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감자를 캐는 하지가 6월 21일이었습니다.
3일이 지난 오늘 모두가 함께 가꾼 감자를 캐고, 텃밭을 살펴보고 감자를 삶아 회식을 했습니다.
공동으로 감자 농사를 짓고, 함께 감자를 캐서 나누고, 또 그 감자를 삶아먹으면서
회식하는 분위기가 무척 좋았습니다. 맛있는 홍어도 먹고, 족발도 먹고, 삼겹살도 구워먹고,
잘 익은 김장김치며 특별한 음식인 토마토 마리네이드도 먹고 고급스러운 약주도 마시고 또 집에 올 때는
감자도 가득, 상추며 치커리, 가지, 고추 등 먹거리도 가득 싸왔으니 몹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1. 감자캐기
하지 무렵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고 하는데
정확히 그 시기가 되니 요즘 비가 자주내립니다.
다음 주는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고 장마가 시작된다고하니 오늘은 감자를
캐기에 딱 좋은 날 입니다. 비도 오지 않고 맑아서 캐낸 감자 말리기에도 좋은 날입니다.
감자 종류는 수미감자, 홍감자, 그리고 울퉁불퉁하게 자란 자색감자입니다.
저희 조는 수미감자 수확을 맡았는데 수미감자는 땅을 다 헤집어야 하니
수확하는데 더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수미감자는 뿌리 줄기가 질기지 않아 잡아당기면 감자알이 따라 올라오지 않고 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은 이쁘고 착한 것 같은데 땅속 감자 알이 엉뚱한데 있기도
하여 위치 예측이 어려운 것이 수미감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토종 감자인 홍감자와 자색감자는 뿌리 줄기가 튼튼하여 잡아당기면 뿌리와 함께
감자알이 따라올라오는 것이 수확하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직접 수확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집에 가져온 토종감자의 뿌리 줄기를 당겨보니
아주 질기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집에 가져온 홍감자와 자색감자를 삶아서 먹어 보았는데 수미 감자와는 달리 너무
푸석푸석하여 물에 넣고 오래끓이면 안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된장국에 얇게 썰어 넣어서 끓이면
감자가 가루가 되어 풀어져버릴 것 같습니다.
자색감자는 생긴 모양이 돼지감자와 비슷하여 생으로 조금 먹어 보았는데
그렇게 먹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감자 특유의 아린 맛이 있어 돼지감자와는 달랐습니다.
원래 자영이라는 자색 감자는 감자 속도 보랏빛이고 생으로 먹으면 맛이 있다는데
오늘 밭에서 캔 자색 감자는 그 자영이라는 감자와는 다른 종류 같습니다.
속도 자영과 달리, 수미감자와 같은 누런 색깔입니다.
오늘 받은 토종감자는 장마가 끝나면 바로 제가 관리하는 감자 밭에 심어 감자 2모작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수확하여 내년의 씨감자로 삼을 예정입니다.
2. 텃밭관리
개인 텃밭 관리를 하기전에 공동으로 고구마 밭에 난 풀을 제거했습니다.
고구마 순이 많이 올라 풀들을 많이 덮기는 했지만 군데군데 잡풀들이 틈을 비집고 올라와 있었습니다.
고구마 잎 아래는 제법 많은 풀들이 자라고 있어
그대로 놔두면 고구마가 자라는데 많이 방해가 될 것 같습니다.
고구마를 수확하려면 앞으로 3개월이나 남았는데 지금 시기가 풀관리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냥 놔두면 고구마 잎을 덮을 테니까요.
텃밭은 더욱 우거져 가지며 고추도 딸 정도가 되었습니다.
가지는 오늘 4개정도 수확을 했습니다. 가지를 수확한 뒤에는 실습 선생님 말씀대로
따낸 가지 아래쪽을 말끔하게 정리했습니다. 가지 잎을 따내고 통풍이 잘 되고 위로 클 수 있도록
불필요하게 자란 곁순을 제거해주었습니다. 땅 속에서 새롭게 솟아오른 줄기도 있어서 역시 잘라주었습니다.
고추는 눌러보아서 자기 손가락 처럼 말랑말랑할 때부터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대충 자랄 만큼 자란 고추는 모두 땄습니다. 10개 정도되니 제법 많은 숫자입니다.
고추를 따고 줄기 아랫부분은 역시 고추잎이나 새롭게 올라온 곁줄기를 잘라 주었습니다.
대파는 제법 커져서 손가락 만큼 통통해졌습니다. 처음 모종으로 심을 때는
너무 작고 연약해서 이게 잘 자랄 수 있으려냐? 하고 의심했는데 지금은 아주 튼튼하게 크고 있어 대견합니다.
