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4. 레지오 훈화-은총과 고통
찬미예수님!
9월의 첫 주간이네요. 순교자 성월을 맞이하여 주님의 은총 또한 풍성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주간에는 좀 역설적이지만, 은총과 고통에 대해 묵상해보면 좋겠습니다.
세상 여인 중에 가장 은총을 많이 받으신 분이 누구입니까? 두말할 것 없이 성모님이시겠죠. 그리하여 천사는 성모님께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루가1,28)하고 인사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요 구세주를 잉태하셨으니 그보다 더 큰 은총이 어디 있으며 그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세상 어머니 중에 가장 복을 많이 받으신 분은 누구입니까? 역시 성모 마리아일 것입니다. 구세주의 어머니요 천주의 모친이 되셨으니 그보다 더 큰 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세상 여인중에 또 어머니중에 가장 고통을 많이 받으신 분은 누구이겠습니까? 역시 성모님이시겠죠! 사랑하는 외아들이 무고하게 죄인으로 고발되어 매를 맞으시고 머리에 가시관을 쓰시고 피를 흘리시고, 악당들이 뺨을 치고 침을 밷는 모욕과 고통을 당하시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겠습니까? 땀을 흘리시며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던 중 힘이 빠져 쓰러지실때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 또 옷을 벗기우시고 손발에 큰 못이 박히시어 십자가에 매달리실 때 성모님은 당신 가슴에 못을 밖는 고통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어쩌면 못 박히시는 예수님보다 성모님의 고통이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세 시간이나 매달리시어 운명하실 때 죽어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비통했겠습니까? 또 죽은 아들을 십자가에서 내려 장사지낼 때 어머니 마음이 얼마나 처절했겠습니까? 세상 어머니 중에 이렇게 큰 고통을 겪은 이가 없을 것입니다.
은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께서 누구보다도 고통을 많이 받으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은총과 고통은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입니까?
은총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반드시 고통에서 면제된다는 얘기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은총을 많이 받으면 이 세상 고통과 십자가도 그만큼 무겁다는 것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사도 베드로, 바오로도 누구보다 은총을 많이 받으셨습니다. 그리하여 한 사람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고, 또 한 사람은 목이 잘리어 목숨을 잃었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 또 우리의 103위 순교 성인들도 성인이 되셨으니 많은 은총을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환난과 고통과 박해를 받으셨습니까?
우리는 이 세상에 살면서 여러가지 고통을 당합니다. 그러나 이 고통이, 하느님이 나를 저버리시거나 미워서 벌하시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복이요 은총일 수 있습니다. 은총과 고통 그것은 동전의 앞뒤와 같습니다. 은총의 이면은 고통이요 고통의 이면은 은총임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당하는 환난과 고통도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로마8,18)을 기억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