.
일단 한 번 삶은 상태의 시래기를 구매해서 3시간쯤 한 번 더 삶는다. 이 정도 삶으면 질기지 않고 적당한 무르기가 된다. 그러나 너무 질길 경우 재차 껍질을 벗겨 손질해서 적당한 식감으로 맞춘다. 갈무리한 시래기는 양은 냄비에 쌀과 함께 안쳐 밥을 짓는다. 강원도 산골에서 예전에 부족한 쌀을 보충하려고 각종 나물류와 함께 밥을 했던 ‘**밥’ 스타일 그대로다.
주문과 동시에 밥을 안치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린다. 그러나 바로 지은 시래기 밥은 그 어떤 찬보다 꿀맛이다. 고향의 내음과 정겨운 맛과 그리웠던 모습이다. 어떤 손님들은 미리 예약을 해놓고 와서 먹기도 한다. 2인용과 4인용 양은 냄비 두 가지가 있다. 밥이 다 되면 직원이 식탁으로 가져와 큼지막한 발우에 퍼준다.
돼지불고기를 반찬 삼아 그냥 먹어도 되지만, 김에 싸서 먹거나 양념장에 비벼먹으면 한결 더 시래기의 구수한 맛을 살릴 수 있다. 돼지고기와 시래기는 육식과 채식, 기름진 맛과 담백한 맛, 지방·단백질과 비타민·식이섬유 등 상호간에 상보적 관계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 잘 어울리는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해장국 비빔밥 제육 등 시래기 음식 다양
서울시 송파구 <밀촌>
이외에도 시래기 비빔밥(5500원), 시래기 불고기(1인, 1만2000원), 시래기 감자탕(소 2만3000, 중 2만9000원, 대 3만5000원) 시래기 제육(1인, 1만원) 등 시래기를 다양하게 활용한 메뉴를 구비했다. 이 가운데 시래기 제육은 기존 제육볶음에 부추와 시래기를 넉넉히 얹어 푸짐하다. 2인분만 시켜도 몇 사람 술 안주로는 먹고도 남을 듯하다. 제육볶음과 부드러운 시래기를 함께 먹어 느끼하지 않은데다 육질과 나물을 동시에 씹는 입맛도 경쾌하다. 다 먹고 나서 볶아먹는 밥맛도 좋다.
이 집은 건시래기보다 생시래기를 주로 쓴다. 급랭시킨 시래기를 삶아 껍질을 벗겨 부드럽고 구수하다. 특이하게도 경기도 가평 출신의 세 자매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밀가루 풀을 쒀 넣고 다시마와 양파껍질 우린 물로 맛을 낸 열무김치 맛이 일품이다. 가평에서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해주던 김치라고 한다.
양구 시래기를 파주 된장으로 끓인 푸짐한 점심
경기도 파주시 <아리몽>
국물은 멸치로 냈다. 비린내 없이 진하고 깔끔한 멸치국물 맛이다. 맛이 잘 든 깍두기와 4~5가지 찬에 시래기로 끓인 국밥이 나온다. 여기에 먹음직스런 떡갈비 하나가 함께 나온다. 점심으로 먹으면 더 없이 든든하다. 여행길에 들어와 먹어본 손님은 이 메뉴를 포장 주문해서 사가기도 한다.
시래기 국밥을 담은 뚝배기도 넉넉하고 공깃밥도 더 먹을 수 있다. 5000원에 이 정도 수준의 시래기 국밥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메뉴의 미덕이다. 다만 오후 3시까지 점심식사 메뉴로만 한정하고 있어 아쉽다.
시래기 조리 전문가가 맛낸 월등한 구수함
충남 홍성군 <일미옥불고기>
양질의 시래기나물과 함께 메뉴로는 한우시래기 국밥(7000원)과 시래기정식(8000원)이 있다. 한우시래기 국밥은 전통 탕반의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 한우 사골과 잡뼈를 넣고 끓여 만든 진한 육수와 시래기에 약간의 우거지를 섞어 국밥을 만들었다. 여기에 소고기 편육을 얹었다. 배추김치와 깍두기 외에 여수 갓김치, 파김치, 죽순볶음 등 입맛을 자극하는 반찬들이 철따라 함께 나온다.
