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學科 작명소'로 전락하는 한국 대학들
----------- (안석배 사회정책부 차장)
대학에서 요즘 새로 생기는 학과 이름들이다. 이름도 생소한 학과에 수험생들이 무엇을 공부하는 곳인지 알고 지원하는지 궁금하다.
서울의 한 대학 화공과 교수는 "공학자인 내가 봐도 잘 모르겠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세부 전공을 학과명으로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이달 초 정부가 발표한 '프라임 사업'(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이후 이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 새로 생기는 학과를 소개한 교육부 자료를 본 후배 기자는 "보도 자료가 아니라 난수표"라고 말한다. 이렇게 학과를 개편해 교육하면 산업계가 원하는 유능한 인재를 대학에서 키울 수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문의 진화, 융·복합 연구로 새로운 학문 분야가 생기고, 기존의 학문 영역이 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대학에서 학과 이름이 자주 바뀌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정부가 예산을 통해 대학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올해 교육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이 7조원이 넘는다. '프라임 사업' '코어 사업' 'BK21 플러스 사업' 등 예산을 집행하는 사업명도 40개 이상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나랏돈을 받기 위해 교육부 앞에서 40번 이상 시험을 치러야 하며, 대학 생태계에 40개 넘는 규제가 생기는 것이다.
'40개 재정 지원 사업이 있으면 40개 규제가 생긴다고 봐야 한다'고 한 대학교수는 말했다.
대학가에는 '새 예산 지원 사업을 정부가 시작하면 새 학과들이 우후죽순 생긴다'는 규칙이 있다. '프라임 사업'도 그랬다. 취업 잘 시키는 학과를 많이 만들면 그 대학에 예산을 주겠다는 게 요지다.
대학 스스로 고민도 있었겠지만, 많은 경우 정부의 채점 기준에 부응하기 위해 학과를 새로 만들었다. 융합 학과를 만든다며 이 학과와 저 학과를 합치니 학과 명칭이 자연히 길어진다.
한 지방대 교수는 "정부 예산 지원에 민감한 지방대의 경우 같은 학과명이 10년 단위로 바뀐다"고 한다.
겉모습만 바뀔 뿐 가르치는 과목, 교수는 같다.
교육부 지침을 잘 따라 대학이 발전하고, 취업률이 오른다면 이런 변화를 마다할 리 없다.
하지만 교육부가 앞장서 "나를 따르라"고 한 프로젝트치고 성공한 게 없다.
정부가 3년 전 시작한 '대학 정원 16만명 줄이기 프로젝트'의 경우도 결국 부실 대학만 연명하게 하고 건실한 대학 입학 정원을 대폭 줄인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지금 정부가 대학 학과 개편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이것이 우리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학과가 너무 많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홈페이지에서 공대 학부 학과명을 보니 생의공학,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기초공학, 기계공학 등이다. UC 버클리 공대 학과는 토목공학, 산업공학, 전자·컴퓨터공학, 재료공학, 기계공학과 등으로 단순하다.
학부 공부는 학생들 기초를 단단히 다지게 하고 학과 구분은 단순화해야 한다는게 학계 지적인데 우리는 거꾸로 가는 듯하다.
교육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국 대학들이 '학과 작명소'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 [태평로] 문과가 어때서 - (한현우 주말뉴스 부장)
매번 이런 식이니 이 나라 교육에 大計가 없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입시부터 공대 입학 정원을
늘리고 인문계 정원을 줄인다고 한다.
정확히는 그렇게 하는 대학에 정부가 연 최대 150억원 씩 3년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취업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학과의 정원을 늘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에 '프라임 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나라 교육정책에 과연 철학이 있는가.
하긴 프라임 사업 때문에 철학과가 속속 문을 닫는 판국에 무슨 哲學을 논하랴.
