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감도 독서교실 넷째 날. 포근했다. 봄날 같았다.
전날 과제로 내 준 소감록을 보았다. 7명이 가져왔다.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쓴 사람, 논쟁점을 제기한 사람, 예리한 비판을 한 사람, 나름 의미를 잘 정리한 사람 등 다수였다.
중입배정통지가 있는 날이라 6학년 두 사람은 중간에 학교로 달려가야 한다고 미리부터 말을 해주었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사전교섭력인데, 이것을 내가 대면하는 입장이 되니 아주 신선했다. 그런 당부를 미리 해두어야 함을 가르친 부모님께 대해 감사했다.
학생들의 소감록은 다른 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전한 말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아 오해된 부분도 있었으나 그런 생각을 자신있게 표현하는 모습은 참으로 대견했다.
1. 부전시장
오늘도 명절을 준비하러 미리부터 나온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사람이 좀 작아 보이는 시장골목을 누볐다. 상인들이 한 손님이라도 더 불러 팔려는 장소에 우리가 턱 버티고 서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그또한 큰 방해꾼이 아닐 수 없음이다. 그런 중에도 어떤 상인들은 아이들에게 뭔가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애를 쓰셨다.
사흘간 돌아다닌 경험치가 있어서인지 오늘 남자 3명과 여자 1명은 조용조용히 다녔고, 게 중에 '현'이는 사물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서 저가 다 해설하고 설명하며 다녔다. 현이의 말을 듣고 상인들이 놀라기도 했다. 어찌 그런 말을 다 아느냐며. 예컨대 오리고기 파는 곳에서 오리똥집을 보고 "저건 근위다" 라고 하자 아주 놀라셨던 것이다.
채소 장수 아주머니는 경상도 토속어를 가르쳐주셨다.
"부추=정구지를 뭐라 하게? 소풀이다. "
"소풀요? 소 먹이요?"
"아니, 소풀. 그냥 소풀. 그렇게도 불렀어."
:파는 '패'라고도 했지."
"그러면 시금치는요?"
"그건 시금치."
"봄동은요?"
"그것도 그대로 봄동이라코 해."
잠자코 듣고 있으니 시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여쭙고 대답하고 여쭙고 대답하고를 했다.
지하 해산물시장에 들어갔다. 그쪽은 그동안 한번도 안갔는데 한 친구가 그리로 들어가자고 했다.
거기서 상어고기를 봤다. 처음에는 다랑어 종류인 것으로 알았으나 태평양에서 잡혀 온 상어라고 했다.
그리고 가오리와 홍어의 구별법도 알려주었다.
더욱 보드라운 것이 홍어라고 한다.
(위 사진의 가시가 3줄로 된 왼쪽이 가오리, 1줄로 박힌 오른쪽이 홍어)
가오리는 입과 꼬리가 더욱 날카롭다. 실제로 홍어꼬리와 가오리꼬리를 비교해 보니 가오리 꼬리에는 침이 세 줄로 뻗어져 있었다. 물 속에서 가오리가 그런 꼬리로 사람 피부를 치고 나간다면 어찌될까? 나는 그 질문을 듣고 사람 피부가 찢어질 것이라고 했다. 침을 맞는 수준이 아니다. 이것은 언젠가 보았던 TV 프로그램에서 상어는 이빨뿐만 아니라 피부조차 공격용 무기가 된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상어피부의 돌기처럼 오돌도돌한 것이 사람에게 스치면 칼처럼 피부를 베어버린다고 했다.
학생들을 보고 대구를 파시는 할머니가 큰 칼을 휘두르며 당신에게 오라고 했다. 가서 보니,
"이것 새끼 대구, 이건 어미 대구, 저건 아들 대구."
"새끼 대구와 아들 대구 차이는 뭡니까?" 내가 질문하자,
"이것 새끼. 쌍둥이야. 저건 아들들." 그리고 껄껄 웃었다.
쌍둥이라는 말은 두 마리가 나란이 누워 있었기 때문에 갖다 붙인 말이다.
그리고 대구의 효능에 대해 시장골목 특강을 이어가셨다.
할머니의 아들은 키가 작은데 손자는 190cm라고 한다. 대구를 많이 먹여서 그렇다는 것이다.
입이 커서 낮에는 문어도 빨아들여 삼킨다고 했다. 문어를? 그래 문어를. 대구 배를 갈라보면 문어도 가끔 나온다고.
그리고 대구는 동족을 잡아 먹는다. 눈이 안좋아서 큰 입으로 닥치는 대로 흡입한다고 한다. 그래서 새끼 대구가 어미 대구 뱃속에서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큰 대구의 뱃속에는 작은 고기들, 심지어 문어까지 들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 그런데 밤에는 문어가 대구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어찌 그리 잘 아시냐고 했더니? 대구 잡는 어부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그러면서 할머니는 대구 장사만 37년째 하고 계시면, 만지고 있는 냉동 대구가 생대구보다 훨씬 좋다며 많이 이용하라 하셨다. 아주 여걸이셨다.
지하상가를 나와서 다시 시장보러 나온 많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사람 적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온통 미꾸라지, 붕어, 잉어, 자라, 가물치 등 보양식 재료들이 즐비하다. 가까이 가면 물이 튀겨져 조심조심 걷던 차에, 한 바구니에서 위를 덭은 그물을 뚫고 메기가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주인 할아버지가 나와 메기를 잡아 다시 바구니 속으로 집어 넣었다. 잠깐의 자유, 다시 가두어진 메기.
그동안 비밀에 부쳤던 오뎅집에 또 갔다. 할머니는 이제 우리를 기다리는 눈치다. 연신 더 먹어라 하시는데, 오늘은 대구 특강도 듣고 하여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딱 1개씩 오뎅이나 떡을 먹고 부리나케 도서관으로 향했다.
2. 다른 팀 활동 모습
1) 롯데백화점 탐방 모습
재래시장과 백화점의 상품 진열 방식을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를 느낄까?
여학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코너는 남학생들이 다녔던 곳과 다른 것만 같다.
나중에 쓸 화장품, 미리 미리 챙겨봐두는 감각(센스).
열심히 낱말 정리를 하고 있는 이 학생. 바로 ** !
2) 지하상가, 지상상가 탐방팀
동물에 끌리는 것은 동심의 자연스런 현상?
대연(서면) 지하상가에서
흔들린 사진이, 오히려 속도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여기는 지하상가 안에 있는 알라딘 헌책방 같아 보이는데...
3) 영광도서 탐방팀: 굳이 영광도서를? 지역 서점이라 선택했지요. 교보문고도 있지만 일부러!
어라! 좋아하는 **책. 이때 한 권 후딱!
저 책이로고!
국어사전을 공략하자! 나의 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