압력밥솥에 시래기를 넣고 밥을 지어낸 시래기정식(8000원)도 이 집의 핵심 시래기 메뉴다. 직접 담근 장으로 양념용 간장과 된장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입맛에 맞게 넣고 비벼서 먹는다. 곤드레 나물, 죽순나물, 무생채, 깻잎, 마늘장아찌 등 다양한 반찬과 제철 전도 나온다. 구수한 시래기의 향과 맛을 최대한 가두려 애썼다는 메뉴다. 향후 돌솥이나 압력가마솥으로도 밥을 지어 보다 완벽한 시래기 맛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욕쟁이 할머니집>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3리 231-2 031-542-3667
<구이랑> 경기도 김포시 돌문로62번길 13-11 031-997-9294
<밀촌>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57-7 02-412-7089
<아리몽>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496-4 031-957-7100
<일미옥불고기> 충남 홍성군 홍성읍 문화로72번길 28 041-632-3319
기고= 글 이정훈, 사진 이정훈,변귀섭
몸 속 노폐물 제거, 변비에 탁월한 시래기… 어떻게 먹을까
입력 : 2013.12.02 15:46
또한 담백하고 깔끔한 맛에 주부 고객의 선호도가 높을뿐더러 건강 식재료라는 이미지가 있어 건강 밥상을 구성하기 좋다. 시래기 자체를 메인 메뉴로 내세워도 좋지만 부가적인 요소로 곁들여도 건강식이라는 느낌을 더해줘 효과적이다. 쫄깃하고 구수한 식감에 국, 밥, 찌개, 무침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어 활용도도 높다.
이렇듯 최근 건강 식재료로 각광받고 있는 시래기를 소재로 한 조리 세미나가 오는 12월 18일 개최된다. 이번 세미나는 전라도 음식문화원 원장이자 100회 이상 외식업소 메뉴 개발 컨설팅을 한 바 있는 조리연구가 박중현 씨의 시연으로 진행되며, 박씨는 시래기밥, 시래기국밥 등 외식업소에서 구성하기 좋은 시래기 메뉴를 참가자들에게 직접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소비자의 니즈를 보면 건강을 넘어 힐링이 대세다. 단순히 건강뿐 아니라 이를 통해 그 이상의 것을 얻길 원한다. 최근 시래기가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시래기는 영양학적으로 현대인에게 효과적이고 식재료 자체가 그리운 옛 맛과 추억을 담고 있어 정신적인 힐링도 가능하게 해준다.
인원 : 15명(선착순 마감)
장소 : 아이푸드창업요리학원(서울 논현동 135-11 청석타운빌 2층)
강의 내용 : 시래기밥, 시래기국밥, 시래기돼지갈비찜 조리시연/시래기 전문 음식점 활성화 전략 특강
문의 : (02)518-3632
구수한 맛과 알찬 영양 뚝배기에 그득, 시래기 국밥
입력 : 2013.11.29 09:00
[맛난 집 맛난 얘기] 아리몽
올해도 전쟁 치르듯 김장을 끝냈다. 예전에는 김장용 무를 뽑으면 반드시 무청을 따로 모아두었다. 시래기를 얻기 위해서였다. 지저분한 겉잎을 떼어내고 깨끗하게 다듬은 무청을 아버지는 굴비 엮듯 짚으로 두름을 엮으셨다. 이것을 집 뒤 굴뚝 옆 처마 밑에 매달아놓았다. 요맘때 뒷동산에 올라가 동네를 내려다보면 집집마다 걸어놓은 무청 두름이 볼만했다. 시래기로 마르기 전의 무청 두름은 마치 파란색 발을 엮어 늘어뜨린 것 같아 보였다. 굴뚝에 저녁 연기 오르고 연기가 동네에 자욱이 깔리면 연무 같은 연기 속에서 파란 무청이 더욱 도드라졌다. 연기와 함께 겨울햇볕에 마른 무청은 마침내 시래기가 되어 한겨울 내내 가난한 농가의 국거리 나물거리가 되어주었다.
겨울 농촌의 영양공급원이었던 추억의 시래기
시래기를 넣은 된장찌개는 겨우내 농가의 밥상에 올라왔다. 사실 찌개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찌개’는 고기나 두부 등 고급스런 재료가 들어갔을 때 썼고, 보통은 ‘장 지져먹는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이 시래기 된장찌개는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았다. 대보름날에는 특별히 참기름을 듬뿍 넣고 평소보다 맛깔 나게 무쳐먹었다.
- 시래기국밥
이 된장 덩어리와 함께 가끔 무 대가리 부분 마른 것도 건져 올렸다. 무청을 무의 몸통으로부터 잘라낼 때 함께 잘린 부분이다. 쫄깃하게 씹히면서도 구수한 맛이 났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 이런 것들을 건져먹으면 횡재한 느낌이 들고는 했다.
