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여정자라고 부르는 처녀가 있었다. 마음씨 착한 나이 어린 농부와 결혼하여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세상이 어지럽고 전쟁은 그칠 줄 몰랐다. 젊은 농부가 밭에나가 일하고 있을 때 관가에서 나온 관리들이 이 젊은이를 붙잡아 전쟁터로 보냈다 이때부터 젊은 부부 사이에 소식이 두절되었다.여정자는 매일 적막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덧 3년 이란 세월이 지나 갔다. 어느날 같은 동네에서 여정자의 남편과 함께 붙잡혀 전쟁에 나간 또 한 젊은이가 여정자의 남편이 전사 했다는 소식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여정자의 애통함은 말할 수 없었으며 슬픈 나날이 계속되었다. 온통 얼굴에는 눈물 범벅이었고 기절까지 했으며 신체는 점점 쇠약해져 갔다.
여정자는 이웃 집 마님께 ''내가 죽은 후 나의 묘앞에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 한 그루를 심어주십시오 만일 나의 남편이 혹시라도 살아서 돌아오면 그에게 내가 그이를 기다리다 지쳐서 죽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합니다.''고 말했다.
수일 후 여정자는 죽고 말았다. 옆집 마님은 여정자의 유언대로 묘 앞에 상록수 한 그루를 심어주었다. 전쟁은 끝나고 여정자의 남편은 살아서 전쟁터에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웃 마님은 여정자가 죽은 사실이며 여정자가 마지막 남긴 유언을 사실대로 여정자의 남편에게 말해 주었다. 남편은 여정자의 무덤 앞을 달려갔다. 여정자의 묘앞에 서있는 큰 나무는 여정자 대신 남편을 영접하는 것처럼 보였다.
남편은 너무나 어이가 없어 3일 낮밤을 여정자의 무덤 앞에 얼굴을 파묻고 대성통곡하며 계속 울었다. 여정자 남편의 눈물이 한 방울 한방울 두눈에 떨어져 여정자의 묘를 적시고 또 큰 나무의 뿌리를 적시었다.
남편은 슬픔이 지나쳐서 이제는 눈물도 나오지 않고 어지럽고 두눈에서 불이 번쩍 번쩍나며 미열이 나기 시작하였다 묘앞에 서 있는 나무는 여정자 남편의 눈물을 머금은 후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후에 콩알 만한 열매들을 맺기 시작하였다.
오래 전 부터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노인들의 말에 의하며 이 나무는 예전에는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이웃 여러 고을에 퍼졌다. 여정자 남편은 저 나무의 열매는 아마도 여정자의 영혼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그 열매를 따서 먹으면 여정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 모를 것이다, 고 생각한 끝에 열매를 한 개 따서 입속에 넣어 십어보았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정자와 상봉할 기미는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여정자 남편의 신체는 하루 하루 좋아져서 건강은 회복되었다.
이와 같이 여정자에 대한 애절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여정자의 묘 앞에 서 있는 나무의 열매는 신장과 간의 기능을 증진시켜 주는 양약이다. 부인 여정자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 열매의 이름을 여정자라고 명명하였다. 여정자란? 행실이 깨끗하고 마음이 맑은 여자라 는 뜻도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