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는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어요. 따라서 노비는 어디 가서 사람 취급도 못 받았답니다.
국가 소속인 관노비와 개인 노비인 사노비 모두,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렸을뿐더러
최소한의 인간대접도 못 받고 살아야했지요.
그런데 세종이 노비들에게 출산 휴가를 주기로 합니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원래 관노비의
출산 휴가는 7일 정도였다고 해요. 하지만 세종이 생각하기에 너무 부족한 일수인 거지요.
어떻게 애를 낳고 7일 만에 다시 논밭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자애로운 세종이 생각할 때
이건 너무 비인간적인 처사였던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명합니다.
"노비들에게 100일의 출산 휴가를 허하노라."
지금에야 당연히 그래야 하는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서는
실로 파격적인 대우라고 볼 수 있어요.
또 하나, 출산 1개월 전부터 일을 하지 않도록 해줍니다. 사실 출산휴가라는 게 애를 낳은
이후에나 적용되지, 애 낳기 직전에는 보장되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노비들이 일하다
논밭에서 아이를 낳는 일도 왕왕 발생한 거예요. 이에 출산 전 30일부터 일손을 놓도록
해준 거지요.
"일찍 100일간의 휴가를 더 주게 하였다. 그러나 산기가 임박하여 복무하였
다가 몸이 지치면 곧 미처 집까지 가기 전에 아이를 낳는 경우가 있다. 만일
산기에 임하여 1개월간의 복무를 면제하여 주면 어떻겠는가."
- 세종실록」 50권, 12년(1430) 10월 19일
- 1434년 남자 노비에게도 출산 휴가를 주다
선진국일수록 출산 휴가가 길지요. 유럽의 일부 선진국에선 남편에게도 육아 휴가를 주고
있는데요. 사실 핵가족화 될수록 산모 혼자 독박육아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대의 이런 고충을 생각해볼 때, 세종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선진국형 임금이라 볼 수 있어요.
아까 여자 노비가 아이를 낳으면 100일 동안 휴가를 준 데다 산전 휴가 30일까지
추가했다고 했지요?
세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434년 4월 26일, 남자 노비를 대상으로도 육아 휴가 제도를
실시합니다.
형조에 전교하기를.
"이제부터는 사역인(人)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남편도만 30일 뒤
에 구실을 하게 하라" 하였다.
- 세종실록」 64권, 16년(1434) 4월 26일
이처럼 세종이 덕을 베푼 건, 노비 역시 똑같은 백성이라 생각했기 때문 아닐까요?
정말 성군이란 칭송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왕입니다.
-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