시래기는 알려진 대로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칼슘, 철, 미네랄과 함께 비타민 A, C, B1, B2 등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시래기는 영양가 있는 이렇다 할 땟거리가 없었던 농촌 사람들의 겨울을 거뜬하게 나게 했던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농촌 들판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온갖 화려한 음식들이 생겨나면서 시래기는 뒷전이 되었다. 농가에서도 더는 김장철에 따로 시래기를 매달아두지 않는다. 시래기 장은 언제부턴가 먹고 싶어도 먹기 어려운 음식이 되었다.
양구 청정 시래기를 파주 장단콩 된장으로 푸짐하게 끓여내
최근 오랜만에 가본 경기도 파주에서 반가운 시래기국밥을 만났다. 새 시가지가 들어차 달라진 모습이지만 얼추 보니 예전 금촌역에서 우시장으로 넘어가던 언덕배기 밑에 자릴 잡았다. <아리몽>이라는 고깃집인데 식사 메뉴로 시래기국밥(5000원)을 판다.
구수한 시래기와 잘 어울리는 된장은 역시 파주 통일촌에서 수확한 장단콩으로 담근 된장이었다. 시중에서 파는 공장제품 된장과는 확실히 풍미가 다르다. 여기에 국물은 멸치로 우려낸 육수를 썼다. 시래기국은 소고기국물도 좋지만 겨울철엔 멸치국물이 개운하고 구수하다. 햇멸치로 깔끔하게 낸 국물이 한결 시래기의 구수함과 잘 어울린다.
- 떡갈비
이 집은 점심에 시래기국밥을 주문하면 큼직한 떡갈비도 서비스로 내온다. 고깃집을 겸하고 있어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반반씩 넣어 만든 수제 떡갈비는 서비스로 먹기엔 미안할 만큼 맛이 괜찮다. 더 먹고 싶으면 별도 주문도 가능하다. 2개에 3000원씩이다. 시래깃국과 떡갈비, 얼핏 안 어울릴 듯 하지만 옛날 고깃국에 대한 간절함이 깊었던 이들에겐 최상의 조합이다.
숙주나물, 김치, 멸치볶음, 무생채 등의 찬류도 맛깔스럽다. 무엇보다 향이 짙은 쑥갓나물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질 않는다. 찬류는 때에 따라 종류와 가짓수가 바뀐다고 한다. 큼지막한 뚝배기에 푸짐하게 퍼줘 넉넉하게 먹을 수 있다. 혹시 밥이 부족하면 공기 밥은 얼마든지 무료로 리필이 된다.
-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이나 목살
지리산 흑돼지 곁들이니 밥상이 한결 넉넉해져
사실 이 집은 고깃집이다. 일반 돼지보다 육질이 뛰어나다는 지리산 흑돼지를 취급한다. 가족이나 동료 등 일행 여럿이 들렀을 경우, 달랑 시래기국밥만 먹고 일어서기 뭣하면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이나 목살(200g 1만3000원)로 미리 기름칠을 해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해발 고도 500m 내외의 중산간 지대 서늘한 고장에서 자란 지리산 흑돼지는 살 속 지방층 분포가 이상적이다. 버크셔라는 품종인 지리산 흑돼지는 더디 자라고 몸집은 크지 않다. 그러나 고기의 풍미와 육즙은 익히 잘 알려졌다. 일반 돼지고기에 비해 고소한 맛은 진하고 지방의 느끼함은 덜 한 편이다. 참숯불과 구리 석쇠 위에 올려놓은 두툼한 흑돼지 목살과 삼겹살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지리산 흑돼지를 먹고 나서 마주하는 시래기국밥은 한결 담백하고 구수하다. 마치 사우나에서 나와 냉탕으로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지리산 흑돼지 구이와 시래기국밥, 미각의 폭을 풍요롭고 다양하게 즐기면서 개운하고 시원하게 마무리하는 음식조합이다.
얼마 전 강원도 홍천군에서는 시래기 축제를 개최했다. 시래기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농가 소득 향상을 목적으로 연 것이다. 건강식품으로 조명 받는 시래기가 미국으로 수출까지 하게 되었다고 하니 우리 시래기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구수한 옛 맛 되찾아주고, 건강도 챙겨주면서 농가 소득까지 올려주는 고마운 시래기.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 식재료로 우뚝 서길 기대해본다.
<아리몽>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 496-4 (031)957-7100
기고= 글 이정훈, 사진 임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