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격정과 회한의 시간들이었습니다.
2년간에 걸친 16차례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고, 지난 5월 대법원에서 미쓰비시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내려져 다시없는 반전의 기회를 맞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이번에도 역시 정부가 발목을 걸고 나와 수포로 되돌리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대통령 선거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만 이것마저 우리의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더군다나 일본정부는 자민당이 의석을 싺쓸이 하면서 일본의 양심적 조치를 기대할 여력마저 아예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2009년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창립 이후 처음 맞는 패배와 좌절의 연속.
그러나 이 메마른 과정에서도 우리의 가슴을 녹였던 따뜻한 기억들이 없진 않습니다.
씁쓸한 기분을 뒤로하고 22일 오후 6시 30분 대인시장 내 허름한 국밥집(영광식당)에서 송년모임을 가졌습니다.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잡은 일정인데다 급한대로 고작 문자나 전화 한번 드리는 정도였을 뿐인데, 엉덩이 붙일 곳이 없을만큼 자리를 가득 메워 주셨습니다.
올해 기억할만한 몇 가지 일을 놓고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으로 올해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10대 뉴스>를 정해 봤습니다. 굳이 어느 것이 먼저라고 할 것이 없었습니다. 하나 하나가 시민들과 회원들이 흘린 영광의 땀방울들이고, 돌아보면 오늘의 한일 과거사 투쟁이 놓인 현실 그대로를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손에 쥔 것은 딱히 없을지라도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시간들이고 귀하고 가장 따뜻한 감동의 순간들이었습니다.
김희용대표, 김선호 공동대표(광주시의원), 안호걸, 백금렬, 민병수, 윤영덕, 박효섭, 정영대, 오하라 츠나키, 문홍석, 안영숙, 김정은, 박종하, 이주빈, 강성관, 이승후, 안현주, 최영호, 유종천, 서진영, 류형종, 배주영 선생님, 그리고 배주영선생님과 내일을 기약한 멀리 구미에서 와 함께 자리 한 남자친구...
김마담님께서는 대선 결과로 낙담하지 말고 더 힘내서 달려가자는 의미로 손수 ‘칠천팔기 백전천기’(七顚八起 百顚千起)를 새긴 붓글씨를 준비해 와 격려해 주셨고, 백금렬 선생님은 즉석에서 요즘 세태를 풍자한 창작 판소리 한대목을 멋드러지게 들려주는가 하면, 오마이뉴스 이주빈 기자는 제주 강정 마을 투쟁을 담은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내년 일본어 출판에 맞춰 본사에서 약간의 시상금을 받게 된다면 전액 시민모임에 기부하겠다고 약속까지...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시끌벅적하고 후미진 장터의 국밥집,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큰 위로였고, 마주하고 있는 얼굴들이 가장 큰 희망의 근거였습니다.
잘 차려진 성찬인들 부럽겠습니다.
우리에겐 가장 따뜻한 밤이었습니다.
올 한해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우리는 좌절을 넘어 희망을 향하는 봄사람들입니다.
계사년 신년 휘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 칠전팔기 백전천기 역사반성 국격회복. 희망을 가지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한해동안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