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396)... God's Love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GOD IS LOVE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聖誕節)에 즈음하여 연세대학교회(Yonsei University Church)는 교회건물(루스채플ㆍLuce Chapel) 창에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한 글귀인 ‘GOD IS LOVE’를 예쁘게 장식하였다. 이곳에서 교인 약 350명이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필자도 매주 가족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또한 연세대학교회(담임목사: 조재국 연세대 교목실장)는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하여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연주회를 열었다. 연세대학교회 성가대(지휘: 김혜옥 연세대 교회음악과 학과장)가 연세대 교회음악과 합창단 및 콘서트콰이어와 더불어 바흐의 곡(Johann Sebastian Bach Weihnachts-Oratorium BWV248)을 연주하였다.
하나님은 선한 자뿐만 아니라 죄인도 사랑하신다. 하나님은 자신을 끝까지 낮추시고 우리 안에 거하실 정도로 작아지셔서 심지어 우리 안에서 소멸할 수도 있을 만큼 자신을 낮추신다. 하나님의 본질은 바로 ‘사랑’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지만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를 충분히 사랑하기 때문에 베푸시는 은혜(grace)는 기독교(基督敎)만의 특별함이다. 기독교의 깊은 진리는 하나님을 믿고, 부모님께 효성하며 사람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천상의 보좌(寶座)를 버리고 유대 베들레헴의 낮고 천한 말구유에서 태어나셨을 때 동방 박사(wise men from the East)들이 별을 보고 아기 예수께 경배하러 와서 황금(黃金)과 유향(乳香)과 몰약(沒藥)을 예물로 드렸다. 이는 동방박사들이 ‘점성가’로서 별에 관한 지식을 활용하여 예수 탄생지를 찾아 귀한 재물을 아기 예수께 드린 것이다. 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고 그 어떤 죄도 용납하기 위하여 십자가(十字架)에서 죽기까지 하셨다.
신약성경 마태복음에는 예수님께서 열 두 제자들을 가까이 부르셔서, 그들에게 악한 귀신을 제어하고 온갖 질병과 모든 허약함을 고치게 하는 권능(authority)을 주셨다. 주님께서는 이들에게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Freely you have received, freely give.)"라고 명하셨다. 즉, 귀신을 쫓아내고 모든 병과 허약한 것을 고치는 권능을 너희들이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고 명하신 것이다. 바로 여기에 복음(福音)의 핵심이 있다.
우리 인간은 빈손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빈손으로 저 세상으로 가므로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라고 한다. 또한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사람의 일생이다. 따라서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다. 그러므로 재물, 시간, 명예, 사랑 등 하나님의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우리 인류는 평화롭고 안전하고 사랑이 넘치는 지구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이뤄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사회 구성원들 간의 공동체 의식과 이웃사랑의 정신이다.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순수한 사랑의 마음으로 펼치는 봉사활동은 아름답고 소중한 인류 공동체 정신의 발현이다.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19.1%로 나타났다. ‘신뢰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봉사활동을 많이 해서’(21.7%)가 가장 많았다. ‘봉사 구제활동’은 ‘향후 개신교회가 신뢰받기 위해 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활동’이라고 묻는 질문에서도 60.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조선 말기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국립의료기관인 제중원(濟衆院)은 규모가 작았고 운영난을 겪었다. 당시 제중원을 운영하고 있던 의료선교사 에비슨 박사는 1900년 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선교대회에서 조선에 현대식 병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강연을 경청한 미국인 사업가 세브란스(Louis H. Severance) 씨는 선뜻 병원건축기금으로 1만 달러를 쾌척했다.
세브란스 씨는 나누는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받는 당신의 기쁨보다 드리는 나의 기쁨이 더 큽니다.”라고 말했다. 세브란스 씨가 기부한 거액으로 서울 도동(桃洞)에 서양식 병원인 세브란스병원(Severance Hospital)이 1904년에 건립되었다. 기부와 사랑으로 태어난 세브란스병원은 1962년 신촌(新村)으로 이전하였으며, 2005년 5월에는 초현대식 새병원 건물이 완공되었다.
세계 최고 부호인 빌 게이츠는 기업의 사회 환원에 관하여 철저한 원칙을 갖고 기업 이윤의 일정 부분을 사회의 그늘진 곳에 기부하는 것을 기업윤리(企業倫理)로 고수해오고 있다. 19세기 말 존스 홉킨스는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교육 사업에 쓸 것을 유언으로 남겨 존스홉킨스대학교이 설립되었다. 이 대학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배출한 노벨 의학상 수상자도 30명이나 된다.
나눔은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다. 우리는 흔히 나눔과 사랑에는 자기희생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는 기독교의 황금률은 반드시 자기희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눔은 나와 사회, 나아가 인류와 우주 만물이 더불어 잘 살아감을 뜻하는 것이다. 사랑과 선한 행동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것이다.