교육부 관료들은 여전히 대학을 직업 훈련소 또는 취업 준비 학원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대학이 그런 역할도 맡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학의 여러 기능 중
하나일 뿐이다. 설령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 기능의 강화를 원한다 하더라도 가르치고(敎) 기르는(育)
일의 본질을 꿰뚫어야 할 교육 당국자들이 이런
정책을 이렇게 성급히 내놓아 수험생들을 골탕먹이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공대 나와야 취업이 잘된다고 공대생을 ^
늘린다면, 대학과 사설 학원의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
평균수명이 100세에 가까워질 지금의 대학생 또래들은 평생 5~6가지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대학은 아주 잘해야 그 첫 번째 직업만 책임질 수 있다.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는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와의 대담에서 "나머지 직업은 누가 책임지는가"라며 "이것만 봐도 지금 우리 대학은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4년제 대학의 인문·사회 계열 재학생 수가 자연·공학계 학생 수보다 14만명이나 많아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문과생이 너무 많다"는 사고가 전제돼 있으며 그 근거는 "문과는 취업이 잘 안 된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그 문과생들을 의견도 없고 토론도 못하는 '토익 기계' 또는 '스펙 수집가'로 만들어 면접장에? 내보내는 자가 누구인가.
바로 대학이다.
정답은 주머니 속 스마트폰에 다 있는데 아직도
우리 교육은 정답만 가르치고 있다.
교수와 학생이
마주 앉아 토론할 수 있는 것이 대학의 독보적인 장점인데도 우리 대학은 토론 대신 취업 설명회만 연다.
문과가 경쟁력이 없는 게 아니라 대학의 경쟁력이 낙제점이다. 그러니까 대학을 4년이나 다닌 신입 사원들을 기업에서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계적인 교육정책은 인문계 기피 현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공계에 인재가 몰리면 이공계 내에서도 의대 경쟁률이 더 높아질 것이고,
의대에서도 외과나 내과는 기피하고 성형외과와 피부과에 사람이 더욱 몰릴 것이다. 교육정책을 시장논리에 따라 좌지우지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이공계 출신이 인문학을 공부해 융합을 이룰 때
그 지식이 비로소 빛을 발한다고 굳게 믿어왔다.
기술과 공식대로만 일한 사람이 위대한 성과를 이룩한 경우를 알지도 못한다.
21세기 위대한 창업자들은 대부분 인문계 전공자, 심지어 인문계 중퇴자였다.
마크 저커버그는 심리학과 중퇴자이며 빌 게이츠는 법학과를 중퇴했다. 역시 대학 중퇴자인 스티브 잡스가 대학에서 제대로 배운 것은 聽講으로 익힌 서체학(calligraphy) 하나였다.
도대체 문과가 어쨌다고 문과를 줄이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가.
댓글들 : 박제연(bj****문과로 사람을 뽑았다면 학생들에게 책임져라, 나와도 취직도 안되고 잘못하면 인생종친다, 대학교에서 배운것 어디에도 사용이 안되면 뭐하러 부모등골 빼면서 대학교 나오나. 학문발전 필요하면 소수인원만 모집하세요. 교수님들 밥벌이 한다고 학생들 많이 모집마세요, 학생들은 호구아닙니다.
정병선(bsc**교육은 國家百年之大計라하였는데 모든 학문의 바탕이자 인간됨의 근본인 인문학을 말살하려는 교육부의 短見에 어이가 없다. 그저 먹고 사는데 급급한 畜生의 세상을 만들 작정인가?
쟌윤(john***과학과 기술은 끊임없이 발견을 하고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변화시킨다. 철학이나 사학에서 백년이 지난다고 진정한 의미의 진보가 있는가?
김창진(star**
1)한국은 대학이 너무 많은 게 가장 큰 문제다. 공대생도 부족한 게 아니다. 공대생이라고 다 취업되나? 공대만 늘리면 다 취업하나?
2) 공대든 인문대든 교육이 제대로 안 되는 게 문제다. 한국 대학교육의 질은 매우 낮다. 미국 대학들과 경쟁이 안 된다. 학점은 너무 후하다.
3) 한국 공대는 실험실습 장비가 낙후되어 교육이 제대로 안 된다. 그래서 쓸모없는 졸업생을 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