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74>
“두통 · 치통 · 안통 · 비통 · 이통” - 순비기나무(蔓荊子)
여름 한더위에 지치고 습한 장마가 더해지면 몸이 붓고 무거우며 여기 저기 뼈마디가 쑤시거나 쥐가 잘 난다. 특히 수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여 전신 기혈의 흐름이 정체되면 풍 열 습 담을 끼고 기가 상역하여 이목구비로 집중된다. 뜨거워진 머리는 두통을 비롯해 구내염, 치주염, 설염, 안구충혈, 내장, 비색, 알레르기비염, 난청, 이명, 뇌명, 어지럼, 만성중이염, 아토피, 얼굴부스럼, 천식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두부질환은 노심(勞心), 칠정, 과로에 의해 심해지는데, 정신이 몽롱하고 두피 감각이 둔해지거나(頭風), 어지럼증과 함께 전두 후두 양 편두의 통증 그리고 양 눈썹 사이나 눈 둘레의 뼈가 아픈 미릉골통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마땅히 <만형자 천궁 강활 방풍 고본 천마 각 5, 국화 형개 황금 복령 각 2, 박하 세신 감초 생강 각 1>로 하여 강기(降氣, 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내림)하고, 두부의 열을 흩고 거담 진통하며,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없애는(活血祛瘀) 치법을 써야 한다. 여기에 혈이 허하여 맥이 약해진 것이 있으면 당귀 생건지황 작약 각 3을, 외감증(열감기)이 섞이면 갈근 금은화를 병정에 따라 각 3~5를 추가한다.
잇몸이 붓고 흔들리며 염증과 함께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보통 치아와 치조의 질환이다. 구강에 열이 몰리고 건조하여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침윤, 궤양이 되는데 이는 심장의 열, 위장의 습담, 사려과도, 정서과민, 초조, 긴장, 불면 등으로 병발하는 경우가 많다. 입안에 특히 화열이 뭉치면 《양격산(凉膈散)》가감방<만형자 맥문동 연교 각 5, 생지황 복령 목통 원지 각 3, 택사 황금 각 2, 황련 세신 박하 감초 각 1>으로 치료하는데 잇병은 대개 장복이 필요하다.
눈병의 외인은 주로 풍열이지만 내인은 허냉(虛冷)해진 하초(腎)와 간화(肝火)가 주 원인이다. 전자는 주로 안구기질에 나타나고 후자는 주로 시력저하를 일으킨다. 눈 주위에 열과 담이 고이면 충혈하고 가렵고 따끔거리며 눈물이 흐르는데, 화병이 눈병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담열 화열 풍열로 인한 모든 안질에 《세간명목탕(洗肝明目湯)》을 가감한 <만형자 생지황 작약 당귀 천궁 연교 방풍 천마 각 5, 결명자 국화 백질려 강활 길경 각 3, 치자 박하 감초 각 1>방이 응용된다. 그밖에 백내장 녹내장 등 눈의 수정체에 염증이 생겨 잘 보이지 않으면 우방자 목적 각 5, 눈꺼풀에 미란이 일어날 땐 갈근 5를 가한다.
더위로 체온이 상승할 때 반사적으로 속열을 뱉어내는 기침과 재채기는 정상적인 몸의 반응이지만, 조금만 생소한 공기를 마셔도 연속적인 재채기와 콧물이 흐르는 과민성 비염은 대부분 체질적 소인이고 특정 계절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는 <만형자 상백피 우슬 유근피 각 5, 갈근 지실 자소엽 신이 형개 각 3, 창이자 오미자 행인 감초 각 2>로 진정된다. 항상 코가 막혀 냄새를 분별할 수 없거나 콧속이 붓고 통증이 있는 축농증 또는 콧속에 군살이 생겨 차츰 커지는 비치증(鼻痔症)은 <만형자 5, 연교 신이 형개 방풍 창출 고본 천궁 각 3, 단삼 황금 복령 각 2, 박하 세신 감초 각 1>로 구성된 ≪형개연교탕(荊芥連翹湯)≫ 가감방을 써서 비강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活血), 부기를 가라앉히며(消腫), 담을 없애고(消痰), 기를 잘 통하게 해야 한다(氣通).
만성의 난청, 이명, 이롱 같은 질환은 심장 신장 뇌질환과 관련이 깊고 비애, 원망, 노기 같은 정신적 흥분이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이 질환은 보신 보혈을 바탕으로 하여 심안(心安), 보기(補氣), 해울(解鬱) 등의 전신적 치료가 필요하다. <만형자 구기자 작약 숙지황 산약 산수유 황기 각 5, 백출 원지 석창포 복신 국화 각 3, 감초 대조 생강 각 1> 방을 추천한다.
만형자(蔓荊子)는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마편초과 순비기나무의 열매를 음건한 것이다. ‘만(蔓)’이란 이 식물의 줄기가 덩굴처럼 낮게 바닥을 기는 특성 또는 늦여름에 개화하며 10월쯤 결실하므로 ‘더디다’는 의미의 특징을 담았다. ’형자(荊子)‘은 알려진바 ’가시나무 열매‘의 뜻은 아니고 같은 마편초과인 중국의 모형(牡荊, 목형/좀목형) 나무에 잇닿은 이름으로 둘은 열매 모양이 아주 흡사하다. 가시나무는 도토리 모양의 열매를 맺는 상록참나무이다. 만형자는 너무 일찍 채취하거나 보관 기일이 오래되면 향기가 사라져 효력이 떨어진다. 성미는 쓰고 맵고 서늘하며, 질이 가벼워 주로 뇌와 두피, 면피, 이목구비의 병통을 고치는 주약이 된다. 간 위 방광경으로 들어가 간의 양기가 치밀어 올라 발생하는 고혈압, 두통, 현훈, 안구충혈, 어지럼(眼昏), 치은종통, 중풍, 내장(內障), 만성중이염, 근맥구련(筋脈拘攣, 손발이 굳어지며 오그라드는 증)의 치료에 상용한다.
《동의보감》에서는 ‘풍으로 머리가 아프며 골속이 울리는 것, 눈물이 나는 것을 낫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이를 튼튼히 하며, 구규를 잘 통하게 하고, 수염과 머리털을 잘 자라게 한다. 습비(濕痺)로 살이 오그라드는 것을 낫게 하며 촌백충과 회충을 없앤다.’ 하였다. 만형자에 함유된 카스티신은 진통작용이 있고 강한 항산화작용을 가지며 농도의존적으로 섬유육종세포, 대장암세포주 등 암세포의 분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시형알레르기반응을 억제하며 항염증 활성, 거담작용, 천식 예방 및 개선제로 그 효과가 확인되었으며, 체온중추를 진정시켜 열을 내리고 신경성두통에도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꽃
잎, 줄기
열매
군락
만형자(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