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색의 작은 고흥군내버스는 옛길을 따라 동강을 지난다.
계매 동강중학교 못미쳐 온동 금곡으로 들어간다.
동편마을을 지나 방정자 고개를 넘어 남양마을 회관 앞 정류장에 내린다.
비가 부슬부슬 계속 내린디.
남양마을연혁비는 송전석 선생의 글씨다.
추진위원에 신만식 선생의 성함도 보인다.
고인이 되셨다는데 죄인이 된 기분이다.
나의 비루함이나 소심함, 비겁함을 알고 계신 분 중의 한분이시면서도 날 응원하고 격려해 주셨다.
날 전문직으로 가라하시며 당신의 교직 동료 후배들한테 날 소개하시기도 한 분이었다.
신팔우 신만식 선생님 두 분 다 이제는 저 세상으로 가셨으니
나의 거짓을 알고 계신 분들이 안 계시니 난 죄책감에서 벗어나도 되나?
부끄러운 일이다. 저 세상에 가 그 분들에게 인사를 뭐라고 드릴까?
그 분들은 저 세상에서 날 맞아주실까?
내 부모 형제는 날 맞아 주실까?
고개를 올라 방정승 정자로 간다.
밭 위에 비석은 비에 젖었다.
정자의 이름은 못 읽겠다. 커다란 나무는 불에 탄 검은 흔적이 보이는데
가 쪽으로 살아남아 가지를 올리고 있다.
다시 아스팔트를 걸어 동편마을을 건너다 보며 현판이 걸리 제각으로 들어간다.
여산송씨표충비가 서 있다.
옆으로 옹색하게 돌며 대충 보니 집안 송기휴와 함꼐 안규홍 의병장 휘하에서
활약하신 분이다. 재실은 다행이 문이 열려있다.
흥경문과 세모재의 글씨는 염ㅁ재 송태회 선생의 글씨다.
어머니가 송강 앞바다로 찍기미 잡으러 다녔던 길을 따라 마동으로 넘어간다.
벌초하러 다녔던 할아버지 산소가 축동으로 옮겨 가 버려,
그 흔적을 짐작하나 어림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