한국 개신교(改新敎)계를 대표하는 한경직(1902-2000) 목사님의 삶은 철저한 청빈(淸貧)으로 일관했다. 한 목사님의 활동 영역은 교회 목회자로만 머물지 않고 사회사업, 교육사업, 선교사업 등에 두루 걸쳐 있었다. 1992년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했는데 상금 100만 달러를 받자마자 북한선교 헌금으로 전하면서 “1분 동안 백만장자가 돼 봤다”며 웃었다고 한다. 2000년 4월 19일 별세하였으며 유품(遺品)으로 휠체어, 지팡이, 털모자, 옷가지 몇 점 등만 남겼을 뿐 은행예금통장 하나 없었다.
선행(善行)이란 나누는 일이며, 내가 잠시 맡아 가지고 있던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자선과 나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책임감 있는 자선의 행위가 무엇인지, 어떻게 올바른 나눔을 이끌어 갈 것인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을 정립하여야 한다. 나눔의 의미를 어려서부터 알게 하고 남을 돕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예수님은 사랑을 실천하되 원칙에 따라 힘 있게 실천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올바른 길을 가기보다는 이 땅에서 더 많이 누리고 사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는 이웃과도 단절된 삶을 살고 있으며, 서로간의 참된 신뢰와 소통의 관계는 끊어지고 영혼이 메마른 삶의 길을 가고 있다. 우리는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올바른 길을 가야한다.
죽음을 앞두고 “더 일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을 좀 더 배려(配慮)했더라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마음을 썼어야 하는데...”라고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다고 한다. 이는 ‘이승에 살 때 너무 욕심 내지 말고 남과 더불어 나누며 살아야 된다’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생(生)을 마칠 때 다른 것은 다 놓고 가지만, 타인에 대한 ‘사랑’과 그들이 나에게 베푼 ‘사랑’만은 가지고 간다.
행복(幸福)이란 ‘만족한 삶’이라고 한다. 자기가 만족할 수 있으면 무엇을 먹든, 무엇을 입든, 어떤 일을 하든지 상관없이 그건 ‘행복한 삶’이다. 우리의 불행(不幸)은 결핍에 있기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결핍감에서 오며, 그것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느끼는 상대적인 결핍감에서 비롯된다.
어떤 사람이 제아무리 행복하게 잘 살았다 하더라도 가치 있고 보람 있게 마지막 여생을 맞이하지 못한다면 그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이, 잘 쓰여진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현대인에게 웰다잉(well-dying)은 웰빙(well-being) 못지않은 큰 관심사이다. 모든 생명에는 끝이 있어 삶의 종말을 맞는다. 즉, 모든 생물이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하는 것은 생명의 질서이며 삶의 신비이다. 우리는 잘 죽는 것(well-dying)이 잘 사는 것(well-being)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은 결코 몸만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웰다잉은 욕심을 비우는 마음의 건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눔의 실천을 통한 행복한 봉사활동은 심리적 만족과 안정으로 면역 기능이 향상돼 수명을 연장시킨다고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生) 죽는(死)것이 인간의 일생이다. 인간은 아무리 거부해도 죽음은 어쩌지 못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가는 것은 한 사람의 향기를 세상에 남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마지막 생이 다할 때 “나는 이 세상에서 참 열심히 살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삶을 살아야 한다.
따뜻하고 살맛나는 사회는 그 구성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질 때 실현되므로 자신의 일상적인 삶에 충실하면서도 이웃과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의 회복은 자기희생을 기반으로 한 ‘나눔’과 ‘섬김’의 태도에서 출발한다. 어려운 이웃과 소외된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사회의 공통적인 문제에는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란 뜻으로 로마 시대 왕과 귀족사회가 공공성을 바탕으로 사회에 보여준 높은 윤리적 솔선수범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국민들에게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가진 자’들이 사회에서 존경을 받도록 사회적 책무를 다하면 ‘양극화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사회생활을 통해 쌓은 부(富)의 일부를 다시 사회로 돌려준다는 취지의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사회 지도층이 앞장 서야 한다.
괴태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은 한 평생을 다 바칠 수 있는 일을 가진 것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은 남을 위해 일하고 보답을 바라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개인과 기업은 모두 나눔 문화에 동참하여 나눔으로써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협력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에 보험제도가 없던 시절 가난한 이들을 위해 부산에서 복음(福音)병원과 청십자(靑十字)의료보험조합을 설립한 후 의료봉사를 실시하여 ‘한국의 슈바이쳐’로 불려 진 장기려 박사(1911-1995)는 사랑과 평화를 사회에 전하고,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릴 것을 늘 강조하셨다.
20세기 성녀(聖女) 테레사 수녀(Mother Teresa)는 기도, 믿음, 사랑, 봉사, 평화를 항상 말씀하셨다. 한국 최초의 추기경(樞機卿)이신 김수환 추기경(1922-2009)께서 87세를 일기로 선종(善終)하시면서 마지막 메시지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를 남기고 떠나셨다. 우리 서로 돕고 사랑합시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396). 2014.12.25. mypark193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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