땅콩은 25도∼ 30도에서 잘 자란다고 하는데 저는 토마토와 고추 사이에 심어
어쩐지 자라는 것이 더딘 것 같습니다. 햇볕이 더 잘 들어오는 곳에 심었어야 되는데
고추 키가 크게 되니 고추 그늘에 가리는 것 같습니다.
고추들 키가 모두 조금씩 더 커져서 지지대 사이에 줄을 한 줄 더 쳐줬습니다.
상추는 여전히 아주 잘 자랍니다.
밭 중간에서 상추와 치커리가 잘 자라니 밭이 몹시 풍성하게 보입니다. 상추와 치커리 따는 것도
차츰 익숙하게 되어 오늘은 급한 마음에 두 손을 모두 사용하여 신속히 땄습니다.
상추와 치커리가 10그루가 넘으니 한 그루에 2분씩 잡아도 20분 이상이 걸립니다.
중간 중간에 먹을 수 있는 잡초인 비름나물도 제법 많이 있어 윗부분의 잎과 줄기를 채취하고
뿌리 부분은 남겨두었습니다. 또 키워서 먹어야 겠습니다.
비름나물은 향기가 독특하여 상추와 같이 먹으면 잘 어울립니다.
제 밭에는 가끔 민들레나 명아주나물, 쇠비름나물도 보이는데
오늘도 이런 나물이 군데 군데 보여서 모두 따서 상추와 함께 담았습니다.
토마토는 여전히 곁순이 여기저기서 올라옵니다. 어떤 곁순은 통통하게 자라서 원줄기를 제치고
마치 자기가 원줄기인척 서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원줄기와 곁순은 무엇이 다를까? 곁순을 정리하면서
항상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곁순은 가만히 보면 무대포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뒤 안가리고 자리만 잡으면 마구 위로 솟구치면서 성장합니다. 그리고 토마토 줄기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햇빛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강한 것 같습니다.
아직 파랗지만 붉은 기가 도는 방울토마토 작은 것을 하나 따서 먹어보았습니다.
제법 먹을 만 합니다. 다음 주에는 몇 개 정도 먹을 수도 있겠습니다.
풀멀칭한 곳 사이사이에 난 잡풀을 제거하고
두둑 옆에서 나오는 풀은 흙 아래부분의 성장점을 낫으로 잘라주었습니다.
그리고 잘라낸 풀들은 다시 멀칭 재료로 썼습니다. 두둑 비탈에 난 풀들이 많아
그곳만 정리해도 풀멀칭을 추가로 하는데 충분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간 비가 온다고 하니 액비를 진하게 타서 풀멀칭한 위에 두번 정도 뿌려주었습니다.
오늘은 공동밭에서 감자를 캤으니 잘라낸 감자 줄기며 이파리들이 많았는데
그것들을 가져다가 더 두껍게 멀칭을 할 걸 그랬다 하고, 집에 오면서 생각했습니다.
밭을 처음에 가꿀 때는 달팽이나 기타 다른 벌레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 보니 벌레들이 별로 힘을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달팽이는 가끔 상추 속에 숨어서 집에 까지 따라 오지만
상추나 다른 작물에 큰 피해는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풀멀칭 때문인가 아니면 오줌액비를 뿌려대서 오줌냄새를 싫어할까,
아니면 커피 찌거기를 풀멀칭한 사이사이에 뿌려놔서 그것을 싫어할까, 아무튼
진딧물 피해도 없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3. 영화 <위대한 작은 농장(The Biggest Little Farm)>을 보고 느낀 몇가지 점
풍년농장에 다니면서 농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영화관 앞을 지나다가 <위대한 작은 농장>이라는 영화 포스터에 이끌려
그 영화를 보게되었습니다.
'위대한 작은 농장'이라면 풍년농장과 같은 것일까? 그곳의 이야기라면 어떠한 내용일까, 작물을 키우고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을까하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가끔 3평의 조그만 실습장 텃밭에서 작물을 관리하다 보면 마치 제가 소인국을 방문한 걸리버가 된 듯한 느낌이 받기도 합니다. 제 텃밭은 사방이 키큰 작물, 즉 토마토, 고추, 가지가 배치되어 있고, 가운데는 상추, 치커리, 파, 땅콩 등 키작은 작물들이 배치되어 있어 가운데가 하나의 조그만 농장처럼 보입니다. 머리를 그곳에 디밀고 있으면 하늘에서 소인국의 커다란 농장을 내려다보는 걸리버가 된 기분입니다. 또 그 안은 수 개월에 걸친 교육의 결실이 자라는 곳이고 화학비료와 비닐멀칭도 하지 않고 60가지가 넘는 작물을 키우는 곳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위대한' 곳이기도 합니다. 영화도 그런 곳의 내용일까? 궁금했습니다.
이 영화는 2019년에 미국에서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금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것입니다. 서구의 여러나라에서 호평을 받고 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하고, 미국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으나 상업 영화로서는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북미지역에서 상영하여 약 43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북미 이외 전세계에서는 10억여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국내에서 평점은 높으나 지금까지 누적관객이 3,000명을 넘지 못했습니다.
영화는 제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농장을 관리하는데 자연 농법, 친환경, 유기농 재배, 토양 개선 등 기본 방향은 제가 도시농부학교에서 배운 것과 같았으나 그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우선 '작은 농장'의 규모가 축구장 100개입니다. 풍년농장은 아마도 크기가 축구장 1개(약 2천평)정도인데 이런 농장보다 100배나 더 큰 곳입니다.(총 24만평) 여의도가 축구장 400개정도의 넓이라고 하니 여의도의 1/4크기 입니다. 미국에서 농업경영은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하였지만 이렇게 우리와 넓이 차이가 크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농장이 이렇게 크니 자연히 10여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합니다. 아마도 이들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월급만해도 적어도 월 2,000만원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주인공 부부는 신혼부부로 투자금을 받아 이러한 농장을 구입하고 사람들을 고용해 경영을 합니다.
또 제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점은 이 농장이 토질을 개선하고 토양을 가꾸는데 식물 외에도 동물을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닭, 오리, 양, 염소, 소, 돼지 등을 길러서 이들 동물들이 배출하는 분뇨를 활용하여 토양을 가꿉니다. 저도 닭 정도는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나 소와 염소, 돼지가 주로 나오는 장면에서는 이 영화가 서양인들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빵과 고기가 필요하고 또 우유와 치즈, 버터가 필요하기에 농장하면 동물이 중요하고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상당 부분을 동물이야기가 차지합니다. 예를 들어 달팽이 피해를 극복하는데 오리를 활용한다든가, 쥐나 작은 동물의 피해를 막는데 올빼미를 활용한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이는 제 관심의 범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입니다. 과일나무의 열매에 피해를 주는 새들을 막는데 자연에 있는 독수리나 맹금류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자연의 먹이사슬이나 개채조절 기능에 의존하는 농장 경영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뜻 나무위로 그물을 쳐서 과일을 보호하는 장면도 있으나 금방 스쳐지나갈 뿐입니다. 화면의 포커스는 자연의 위대한 조정 능력입니다.
이 농장에서는 달걀 판매나 과일 판매 수입으로 경영이 유지됩니다. 주인공 부부가 직원들과 함께 8년에 걸쳐 농장에 심은 과일나무는 75종류이며 그루 수로 1만그루가 넘습니다. 그리고 200종 이상의 다양한 작물을 곳곳에 심고 기본적으로 모든 땅에는 빈 공간이 없이 커버식물이라고 하여 땅을 덮는 잡초며 꽃 등 식물을 심었습니다. 제가 보고 싶었던 것은 어떤 식으로 이러한 식물들을 관리하고 생산하는지, 또 그것들을 어떻게 시장에 내다팔고 수익을 내는지 하는 부분이었으나 영화는 그런 현실적인 문제는 건너뛰고 아름다운 자연, 흥미로운 동물이야기, 그리고 위대한 자연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됩니다.
시골에서 과수원을 경영하는 사람에게서 제가 들은 이야기로는 여러가지 유실수를 심어서 동시에 관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익을 내기에 어렵고 그렇게 하다가는 망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한두가지 과실수에 집중하고 그 부분에서 확실한 전문성을 살려야 살아남는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 부분을 극복했는지 설명이 없습니다. <위대한 작은 농장>은 거대한 크기의 과수원과 그 안에서 사는 동물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작은 농장'을 보고나서 저는, 제 관심과 너무 동떨어져 많이 실망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영화를 보고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실습장에서 관리하는 3평의 작은 농장이 바로 '위대한(The Biggest)' 작은 농장이라는 사실입니다. 사실 영화에서 보여주려 했던 자연의 위대한 섭리와 움직임은 모두 이 작은 텃밭에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리고 더 세심하게 제 텃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장면들을 관찰해야겠습니다. 자세히 보면 20만평보다 더 넓고 흥미로운 3평 텃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